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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y 24. 2024

K - 장춘기

장녀를 알아 보는 눈


“너 장녀지?“

”너도?“

“딱 보면 알아. 우린 장녀이니깐.”

백발 백중 거의70% 정도는 한눈에 장녀는 장녀를 알아보는 레이더 가 생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과 몇번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아이도 장녀 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장녀 냐고 질문하는 것도 웃기지만, 남들이 모르는 장녀의 속내를 난 이해하고 있다고 티를 내고 싶어 했다.  아무도 모르는... 아니 아무도 몰라주는 장녀만이 아는 서운함을 알아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말을 걸어 본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장녀를 알아보는데에는 몇가지 특이사항이 있다. 첫번째, 위에서 말한 나보다는 남이 우선인 상대방의 배려다. 필요 없는 배려를 하는 친구들을 볼때면 나를 위해서 애를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야기 할때도 있다.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볼때면 어찌 마음이 무겁기 때문이다. 어쩌면 맨날 배려만 하는 내 마음이 배려를 받는 입장이 낮썰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럴때 괜한 오지랖으로 장녀 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장녀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금방 서로가 이해를 한다. 우리끼리 있을 때 만이라도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 하쟈고 대화로 마무리를 했다. 


두번째, 장녀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칭찬을 받는 것 또 한 힘들어 한다. “너 오늘 참 예쁘다.”나는 그런 말들이 너무나 불편하다. 왠지 모르지만, 그런 칭찬에 손사래를 친다. 칭찬을 받을 때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당혹감에 머리가 고장난 것 같았다. 상대방의 칭찬에 부끄러워서 그랬던게 아니다. 항상 상대방이 우선이였던 나는 나를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번째, 말수가 적다. 밖에서도 그렇게 활달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말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집에 오면 꿀먹은 벙어리 마냥 말 수가 없었다. 하물면 입댈것 하나 없이 숙제나 자기 할일이 주어지면 척척 해내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 또한 잘 들어 본적 없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왠만하면 내선에서 처리했고, 필요한게 있으면 이야기 할뿐 시시콜콜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다. 부모님은 그런 내 모습이 점점 더 당연하다고 느낄 때 쯤, 난 더 서운함이 쌓여 갔을 수도 있다. 


네번째, 난 내 이야기를 남에게 잘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들어 주는 편이지만 내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게 좋았다. 그게 내 장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커서 상담일을 하고 싶었다. 장녀라면 위 내용들이 공감될 거라고 생각 한다. 또 내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내 속내를 들키기 싫었다. 


다섯번째 자신을 돌볼줄 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남에게 양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 하면서 정작 본인을 생각하지 못하는데서 위와 같은 행동들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런 생각에서 겉 행동과 내 마음이 많이 부딪힘을 나중에 커서 알았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 하고 챙기다 보니 내 마음은 항상 우울하고 불편하고 불안했다. 하기 싫은 배려를 억지로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럴 때면 내가 아주 가식 적인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렇다고 배려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배려가 필요 하지만,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려를 해야 했고, 남보다는 내가 우선이 되었어야 했다. 지금은 이 모든 사실을 안다. 이것이 내 성격 때문이었는지, 장녀 였는지 아직도 정확히 판단하긴 힘들지만, 장녀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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