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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y 24. 2024

K - 장춘기

장녀 대물림



29살 겨울 크리스마스 날. 나는 결혼을 했다. 자녀도 한명 낳았다. 어르신들은 이어서 하나 더 낳아라 하셨지만, 지금 아이가 에민하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둘째를 생각 하려고 했다. 지금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다. 하지만 둘째를 낳고 싶진 않았다. 신랑은 지금도 가끔 둘째 가질까? 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더 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가 않았다. 나이를 먹고 힘이 들어서 둘째를 낳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아이를 낳을때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도 인정할만큼 힘이 좋아서 금방 낳았다. 아이를 낳으면 잘 키울 자신도 있다. 둘째를 낳지 않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둘째가 태어남과 동시에 내 딸이 첫째가 되는게 싫었다. 아이가 13살, 둘째를 낳으면 10살 넘게 터울이 난다. 부모까지는 아니지만, 언니나 누나로서 책임감은 커질 것이다. 솔직히 아이에게 장녀 대물림을 해주고 싶진 않았다.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는 다르지만, 외동딸로 남기를 바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들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책임질 동생을 만들어주긴 싫었던 것 같다. 


내 동생과 나는 3살 터울이었다. 여느 초등학교 자매 처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동생과 거의 놀아준 적이 없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서로의 학교 생활로 바빴고, 일찍일을 시작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생활로 바빴다. 20대 중반이 되어서 동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몇번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러간게 동생과의 데이트가 전부다. 결혼을 하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매끼리 데이트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반면, 우린 서로 소통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노력 조차도 하지 않았다. 일을 하고 집에 가서 얼굴을 마추지는 그때가 끝이었다. 내가 힘들고, 진학을 고민할 때도 부모와 상담을 해본적도 없지만, 동생과도 상담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진학과 진로에 대해서 각자가 고민했고, 스스로 선택했다. 내 욕심이지만 그런 나를 생각 했을 때 굳이 둘째가 필요 할까? 생각 했다. 나는 장녀라는 타이틀로 힘들어했지만, 장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내 몫을 하지 못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내 딸을 장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둘째를 낳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첫 사회생활로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였다. 아이는 친구를 사겼고, 아이 친구의 부모가 내 새로운 친구가 됬다.  타지에 와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입장에서 새로운 만남은 즐거웠다. 그만큼 잦은 만남을 가졌다. 아이들의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성장발달도 다르지만 성격이나 기질들이 모두 달랐다. 우리 아이는 자기 표현이 강했다. 아이와 단둘이 다닐 때는 몰랐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아이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생겼다. 사실 양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스스로가 그것을 참지 못하여 아이에게 양보와 배려를 강요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도 내 성격과 기질을 물려 주고 있었다. 나이가 더 들고 거울처럼 똑 닮은 내 딸이 보였다. 자기표현이 확실한 아이였는데 자기 마음과는 다르게 지나친 친절과 배려로 자신이 상처 받았다. 또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들이 모두 나쁜건 아니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서 지나친 친절보다 배려가필요한 친구에게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내딸이 내가 가장 싫어 했던 내 모습을 내 딸에게서 보면서 이래선 안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배려와 친절 양보를 강요하지 않았다. 첫째가 아니고 외동딸인 내딸에게서 장녀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끈임없이 내가 만들어 놓은 장녀라는 둘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불편함이 우리 자식에게 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그래서 내 딸에게 미안했고, 틀렸음을 깨닫고 고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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