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쉐프가 말아주는 세계정세 스파게티 : 순한맛 다섯 번째
이 글은 '세계정세 스파게티 : 보호무역 편' 5편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eb690529fcce49a/9
▶1편 : 1편: 자유무역 하자더니, 이제와서 보호무역 하겠다고?
▶2편 : 2편 : 보호무역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죠?
▶3편 : 3편 : 스페인의 해는 어떻게 저물어 갔는가?
▶4편 : 4편 : 제조업이 무너지면, 나라에는 무슨일이 벌어지나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데?”
앞 편들에서 대충 이런 그림을 봤다.
자유무역 → 세계가 넓어지는 것처럼 보임
그런데 실제로는 제조업 생태계가 한쪽으로 쏠림
어떤 나라는 ‘부’는 남는데 ‘부를 만드는 근육’이 빠져나감
스페인은 금·은 덕에 부자가 됐지만, 산업기반이 약해져 재정이 계속 터짐
현대 강대국도 자유무역을 통해 기반산업이 약해짐.
결국 기반 산업, 제조업을 지키려면 자유무역 보다는 보호무역을 선택하게됨.
“그래서 보호무역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보호무역은 겉으론 “산업 보호”지만, 속은 단순하다.
“우리 밥그릇부터 챙긴다.”
강대국이 보호무역을 들이미는 이유는 요약하면 두 개다.
(1) 제조업이 빠져나간다는 공포
공장이 떠난다는 건
일자리 몇 개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그 위에 얹힌 기술·숙련·부품업체·공급망 생태계 전체가 날아가는 것이다.
스페인이 그랬다.
돈은 있었지만, 그 사이 자국 생산능력이 사라졌다.
결국 강대국들이 느끼는 첫 번째 공포는 이것이다.
“우리도 스페인 꼴 나는 거 아니냐?”
(2) 유권자 분노에 대한 공포
동네 공장들이 문 닫았다는 뉴스가 쌓이면
정치인들은 무조건 흔들린다.
자유무역이 나라 전체 파이를 키워도
지역별로는 불평등이 커진다.
그래서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끌어오겠다고 돈 뿌리고,
EU가 전략산업을 내부에 묶어두겠다고 하고,
일본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는 거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문장은 늘 비슷하다.
“일자리 지키겠다.”
“전략산업 보호하겠다.”
“공급망 안전하게 만들겠다.”
근데 문제는,
이 보험이 굉장히 비싸다.
(1) 재정 비용 폭증
보조금·세금감면·인프라 투자... 다 세금이다.
(2) 소비자 부담
관세 올라가면 수입품 비싸지고, 물건 가짓수도 줄어든다.
(3) 같은 공장을 여러 번 짓는 비효율
국가마다, 경제블록마다 “우리도 하나 있어야지?” 하면서
국가별로, 경제블록별로 동일한 공장을 여러개 짓는 상황이 온다.
안보 관점에선 이해되지만
경제 관점에서는 그냥 “같은 스파게티 여러번 끓이는” 짓이다.
무역은 짝사랑이 아니다.
“우리만 보호무역할게, 너희는 계속 열어둬”는 불가능하다.
한 나라가 장벽 올리면,
다른 나라는 자동으로 이렇게 반응한다.
“저놈 저거 칼 들었는데... 우리는 총 들어야지.”
이게 반복되면 결국
A국 관세 인상이
B국 보복 관세로 이어지고
공급망이 ‘우리 편’ 중심으로 재편되고
돈·기술·부품이 블록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체계로 고착
이게 진짜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산업을 지켰다”인데
실제로는 세계시장이 찢어진다.
세계가 좁아진다는 건
“교역 줄었다”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이 찢어지고
전략산업이 중복되고
국가 혹은 경제블록끼리 서로를 ‘리스크’로 보기 시작하고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2편에서 설명한 것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1) 오판 위험 증가
얽혀 있으면 싸우기 조심한다.
덜 얽히면 “이 정도는 때려도 버티겠지?” 유혹이 생긴다.
(2) 동맹 압력 증가
“너 우리 편? 저쪽 편?”
이 질문이 갈수록 빡세진다.
(우리가 지금 눈치보는것도 유사하다)
(3) 정치가들의 위기 악용
경제가 어렵고 분노가 쌓이면
“바깥 위협”을 강조하고 지지율을 올리려는 유혹이 커진다.
이때 보호무역은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다.
경제적 언어를 빌린 정치적 무기가 된다.
(먹고 살기 팍팍해질수록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표를 얻는다.)
여기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든다.
“자유무역도 위험하다 하고
보호무역도 위험하다 하면
그럼 도대체 뭐가 맞다는 거야?”
결론은 이거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은 둘 다 극단으로 가면 ‘다른 방식의 위험’을 만든다.
자유무역의 위험:
부는 들어오는데 산업 근육이 빠질 수 있음
(얼마 전 까지의 세계 흐름)
보호무역의 위험:
산업을 지키겠다고 장벽 치다가
세계가 갈라지고 충돌 위험이 커짐
(지금의 세계 흐름)
둘은 서로의 부작용을 해결하려다
다른 부작용을 만드는 풍선효과가 생긴다.
(부풀어오른 풍선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튀어나오는)
말하고싶은 핵심은 무역체계 자체가 아니라 ‘세계가 얼마나 좁아지고 있는가’다.
여기서 충돌 가능성이 생기고,
이 좁아진 공간이 새로운 경쟁의 무대가 된다.
먹을 것이 줄어들면
짐승도, 사람도, 국가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맞기전에 먼저 공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작동한다.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를 선빵친 이유도 이거다.
(역사학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선빵필승.’)
식민지 경쟁의 귀환은
전쟁의 귀환과 거의 붙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스페인의 교훈:
돈만 돌고 산업이 비면 나라 근육이 빠진다.
21세기 보호무역:
미국·EU·일본·중국·인도·한국까지
“우리 산업·우리 공급망” 모드.
(세계판 물산장려운동)
보호무역의 실제 효과:
단기: 산업 몇 개 숨통 트임
중기: 세계는 블록화, 비효율↑
장기: 긴장↑, 선택지↓, 오판의 비용↑
결론은 딱 하나다.
세계는 더 좁아지고
선택지는 줄고
실수의 비용은 커진다.
여기서 누가 살아남느냐는
각 나라가 “뭘 지키고 뭘 포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산주의 사상가들은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를 제국주의라고 말한다.
맑스는 해외팽창만 말하긴 했지만, 그게 제국주의가 되는 셈이고
맑스와 힐퍼딩의 워딩을 받아서
레닌은 직접적으로 자본주의 최고단계가 제국주의라고 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그래서 제국주의랑 무슨 상관인데?”
보호무역이
블록경제를 만든다.
블록경제의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정상적인 경제권이라면 생산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늘어난 생산량을 감당하지 못하면
제국주의처럼, 내 물건을 강매할 대상을 찾아 나선다.
그러니까...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어이, 너 내 물건사라. 비싸게.”
마지막편(6편)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