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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y 27. 2024

K - 장춘기

장녀 사춘기에서 벗어나기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 엄마는 나이가 많이 든 모습이었다. 엄마는 평생 나이가 안드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하루가 다르게 나이듦이 느껴진다. 내 나이 40처럼 엄마도 40일 때가 있었는데 ... 그 시절의 엄마를 생각 하니 마음이 아팠다. 항상 내 아픈건만 생각 했다. 나도 내가 힘든 시기였을 그 나이대의 내딸을 키우다 보니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뭐라도 사주고 싶고,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은 여느 부모님들 모두 똑같을 것이다. 반면 가정 형편 때문에 못해줬을 마음은 언제나 한탄스럽고 더 아팠을 것이다. 앞에 서 있는 딸이 예전 자신이 힘들 때 나이대가 다 되어서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기분은 어떨까? 나이가 드는 딸의 모습은 가슴이 아프겠지.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 보고 생각나서 더 힘들겠지. 한편으론 엄마의 눈에는 내 나이와 성장 상관 없이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 그대로 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편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뭐든 사주고 싶고, 챙겨 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장녀 라는 부담감으로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니 그냥 엄마의 딸로 어리광 부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존재란 그런게 아닐까? 아무리 장녀로서의 부담감이 컸다고 하더라도 난 그저 엄마의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장녀로서의 부담감도 첫째로서의 부담감 또한 누군가의 강요는 없었다. 그저 내가 만든 책임감이었다. 책임감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훨훨 자유로와 지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글을 쓰시 시작했다. 난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생각의 잘못됨을 뉘우쳤다. 장녀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내 인생이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 성격과 장녀라는 복합적인 상황들 속에서 내스스로 나를 곪게 했다. 그 복합적인 원인에는 나 자신에게 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일어나는 어려움들은 글로 쓰고 책도 읽으면서 많이 좋아졌다. 내 성격은 아직도 좀 내성적이지만, 나를 사랑할 줄 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지금 격고 있는 장녀컴플렉스는 단지 내가 어렸을 때 격은 가난, 가정 환경 때문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 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나를 사랑하면서 내가 주장 하는 장녀의 희생과 헌신은 힘들었지만 자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와 남에게는 이런 부분들을 위로 받고 싶었고, ‘힘들었지‘라고 공감 받고 싶었다. 엄마를 만나 비로써 장녀가 조금은 좋아졌다. 


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이다. 쓰다보면 내 깊은 내면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 쓰기는 내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매게체다. 완벽하게 내 마음이 자유로워 진 것은 아니다. 또 앞으로도 부모의 걱정과 생계를 위해서 애쓰겠지. 하지만 그건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고, 의무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월세단칸방이라는 글을 처음 쓰기 시작 할 때의 내 마음은 아주 무겁고 슬펐다. 하지만 오늘 <14화. 정녀 사춘기에서 벗어나기.>  글을 쓰면서 비로써 편안해 졌다. 시간이 더 필요 하겠지만, 이것만큼은 화실하게 알것 같다. 내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나를 아주 사랑으로 키우셨다는 것도 말이다. 우리가족은 서로 통화가 끝날 때마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사랑해’바이러스는 엄마가 처음 퍼뜨렸다. 모든 가정들이 그렇게 통화를 한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면 다들 놀랜다. 그것만 봐도 나는 사랑 받고 있다. 어색했던 아빠와도 언제부터 우린 ‘사랑해‘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부모 자식간에 ’사랑해‘라고 말하는게 이상한 것도 아닌데 특별히 더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도 내 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내 딸또한 통화가 끝날 때마다 ’사랑해‘ 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 내 모습들을 봤을 때  장녀 사춘기에서 조금은 해방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기때 다들 겪는 사춘기를 난 겪지 않았다. 사춘기를 겪진 않았지만, 장녀 사춘기는 오래 앓았다. 

“나도 쫌 일찍 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주지. 왜 안해줬어?”

“나도 내 돈모아서 놀러도 가고 싶고, 예쁜 옷도 사고 싶어.”

이런말이나 생각을 부모님께 쏟아 붓는 시기가 있었다. 장녀로써 헌신과 희생만 하는 그런 착한 딸은 아니었다. 나도 부모님께 상처를 줬다. 그렇다. 가난을 핑계로 장녀라는 이름을 앞세워 피해자 인 척 연기 한 것일 수도 있다.모든 K장녀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마시길...길기도 긴 장녀 사춘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중이지만, 이 또한 사춘기라는 해프닝으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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