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삼수 끝에 수영 당첨
'아니 이게 이럴 일이야? 수영장을 가려고 재수, 아니 무려 삼수씩이나 하게 되다니!'
속초 일 년 살이 중에 나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생존수영을 익히기 위해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속초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훑어보며 나오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바로 앞에 마주한 건물이 바로 속초국민체육센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봤다!
냉큼 지하 2층으로 계단을 달려가 안내데스크에 물어봤다. 직원은 수영장 접수 마감이 끝났다고 다음 달에 신청하라고 알려주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모처럼 마음먹은 것이 흐지부지 될 까봐, 탁상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해 두었다가 해당일에 잽싸게 신청 접수했다.
그런데 웬걸? 선착순인 서울 수영장들과 다르게 속초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은 신청 접수 마감일 이후에 추첨 배정을 한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고 등록기간이 시작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센터로 문의 전화를 했다. 안내 직원은 당첨자에게만 등록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고 했다. 복권도 아닌데 당첨되기를 기도해야 하는 거야?
드디어 다음 달이 되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재도전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등록 방식이 바뀌어서 매달이 아니라, 2개월에 한 번씩 짝수달(예: 2월, 4월, 6월......)에 신청 접수 및 등록 모집을 한단다. 수영장을 삼수하게 되다니……!
오기가 생긴 탓일까? 잊지 않고 짝수 달에 드디어 다시 신청 접수를 했다. 이곳 속초국립체육센터 수영장은 1인당 2개 강습 신청 및 등록이 가능했다. 지난 두 번의 학습효과로 인해 당첨확률을 높이고자 화목반과 수금반 초중급 강좌를 두 개 동시에 신청했다.
이게 뭐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2개 다 당첨됐다고 등록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아싸! 그런데 어떤 걸 등록하지? 고민도 잠시, 2개 강좌 동시에 다 등록했다. 매일반 다닌다 생각하고 빡 세게 배우지 뭐. 마치 그간의 수강 신청 불발을 한풀이하듯 저질렀다.
두 강좌의 강사와 교습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매일 수영장에 가서 그런가? 수영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져서 너무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꼈다. 나도 숨 쉬면서 수영할 수 있다고!
물론 오랫동안 수력이 쌓인 물개들이 본다면 어설프겠지만, 어제의 나에 비하여 오늘의 내가 물과 더 친해졌음에 가슴이 뿌듯하고 벅찼다. 어느새 화수목금에 이어 토일 자유수영까지 매일 수영장에 가는 루틴이 형성되고 있었다.
서울과 달리 속초 수영센터는 수강생의 경우에 정말로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방문해서 수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부분은 수린이 입장에서 특급 칭찬해주고 싶었다. 자유 수영할 때면 수영 잘하는 사람들로부터 노하우도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자유형, 배형, 평형, 접영을 어설프게 폼이나마 배운 뒤에, 생애 첫 오리발 수영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앖었다. 신세계가 따로 없네! 발차기를 아주 살짝 했을 뿐인데, 앞으로 슈웅 슈웅 나아가는 느낌이라니! 마치 인어공주가 된 것 같았다.
속초 일 년 살이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간 후에도 수영은 계속할 것 같았다. 생존수영 배우려다 인어 공주 된 기분 완전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