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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구인구직을 합니다

불교판 잡코리아, 사찰넷

직장인 시절, 이직을 위해 채용 사이트를 자주 방문했던 당시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절에선 사람을 어떻게 뽑지?’


그래서 채용 사이트 검색창에 서울에 있는 유명한 절들을 쳐봤다.

하지만 잡코리아, 사람인 등 찾아봤지만 절과 관련된 채용공고는 없었다.


"절은 그냥 조용히 유지되는 공간인가?"

"여기선 직업이란 개념이 아예 없나?"


그렇게 나는 절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절에서 일해보라고 제안했던 샤띠는 사찰넷이라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그곳에서 절의 구인구직이 일어난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후 나는 바로 사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밀스러운 세계에 접속한 기분이들었다.


사찰넷.png 사찰넷 메인화면


“와… 진짜 옛날 감성이네.”


2000년대 초반쯤에 만들어진 레이아웃과 요즘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감 등

어릴 적 인터넷을 처음 만났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여긴 시간도, 기술도, 흐름도 멈춘 곳 같았다.

마치 속세의 인터넷이 닿지 않는 또 다른 영역처럼 보였다.


메인 화면에는 불교 관련 뉴스와 커뮤니티게시판이 있었고,

내가 찾던 구인구직 게시판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부동산 팝니다’ 메뉴였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나의 목적을 잊고 클릭을 했다.


'부동산 팝니다' 메뉴 속

부동산 매물 목록에는 사찰, 토지, 수행용 토굴 같은 것들이 올라와 있었다.

속세의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들이었다.


“와 여긴 진짜 다른 세계구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이런 감정이었을까?
불교인들만의 경제 시스템, 그 안에서만 존재하는 거래를 보며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절이라는 공간은 당연히 ‘영적인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자산’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그런데, 진짜 충격적인 게 남아 있었다.


구인구직 탭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절들이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공양주 보살, 행정직 직원, 템플스테이 담당자 등 생각보다 직무도 다양했고

공했던 채용사이트와 다르게 활발하게 구인구직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다 멈칫했다.


"기도 스님 모십니다."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스님도… 구인을 한다고?


이건 대체 뭘까?


나는 스님들이 어느 절에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수행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보이는 모습으론 스님도 ‘채용’ 대상처럼 보였다.


‘사찰넷’에 보인 불교의 세계는 정말 새로운 세계였다.

일반적인 채용 포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직업군,

세속의 시스템과 동 떨어져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보면서

‘불교인들만의 갈라파고스’ 같았다.


절에서 일하는 것은

세속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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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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