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절에 이력서를 냈다

프롤로그

"그럼 절에서 일해보는 건 어때요?"


나의 요가 스승인 샤띠가 말했다.


샤띠는 나에게 요가를 제대로 알려준 스승이다. 그는 절에서 몇 년 동안 수행하며 요가를 했고, 마음공부에도 깊이 몰두한 수행자였다. 나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요가를 제대로 배웠다.


그런 그가 내 고민을 듣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


"잉? 절?"


나는 불교 신자라 절과 스님이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절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내가 반복해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샤띠와 통화하던 당시, 나는 호기롭게 도전한 관광사업에서 실패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IT업계에서 일했다. 일은 재미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공황장애를 겪었고, 네모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 점점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내가 진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건 뭘까?"


이 화두를 붙잡고 스스로를 계속 관찰했다. 내가 가장 활력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고,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그곳을 소개하는 순간들.

그때 나는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관광업이 내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2024년, 관광사업에 도전했다.
국가지원사업에 여러 개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함께하던 동료와도 의견이 맞지 않아, 준비하던 투어들은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마다 지쳐버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내 모습이 또 보였다.

너무 이 업계에서 자리 잡고 싶었고, 너무 간절했기에… 정말 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행공간인 절에서 일해보라는 샤띠의 제안이 솔깃했다.

절에서는 세속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를 것 같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여유 속에서 나를 관찰하다 보면, 어쩌면 나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절에 이력서를 냈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