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딸의 결혼 기쁨과 눈물

묵주반지가 만들어낸 인연

by 산수골지윤핼미

딸의 결혼, 묵주반지가 만들어낸 인연.



그들의 첫 만남의 지점에 내 기억도 한 조각 자리했다.
연말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어가던 어느 늦은 밤,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아가씨의 음성이 들렸고, 자신은 딸과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라 소개하며 말했다.

"과장님이 술을 좀 드셔서, 모범택시를 불러 귀가시켜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이 밤중에 택시라니, 모범택시라 해도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알아보고 전화드릴께요." 전화를 끊고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딸이 있는 호텔이, 아들의 스튜디오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렇게 아들은 누나의 귀가를 돕는 '특명'을 수행하러 갔었다.



입원 중에도 풀방구리처럼 밤이면 살짝 병원을 빠져나가곤 하던 딸내미.
그 작은 탈출이 큰 결실로 내 앞에 펼쳐졌다.

딸이 결혼을 하겠다며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이야기로만 듣던 청년은 훤칠한 키에 밝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사내 커플이었다.
과장님과 신입사원의 만남.


송년 파티. 그 자리에 이 청년도 있었다고 했다.


인턴사원이었지만, 입사가 확정되어 연말 파티에 초대되었던 그는
술에 취해 서로 영어로 주고받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그날의 인상이 깊게 남아 있다고 했다.


"외국계 회사라 그런가, 주정도 영어로 하는구나"
그는 그렇게 딸의 존재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새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사내 직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
어느 날 담당과장이 물었다. "너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이야?"
그는 주저 없이 "김 과장님이 제 이상형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소개팅 자리가 마련되었고,
첫 만남에서 딸의 손가락에 끼워진 묵주반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묵주반지가 만들어낸 인연!' 느낌이 좋았다.

딸은 그해 여름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갔다가 그곳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았다.

마침 준비된 예비자인(세례를 위한 공부를 마친) 딸이 그 자리에 있어, 예정에 없던 현지 세례식이라는,

은혜로운 장이 펼쳐지게 되었다.


예기치 않은 영광이 딸의 차지가 되어, 그 축복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그 기념으로 내가 선물해 준 묵주 반지였다.


작은 반지가 한몫한 모양이어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딸은 신앙의 초심자인데 비해, 청년은 구교집안에서 자란 신자였다.
다른 점이 많았지만 맞닿는 지점도 있었다.


결혼 후. 사위는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지금도 사내의 전설로 내려온단다.


어느 해 훤칠한 신입사원이 들어왔었는데, 채 피지도 않은 풋풋한 봉오리를 김 과장이 채갔노라고...
그 말을 들은 사위는 '그 말은 맞지 뭐'하며 싱긋 웃는다.






딸이 만혼의 나이다 보니 그들의 만남은 급 물살을 탔고,
마침내 결론을 알리는 날이 왔다.


결혼식은 서초 성당으로 정해졌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세례를 주셨던 조신부님께서 흔쾌히 주례신부님으로
혼배성사를 집전해 주셨다.

우린 스몰웨딩에 동의했었기에 가까운 친척과 친한 지인들만 모셨다.


성당 안은 기도와 축복으로 가득 찼다.


신랑 어머니와 함께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가 초를 밝히는 순서가 됐다.


한복집에선 "신부어머님은 신랑 어머님보다 살짝 한 걸음 뒤에서 걸으세요" 했지만,

난 나란히 걸어 들어갔다.

'이런 걸 왜 하라는 건지?' 투덜거리며 들어섰다.


그러나 곧, 딸의 행복을 빌며 초에 불을 밝히는 순간, 어머니로서 누릴 수 있는 이 특권에 감사했다.


방금 전의 투덜거림은 그 무게 앞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혼배성사가 집전되었고,
그 성스러움은 세상 여늬 결혼식보다 거룩해 보였다.


기도 소리와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딸의 새로운 출발을 눈으로 마음으로 새겨 넣고 있었다.

부모님께 드리는 인사 순서가 되자,
신랑은 우리 앞에 와서 정중하게 넙죽 절했고, 딸은 다가와 엄마 아빠를 꼭 안아 주었다.


나도 함께 토닥 해주며 눈물이 핑 돌았다.
품 안의 아이는 벌써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결혼 안 한다고 버티던 딸이었는데...

조신부님의 강복 주시는 모습은 대단히 성스럽게 다가왔다.
마치 축복 샤워처럼, 성당 여기저기 모두에게 내려앉았다.



나는 그 빛 속에서 '감사와 평화' 담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손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나는 그저 이 멋진 영화 속 일부가 되어 종일토록 기쁨을 누렸다.


비록 버선 속의 발은 아프다고 아우성쳤지만.
그마저도 행복한 아픔이었다.


감사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하루. '이제 이 아이는 다 커 있었다.


딸은 이미 떠날 준비를 끝냈구나...'


나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딸의 결혼식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날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마음에 깊이 새겼다.

'이제 이 아이는 자기만의 길을 스스로 잘 걸어가리라.'






"June Bright" watercolor on paper mixed midea 45.5*45.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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