6. 1.89라는 숫자가 주는 두려움

남은 생 동안 열탕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by 산수골지윤핼미

수술을 마친 지 2주.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 왔다. 두려움이 가슴을 조여왔다.


어떤 말씀을 하실까.


남편과 나는 말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겨울바람은 차갑고 마음은 더 차가웠다.


진료실 앞 대기실은 이미 환자들로 빼곡했다. 모두의 눈빛에는 불안과 체념이 얽혀 있었다.


종이 차트 넘기는 소리, 환자 부르는 소리,

보호자와 환자의 낙담과 응원, 힐난하는, 긴장한 한숨소리와 숨죽인 울음소리,


모든 소리들이 뒤엉켜 대기실의 공기를 타고 둥둥 떠다니며 난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귀를 쫑긋하며, 묵언수행자처럼 앉아 있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노교수님은 짧게, 그러나 분명히 말씀하셨다.

“수술은 아주 잘 됐습니다. 크기는 1.89cm. 림프는 두 개 잘라냈습니다.


앞으로 항암은 "페마라"라는 약으로 5년간 진행될 겁니다. 이제 방사선과로 내려가보세요.

그럼 2주 후에 뵙겠습니다.”


'분명, 쾌보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말씀이 있었지만

내 귀에는 단 하나,

“1.89”라는 숫자만이 뇌리에 비수처럼 들어와 박혀버렸다. 1.89. 1.89.


1.3과 1.89 단순한 수치일 뿐인데, 그 순간. 그 숫자는 내 삶을 갈라놓는 경계선이 되었다.

검진 결과에선 1.3으로 완전 초기라고 하셨었는데....


머릿속에서 숫자가 메아리쳤다.

1.89... 1.89...



방사선과로 내려갔다.

머리가 하얀 원로 교수님이 앉아 계셨다. 깐깐하고 한 끝의 여지도 없어 보이는 단호한 모습으로.

검진을 마친 교수님의 한마디는 또 한 번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열탕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전절제 환자는 괜찮지만 부분 절제 환자는 그렇지 않아요.”


그 한 말씀은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광풍이었다.

1.89란 숫자도 그 앞에선 빛을 잃었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난 전절제를 선택했을 텐데. 왜 환자에게는 선택권을 안주는 거야?'


저 깊은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라 왔다. 선택권조차 주지 않은 노교수님을 향해.

결과가 궁금해 전화한 친구의 목소리에 봇물이 터져 엉엉 울어버렸다.


암 앞에서도 꿋꿋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을 게다.


그 반응에 남편은 물론 묵은지 친구들까지 동원령이 떨어지고, 한 난리가 났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난 모든 것을 열탕욕만을 통해 해결해 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까지도 열탕에 들어가면 해결이 되었다.


그 뜨거운 열기로 날 보듬고, 내 삶의 파편들을 녹여내어 잊고 웃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열애 중이던 애인을 잃은 슬픔이 이런 것일까?


친구들은 머리를 모으고 내 애인 찾기에 골머리를 앓아주었다.

"아니 그래, 오로지 온리 원 당신 "열탕욕"뿐이라고? 우리 함께 찾아보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결정은 끝났고, 길은 정해졌다.



방사선 실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었던 선생님들이 몰려왔다.

곧 침대에 눕혀졌고, 팔은 만세를 부르게 했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차가운 액체가 내 가슴 위에 발라졌다. 보라색 선이 지도처럼 그려졌다.

“여기가 방사선을 쬘 자리입니다.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의사의 설명은 담담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단순한 지도선이 아니었다.

내 몸 위에 새겨진 낙인 같았다. 살아가는 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표식으로...


방사선 치료는 37회에 걸쳐 매일 5분간 진행된다고 했다.

앞으로 37번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각, 반복될 의식처럼.


운전은 무리였다. 나는 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예약을 잡았다.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는 딸이 와서 픽업하는, 그렇게 '돌돌' 머리를 굴리며 버틸 방법을 세웠다.


그러나 37일이란 시간의 무게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다.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선, 내 오른쪽 가슴은 함몰되어 찌그러져 있었다.


“차라리 왼쪽도 맞춰서 잘라주지…

무심코 던진 자신의 말에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다. 담아 주울 수도 없고,


나는 빌고 또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렇게 구시렁거리다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몫으로 던져주고...






"한라의 계곡" watercolor on paper 72.7*5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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