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이거 너무하지 않소!
어느 나라든 여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인 것 같다. 그렇다면 싱가포르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칠리 크랩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아마 '바쿠테'가 아닐까?
바쿠테는 한국의 갈비탕 맛이 난다는 음식으로, 따듯한 국물에 고기와 밥을 같이 먹는 메뉴이다. 칠리 크립은 전에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바쿠테는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또 비보시티로 향했다.
본점은 다른 곳에 있지만 줄을 많이 서야하고 실내가 덥다고 하여 그냥 쇼핑몰에 들어가 있는 다른 지점에서 먹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비보 시티에 있는 송파 바쿠테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시원하고 쾌적했다.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직원분을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QR코드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켜야 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충 느낌적으로 주문하면 되니 말이다. 사진으로 음식 종류를, 숫자로 개수와 가격만 확인하면 되니까. 우리가 시킨 것은 바쿠테 큰 사이즈 2개와 청경채 볶음이었다.
다른 싱가포르 식당처럼 주는 물티슈를 뜯어 쓰면 돈을 받지 않고 이곳은 서비스로 제공해주고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고 기념품으로 챙겨 왔다. 참 이럴 때 보면 지지리 궁상 같지만, 다이어리에 붙여 두면 이만한 기념품이 없다.
'이 물티슈를 볼 때마다 이 순간, 그리고 이 바쿠테의 맛이 떠오르겠지...'
누군가 이 가게의 이름을 가지고 송파구에 박후태씨가 차린 식당이라는 아재 개그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대동이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자존심 상하게도.
여기서 한국인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직원분께 다진 마늘을 달라고 하면 무료로 추가해 준다는 것, 이 다진 마늘과 테이블에 놓인 고추를 함께 넣어 먹는다면 한층 더 시원한 맛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테이블에 같이 놓여 있는 간장(으로 추측되는 것)과 칠리소스를 작은 그릇에 덜어 내어 고기를 찍어 먹는다면 맛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국물이 줄어들면 직원분이 수시로 찾아오셔서 추가를 해 주는데, 나는 두 번 정도를 추가해서 먹었다. 맛은 진한 갈비탕 맛이었다. 마늘과 칠리 덕분에 칼칼한 맛이 추가되어 아주 좋았다.
반찬으로 같이 시킨 청경채도 잘 어울렸지만, 태생이 한국인이라 역시 깍두기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더운 거리를 활보하랴, 쇼핑몰에 들어설 때마다 찬 에어컨 바람을 쐐라 엉망진창이 된 여행객들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였다.
시원하게 바쿠테를 한 그릇 비우고 우리는 드디어 센토사로 향했다.
지난번에 가려다가 피곤해서 포기한 바로 그 섬인 것이다. 만약 루지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한국에서 티켓을 끊어 오는 것이 더 저렴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곳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하고 가기로 하자.
우선 유니버셜 스튜디오다. 놀이동산이라고 하면 롤러코스터나 자이브드롭 같은 것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놀이동산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까?
트랜스 포머, 미이라, 쥬라기 월드처럼 유니버셜에서 나온 영화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어트랙션들이 있다. 가까운 곳으로는 일본도 있는데, 그곳은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어 놀러 가기 무섭다. 내가 가본 곳은 la와 싱가포르 단 두 군데인데, 역시 la가 더 좋기는 했지만 싱가포르도 재밌었다.
단, 싱가포르에서의 추억은 결과적으로 좋게 남아 있지 않은데 새치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반면 루지는 앞선 두 번의 싱가포르 여행에서 두 번 다 탔었다.
안 탄 것은 이번이 처음.
루지는 한국에도 여러 곳에 생겨 굳이 싱가포르까지 가서 탈 필요가 없지만 이곳에는 이곳만의 독특한 포인트가 있으니 한 번은 경험해 보길 바란다. 그 포인트는 바로 루지를 타로 가기 위해 타야 하는 곤돌라에 있다.
아래쪽으로 추락 방지를 위한 그물이 처져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곳도 있는데, 그 없는 부분을 지나갈 때의 짜릿함이란 엄청난 수준이다. 나는 놀이 기구를 대단히 잘 타는 편인데도 그 구간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 두려움을 헤치고 정상에 도착해 루지를 타고 시원히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공포 따윈 잊고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싹 풀린다.
물론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시 이번 싱가포르 여행으로 돌아와서 센토사 섬이다.
앞서서도 말씀드렸듯이 내가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이곳은 전체적으로 공사 중이었는데, 덕분에 휑히 비어있는 머라이언 장소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어쩌면 충격과 공포 그 어딘가의 감정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바닷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 내려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휴양지 느낌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잠시 걷다가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 코로나 시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관광으로 싱가포르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러했다.
때문에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는데, 센토사 섬 안을 돌아다니는 셔틀버스가 너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섬 안을 돌아디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 했는데 버스가 별로 없으니 자리가 전혀 나지 않아 걸어 다녀야만 해서 지쳐 쓰러질 뻔했다. 당연히 더 돌아다닐 마음이 들지 않을 수밖에...
돌이켜보면 센토사 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에 있는 무빙워크도 고장이 나서 고쳐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관광객이 줄어들어 줄여버린 서비스들로 인해 더욱 아쉬운 마음만 남는 관광지가 되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금방 지쳐버려서 비보 시티로 돌아와 맥도널드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시원한 곳에 앉아 달콤한 쉐이크를 마시며 당을 충전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넋 놓고 있으면 시간이 아까우니 다음 코스를 정해 본다.
"버스를 타고 가면 클락키에 갈 수 있어."
대동이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포인트에서 대동이와의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사실 나는 길치라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연히 잃어버리니 잃어버렸다는 감각조차 없기에. 덕분에 여행 루트도 짜지 않는데 대동이는 괜히 대동(여지도)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 정도로 머릿속에 지도를 잘 그려낸다.
"좋아."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쯤 벌써 우리는 둘 다 별로 한 것도 없이 꽤나 지친 상태였다. 원래라면 차이나타운에서 내려 구경을 하다가 클락키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지쳐서 그것도 불가능했다. 오히려 걷는 구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클락키 가까운 곳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타협할 정도였으니...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2층 버스 위에서 거리를 구경하는 시간은 역시나 꿀처럼 달았다.
미세 먼지 없는 파란 하늘, 진하고 선명한 초록색의 풀과 나무들, 이름 모를 색색깔의 꽃들과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까지... 낯선 도시에서 느껴지는 낯선 풍경들은 그들에겐 일상일지라도 여행자들에게는 모두 궁금하고 신기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참고로 싱가포르 일정을 밀도 있게 짜고 싶다면 관광 명소 클락키와 sns에서 알록달록한 창문으로 유명한 경찰청, 그리고 차이나 타운을 묶어서 방문하길 바란다. 바로 근처 근처에 있어 루트를 잘 짜면 걸어서 한큐에 모두 구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락키와 보트키 거리는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아일랜드에서 풋볼 경기를 하는지 초록색 네이클러버와 초록색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준 사람들이 보트키 수변 상가에 모여 더욱 흥이 돋았다.
마치 축제의 현장에 온 것 같은 기분.
맥주 한잔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동시에 해방감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를 보며 술 한잔 했던 적이 언제였던지...'
그리운 얼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지금이라도 당장 저들 틈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잔 원샷하고 싶지만, 참았다.
맥주 한잔에도 취하는 나이기에, 여기서 술을 마셨다간 나머지 일정은 물론 내일 나의 몸상태도 분명 방전될 것이 뻔했으니까.
정말 부리나케 돌아다니는 듯하다. 누가 본다면 비합리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를 루트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썬택 시티로 향했다. 지난날 두 끼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푸트 코드도 있는 것을 봐 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부의 분수'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다음 싱가포르 여행을 할 때쯤에는 재벌이 되어 있으리라.
어쨌든 푸드코트에 도착해 우리는 한 바퀴 돌아보곤 이끌리듯 한식집을 또 찾아갔다.
이런 나를 넓을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앞으로 쿠알라룸푸르, 방콕, 호찌민이 남아 있는데 다른 나라들보다 한식 푸트코드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싱가포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외는 있다.
여긴 아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선택 시티 푸드 코트의 한식집은 한국인들은 가지 않길 바란다. 나는 김치찌개를 골랐고 대동이는 김치 라면을 골랐는데 김치를 씻은 소금물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이건 한식에 대한 모욕이야..'
대동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외국인이 여기서 한식을 처음 먹게 되면, 평생 한식을 먹지 않을 것 같아."
그렇다.
그곳은 한식의 세계화를 한 발짜국이 아니라 여러 발짜국 후퇴하게 만들 정도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