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슈퍼 판타스틱 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오늘은 바로 부기스 정션으로 향했다.
꽤나 걸어야 하는 루트를 계획해 두었기 때문에, 진한 카페인이 필요했다. 그 카페인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한 토스트집을 찾았다. 아마 싱가포르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100% 나오는 집일 것이다.
바로 야쿤 카야인데, 바삭하게 구운 식빵에 버터, 카야 잼을 발라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의 아침은 바로 이 야쿤 카야 토스트로 정했다.
상가 안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회전율이 빨라 금방 자리가 났기 때문에 우리도 바로 주문부터 하였다. 예전에는 주문하기 전에 어떤 메뉴를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도 미리 알아보고 왔었는데, 나이가 드니 '대충 그때 어떻게 하면 되겠지 뭐'라는 마음가짐이 돼버린 것이다. 덕분에 밀크 커피가 아니라 구수한 블랙커피를 마실 뻔했는데, 분명 잘 못 시킨 것이라 확신한 점원분의 재 확인으로 원하는 커피로 시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표정 변화가 좀처럼 크지 않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서비스직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생글생글 웃으며 대해주어야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데, 여기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친절함은 잘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매의 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배려하는 매너가 있다. 진짜다. 이걸 나는 싱가포르에 올 때마다 경험하곤 한다.
'저 사람 관광객이면, 분명 이거 말고 젤 유명한 그걸 시켜야 하는데..?'라고 알아차려주며, 잘못 주문하면 재재 재확인까지 하며 확인해 준다던지 하는 센스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싱가포르 사람들의 배려인 듯하다.
생각해 보면 조금 덜 웃으면 어떤가 싶다. 웃는 얼굴로 뒤통수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조금은 무뚝뚝해 보일지라도 솔직하고 속이지 않으며 조용히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더해준다.
그 마음이 고맙다.
그 마음의 고마움은 토스트를 먹는 과정 중에도 나타났다.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싱가포르에 여행 온 경험이 있고, 이 야쿤 카야도 몇 번이나 와서 먹었었다. 그런데 같이 나온 계란 반숙을 어떻게 먹는 것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으깨서 어떻게 먹었던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카메라로 신기한 듯 영상을 찍어대며 어색하게 맛을 보고 있는 우리들을 보자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말이 잘 통하진 않지만 만국 공통의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소통할 수 있었다.
"거기 소스를 섞어서 비벼 먹어야 해"
그리고는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테이블의 소스를 가져다주신다.
"그걸 계란에 섞어서 같이 먹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 부모님 나이대의 어른분들이셨는데, 덕분에 토스트틀 옳은 방법으로 더 맛있게 먹을 수가 있었다. 감사의 인사를 진심을 담아 전했다. 선의가 섞인 계란 반숙의 맛은, 더 부드러웠고 더 깊은 맛이 났다. 달달한 토스트와 진한 커피 한잔, 거기에 친절까지 섭취하고 나니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에너지가 샘솟고 기분이 한껏 좋아지는 것이다.
다음 일정은 하지레인이었다. 부기스 정션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갈 수 있는 '~단길'같은 곳으로 보면 된다. 예전에 왔을 때는 한 벽화가 그려진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 난리였는데,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가 되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인파가 몰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운이 좋게 축제를 하는지 길을 막고 푸드트럭까지 들어차 있어서 분위기가 더욱 활기찼다.
'날을 잘 잡았군.'
걸어 다니며 하지레인의 분위기를 즐겼다. 작은 소품들부터 시작해서, 먹거리들이 줄지어 있었고,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걸어가다 보면 화려한 벽화와 멋진 건물들에 눈이 즐거웠다.
아무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되리라.
모든 구역들이 발전해서 그런지, 일전에 인기가 좋았던 벽화에만 사람들이 넘쳐나지는 않았다. '굳이 거기 아니더라도 어디든 이쁘니까'라는 느낌이려나?
그래도 인증샷을 찍자.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니까.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는 편은 아니라서 대충 셔터를 눌러보았는데 '이럴 수가!' 인생샷을 건진 것 같다. 여행을 다니지 못했던 시기에 부지런히 발전한 디저털 기술 덕분에 어떤 스마트폰 카메라든 아무렇게 찍어도 더 선명하고, 넓은 화각의 예쁜 사진을 찍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공적 #대박적인 기분이었다.
외국에서 또 다른 나라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방법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LA에서 한인타운에 가는 것이 그 방법이다. 그리고 싱가포르에는 리틀 인디아와 차이나 타운이 있는데, 우리는 타국에서 또 다른 이국적인 시간을 즐기기 위해 리틀 인디아부터 구경해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메인 상권에 들어서면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읽어보려고 노력조차 할 수 없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좇으며 주위를 구경했다. 식료품 가게에 쌓여있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 화려하게 반짝이는 장신구들, 색깔이 알록달록한 전통의상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그렇다고 이 거리를 걷기만 하기 위해 리틀 인디아에 온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이곳에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기념품샵 무스타파가 있기 때문이었다.
무스타파는 커다란 대형 마트로 없는 것이 없는 쇼핑 상가로 생각하면 되는데, 여기서 히포 초콜릿을 한가득 사서 선물하는 것이 한때는 유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도 히포 초콜릿이 들어오면서 더 이상 굳이 사갈 필요가 없는 기념품이 되었는데, 그래도 다른 소품, 식사재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니 꼭 들려보길 바란다.
'싱가포르까지 갔는데 거기를 안 가봤다고?'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코너를 돌자마자 익숙한 건물과 간판이 보인다. 무스타파였다. 여기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의 종착지가 아닐까?
우리가 오늘 사야 할 것은 샴푸였으며, 구매하진 않을 것이지만 히포 초콜릿이 얼마인지 체크를 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시계였다.
'진짜일까? 가짜인가?'
알 수가 없다. 시계에 관심이 많은 대동이가 관심 있는 눈길로 둘러보지만 곧 흥미가 가신 듯 걸음을 옮긴다. 다음으로 지하로 내려가 보았는데, 계단에 걸려있는 알록달록한 옷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중에 이 옷을 사서 입고 여행하며 사진이나 영상을 남겨도 재밌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절대 동참하지 않을 대동이 곁에 혼자서 전통복을 차려입고 다니기란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그만두기로 했다.
아래층에는 옷과 속옷 등이 있었다.
"여기서 팬티 사지 그랬어?"
나의 말에 대동이는 고개를 저었다.
"은근 비싸."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의외로 속옷이 저렴하지 않았다. 물론 아주 비싼 브랜드와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도떼기시장처럼 장당 천 원을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무스타파에서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의 마트와 같은 청결도이다.
잘 정리된 창고형 쇼핑 상가라고 보면 되는데, 특히 냉장 파트로 가면 곰팡이가 피어있어 약간 사 먹기 두려워진다. 대만에 여행 갔다가 고급 백화점에서 밥을 사 먹고 배탈이나 사흘을 누워 있었던 대동이는 나보다 더 경악했다. 이젠 그도 많이 내려놓고 받아들이는데도 되도록이면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또한 유통기한이 대단히 짧게 남은 경우도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히포 초콜릿이 마트보다는 저렴했지만 유통기한은 일주일에서 이주일 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신기한 것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를 좋아하고, 해외 식사재재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천국이라고 느끼리라!
나도 이곳에서 재료를 사서 한국으로 돌아가 직접 요리해 보고 싶지만, 이 재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도 안 오는지라 항상 포기하고 만다. 또 여기서 오차드 로드의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식빵과 아이스크림도 발견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아이스크림이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오빠, 우리도 여기서 아이스크림 장사 할까?"
나는 초록색을 좋아하니까, 진한 초록색의 파라솔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잘라 파는 것이다.
"잘 될 것 같지 않아?"
문득 그런 상상을 해 보았다.
히포 초콜릿. 킨더에서 나온 하마 모양의 초콜릿이다. 몇 년 전에 PK마켓에서 들여온 적이 있었는데, 가격미 미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국내에 파는 곳이 없고, 싱가포르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너무 비쌌고, 결국 곧 사라졌었는데 이제는 홈플러스나 인터넷 쇼핑에서도 쉽게 찾아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점점 해외의 유명한 기념품들을 각 나라에서 살 필요가 없어지는 듯하다. 유명하고 좋다고 하면 다 국내로 들어오니까. 그러니 여행 가서 무겁게 사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현지 가격과 우리나라에 들어온 히포 가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우리는 한참이나 돌아 히포 초콜릿을 발견했는데, 2층(으로 기억한다) 에스컬레이터 근처 바로 진열해 두었기 때문에 쉽게 찾아야 정상인데 바보처럼 우리는 한참을 헤매어 도착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과 국내에 유통되는 것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이 초콜릿을 기념품으로 나눠주면 안 되는 것이 된 것인가..'
지인들에게 사 주었다가는 "이거 홈플에서 사 온 거야?"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궁금증이 풀렸으니 되었다. 우리는 히포 초콜릿을 가지런히 올려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무스타파에 온 이유는 샴푸를 사기 위해서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샴푸는 그냥 다른 곳에서 사도 되는데, 겸사겸사 미션을 만들어 본 것이다. 목적이 있으면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어지니까.
원래는 도브를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컸다.
'저 샴푸를 샀다간 여행 내내 무거울 거야.'
그래서 둘러보니 썬실크 샴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썬실크란 무엇인가!
태국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이것도 이젠 한국에 들어왔다) 향긋한 향기와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들어 주기로 유명한 제품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주황색 통에 든 트리트먼트인데, 우리는 대신 주황색 통의 샴푸를 사기로 결정했다.
사이즈도 딱 적당하고, 아는 브랜드라서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이 샴푸는 앞으로 우리와 함께 싱가포르, 그리고 말레이시아를 넘어 태국과 베트남까지 동행할 아이템이었다.
'그러니까 태국에서 짝꿍으로 트리트먼트까지 사야지!'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사계절 내내 더워서 그런지 몰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쇼핑몰이 있는데, 마리나베이만 생각하지 말고 바로 곁에 썬택 시티라는 곳도 있으니 그곳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썬택 시티에는 관광객으로써 눈길이 가는 것과, 한국인으로서 눈길이 가는 것이 따로 있는데 먼저 전자부터 소개하려 한다.
이곳 가운데에는 '부의 분수'라는 것이 있다. 푸트코트를 통해서 들어가 볼 수도 있고, 물줄기 주변에 길이 만들어져 있어 이 주변을 세 바퀴 돌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 여행에 세 바퀴를 돌고 갔었는데, 실제로 그때보다 지금 여유가 생겨 돌아왔으니 맞는 소리인 듯싶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기로 하였다.
돈이라는 게 참 그렇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얼마를 가지면 부자라고 생각하게 될까?'
돈은 소금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만 심해진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만 있으면...'이라고 생각할지라도, 그때가 되면 더 큰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욕심만 쫓다간 어느새 좋은 시절 다 가고 부질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될 것이 뻔한 일.
그러니까 잘 살아가야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말고 제대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자, 이번에는 후자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한국인이라면 썬택 시티에 가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있는데, 특히 장기 여행 중이라면 더욱 심할 것을 장담한다.
이곳에는 한국의 떡볶이 체인점 '두 끼'가 있다.
항상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웨이팅을 작정하고 가야 하는데, 우리는 운이 좋게 한 번에 들어갔다.
대동이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환장한다. 다른 건 모르지만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어제저녁부터 두 끼 지점을 찾아보고 있는 모습이 애잔해 오늘 저녁은 이곳으로 정한 것이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가격이었다.
런치 시간에 오면 좀 더 저렴하지만, 보통은 1인 20싱이다. 한국에서는 2인 기준 떡볶이를 2만 원에 시켜 먹으면 비싸다고 난리인데, 이곳은 1인에 2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인 것이다.
대신 무한리필이고 떡볶이 외에도 치킨이나 튀김, 어묵과 음료를 먹을 수 있으니 양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득일 것이다. 문제는 나는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때문에 한국에서도 좀처럼 뷔페는 가지 않았으니 약간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다 해주는 대동이를 위해서 떡볶이, 외국이니까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는 한식 한번 먹는 게 무엇이 대수일까?
심지어 현지 식당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먹자! 먹어!"
그렇게 착석했다.
방식은 한국과 동일하다. 맵기를 물어보고, 그럼 소스를 풀어준다.
이용 방법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안다고 대답했더니 기본 테이블 세팅만 준비해 주었다.
중간에 셀프바가 있었는데 신기하게 떡볶이 재료로 보기 힘든 조개류와 생고기도 있었다. 우리는 야채를 섭취하고 싶어 청경채와 배추를 듬뿍 담았고, 어묵과 떡, 면 사리를 챙겨 신이 나게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여기서의 치킨은 간장 치킨 느낌이었고 튀김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튀김이니 괜찮았다.
아쉬운 것이라면 역시 많이는 먹지 못했다는 것.
다른 테이블들은 떡볶이를 먹고 밥도 야무지게 볶아 먹는데 우리는 한 냄비 끓여 먹으니 배가 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그래도 뷔페에 왔는데 이건 너무 하지 않냐면서, 채소 듬뿍과 약간의 떡을 좀 더 끓여 먹었다. 그게 한계였다.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싱가포르는 팁 문화가 없는 대신 식당에서 봉사료나 세금이 따로 붙는다. 따라서 2인 40 싱가포르 달러가 아니라, 실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9.40싱이었던 것이다. 원화로 따지면 약 48,000원이 넘는다. 현지에서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구성인 것 같은데 자꾸 우리나라와 비교하게 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떡볶이 1인 24,000원은 좀...'
그런데 문득 여기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20대 초반에 해외여행을 떠나 멋모르고 떡볶이를 두 명이서 4만 8천 원(넘게) 주고 먹었다면 정신적 타격이 컸으리라. 그런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굳이 찾아다니며 비싼 곳에 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미 쓴 돈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지난 여행에서 '부의 분수'를 세 바퀴 돌은 효과가 지금 여기서 발휘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생각이 드니 어쩐지 기대가 된다.
'다음 싱가포르 여행에서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떡볶이는 물론이고, 남들이 그러하듯 1박에 몇십만 원 하는 숙박에 돈을 쓰면서도 그러려니 해 질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의 여유는 평소의 검소함에서 나오는 것일 테니까.
더 여유가 생기고, 더 많이 벌고, 더 쉽게 쓸 수 있을지라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아끼고 고민할 미래의 내가 저 너머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듯했다.
'물론 마음가짐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겠지만...'
첫인상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만나 첫인상이 별로일지라도 이야기를 나눠 보다 보면 그제야 발휘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첫인상보다 시간이 지나가며 깨닫게 되는 매력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에 우리는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어떤 대상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슈퍼트리 쇼가 그랬다.
진짜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여행에서는 슈퍼 트리 쇼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지난 두 번의 여행에서 봤었고, 그때마다 큰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봐도 왜 그렇게 별로라고 생각했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중간에 보다가 졸았었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더니 끝나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돌이켜 봤을 때, 그 어떠한 순간보다 강렬히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이 슈퍼트리 쇼였다.
마리나베이 뒤쪽으로 걸어가면 공원이 있는데, 못 찾아갈까 봐 걱정하지 마시라. 사람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한 곳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인파를 따라 도착하면 영화 아바타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몽환적인 숲에 도착하게 된다. 커다란 나무는 색색깔의 조명으로 꾸며져 있으며, 그 속에 있으면 아주아주 작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예전에는 명당을 찾기 위해서 일찍 도착해서 기다려야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널널하게 착석을 할 수 있었다. 나무 주위로 앉을 수 있는 단상이 있는데, 편안하게 보기 위해서는 그 위로 철푸덕 누워도 괜찮다. 민폐가 아니다. 그렇게들 다들 보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슈퍼트리쇼가 시작되었다.
'와, 이게 이렇게 멋있었다고?'
음악과 함께 시작된 슈퍼트리 쇼는 마치 판타지 세상 속에 머무르는 느낌을 선물해 주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방문한 작은 인간이 된 기분.
'이거 안 보고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안도감과 함께 만족감이 가슴속에 벅차오른다.
그렇다. 이렇게 나라는 '한' 사람도 같은 것을 보고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슈퍼트리쇼를 '어쨌든 왔으니 보긴 봐야 하는 것'이라고 느꼈다면, 지금의 나는 '반드시 봐야 하는 신비로운 순간'이라고 여기니 말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며 '지금 별로'라고 해서 마음을 닫아 버리지 말자.
별로일지라도 다시 보고, 다시 봐도 별로라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고, 그러고도 별로라면 배척하진 말되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또 보는 것.
이것이 이번에 배운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순간 반짝반짝, 슈퍼 트리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걸 이제 알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