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AGE Jun 05. 2024

첫 번째 집 - 빌라에서의 신혼생활 2

에어컨 없이 보낸 여름



당시 직장 사수에게 신혼집을 구했다는 것과 불법건물이라 전세자금대출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 드렸다.


"그래? 근데 그거 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잘 알아보고 한 거 맞아? 그런 건물은 보통 건물주가 퇴직한 교장선생님이라 하면서 믿어도 된다고 그러는 경우 많던데~"

"헐.. 대박.. 부동산에서 건물주가 퇴직한 교장선생님이라고 그랬는데?!"


부동산 지식이 하나도 없던 우리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 의심도 없이 계약서를 썼던 것이었다. 다행히 사는 동안 문제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계약이었다.




살림들을 넣느라 친정엄마가 처음 신혼집에 방문하셨다. 내가 태어난 이래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으니 엄마도 빌라는 낯선 건물이었다.

좁은 복도 끝에 우리 집 현관문이 있었고, 바로 오른쪽에 옆집 문이 있었다. 즉, 두 집이 동시에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 엄마의 얼굴에 당황함이 가득했다.


"좀 더 알아보고 구하지, 아휴...."

"신혼은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뭐~ 아파트는 비싸서 못 구해. 둘이 살기 적당하지 뭘.."

 

방 두 개에 거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구조. 베란다는 남향이었지만 앞 건물이 바짝 붙어있어 해는 들지 않았다. 층고가 달라서 안방에 넣으려던 장롱은 작은 방으로 갔다.




남편이 다음 해에 해외로 몇 년간 파견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전은 최소화했다. 냉장고도 구형의 작은 사이즈, 에어컨도 사지 않았다. 1년만 버티면 되었기 때문이다.


에어컨 없이 보내는 여름은 최악이었다. 자다가 너무 더워서 샤워를 하기도 하고 도둑이고 뭐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자기도 했다. (남편은 그때 좀 무서웠다고..) 벽걸이라도 하나 살걸.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겨우 여름을 버티고 가을이 되었다.

해외 파견 다니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남편은 돌연 이직을 결심한다.


그럴 거였으면 에어컨을 샀지!!!!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고 10월 중순, 목표로 했던 금융공기업 신입사원 모집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남산타워에서 이직 합격을 자축했다.




이전 01화 첫 번째 집 - 빌라에서의 신혼생활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