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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봉 Aug 01. 2022

서글픈 다이나믹 코리아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방역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러 봉쇄조치로 전 세계 사람들은 답답해하고 있었다. 이런 흉흉한 시기에 참 한국인답다는 뉴스를 봤는데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있는 주점들이 야외포차를 운영되면서 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내 영업이 금지되자 한국인 점주들이 한국의 포차 문화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뉴욕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뉴욕시에서도 지원을 하게 되었고, 주말에는 코리아타운의 도로를 폐쇄해 야외포차를 더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픈 스트리트로 지정된 후 ‘뉴욕 명물’로 입소문이 나면서 다양한 인종이 방문하는 코로나 시대에 핫한 지역이 되었다고 했다.


써클 대동 후 현수와 코리아타운에서 다시 만났다. 아무래도 추운 날이 지속되니 따듯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어서 같이 한식을 파는 식당에 가자고 했다. 맨해튼의 32번가 일대에 자리 잡은 코리아타운은 중국색으로 가득 채운 차이나타운과 다르게 뉴욕의 건물들과 한글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한글 간판과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한국말이 반가웠고 머나먼 타국에 한국인의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현수와 들어간 어느 한식당엔 많은 한국인과 아시아 계열의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종종 서양사람들도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데려 온 것으로 보였다. 한국의 음식을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마지못해 온 듯한 사람들도 보였다. 젓가락질과 동양의 문화를 낯설어하는 서양인들을 구경하는 재밌었는데, 돌솥비빔밥을 시킨 어느 백인이 돌솥이 달궈져 있는지 모르고 손으로 잡았다가 난리가 났던 해프닝도 있었다.


1월의 맨해튼의 추위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따듯한 커피나 다른 나라의 국물요리가 주지 못하는 한국 음식만의 뜨끈함이 필요했다. 메뉴판에 김치찌개를 비롯한 많은 국물 요리에 고민했지만 새해인 만큼 떡만둣국을 골랐다. 따듯한 국물이 몸속에 들어오자 추위에 얼어버린 몸은 물론 마음속 깊이에 자리하로 있는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도 스르르 녹여 버렸다. 


한국의 뜨끈함을 채우고 당연한 듯 우리의 발걸음은 술집으로 향했다. 마루라는 가게였는데 미국과 한국의 정서가 적절히 섞인 라운지 바였다. 모던한 미국식 인테리어에 각종 한국의 문화재와 작은 오브제들이 한국 술집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9시쯤 술집에 들어가서 그런지 가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가게 내부엔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대부분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자리에서 우리는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그동안과 즐겁고 가벼웠던 대화와 다르게 현수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여행객이고 한국에서만 생활했던 나였기에 유학생활은 재밌어 보였지만 타지에서 살아가는 것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힘듦은 당연했고 문화 차이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보니 맘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 없어 외로워했다. 그래서 친구가 뉴욕에 놀러 왔다고 부리나케 놀러 왔나 보다. 나도 여행하는 동안 한국말을 하는 순간이 정말 편안하고 좋았는데 현수는 오죽했을까? 아직도 타지에서의 고독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물어볼 사람 없이 혼자서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그때의 내 심정과 비슷하다면 지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수의 대학 이야기와 내 생각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라운지에는 어느새 사람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처음 들어갔왔을 때와 다르게 비 아시아인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 것이었다. 


“외국인도 많이 오네…”


나의 혼잔 말을 들은 바텐더는 그 이유를 알려줬는데 맨해튼의 다른 가게에서 술을 먹다가 영업이 종료가 되자 젊은 뉴요커들이 K타운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국적 불문하고 새벽까지 놀고 싶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다이내믹한 한국인의 유흥문화가 뉴요커들에게 통하는 순간이었다. 


빈자리를 채워가는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들을 보며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한국의 다이내믹한 술자리가 알려졌으면 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국의 자영업자들은 왜 밤늦게까지 여는 가게를 운영 안 하는지 궁금했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사회심리학자인 허태균 교수님의 강의가 추천해줘서 보게 되었는데 한국인은 주체성이 강해서 판매되는 물건의 능력의 150%를 사용한다는 인사이트를 말했다. 와플 기계에 크루아상을 비롯해 떡, 감자채 등 다양한 음식을 구워 먹는 게 유행했던 것처럼 강한 주체성 때문에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시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강한 주체성의 부작용은 우리의 신체도 그만큼 무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욕을 비롯해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는 가진 것에 비해 잘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이상을 더 달릴 땅이 있는 나라들을 보며 규모의 차이가 느껴졌다. 규모와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건 우리 모두가 100% 이상을 무리하면서 사는 삶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어느 나라를 여행해도 우리나라 사람보다 여유롭고 마음 편해 보이는 모습을 한 외국인들을 보면서 우리의 슬로건인 ‘다이나믹 코리아’의 어두운 면을 곱씹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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