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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Jun 12. 2024

두 번째 집 - 84년생 24평 아파트 2층 1

따듯한 물을 잘 나오는데.....



우리의 두 번째 집은 나와 나이가 같은 84년생 아파트이다. 단지 내에서 가장 작은 평수였고, 복도식이었다. 2층이고 정문과 가장 가까운 동이었다.


회사에서 임차사택으로 가능한 금액을 딱 맞추어 계약할 수 있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상일동에 있었고, 남편은 여의도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괜찮은 위치였다. 무엇보다 아파트임이 좋았고, 따듯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행복했다.


거실다운 거실이 생겼고, 장롱과 침대가 함께 머무는 안방다운 안방을 꾸몄다.

집이 넓어지니 가구도 새로 들였다. 거실에는 2인용 소파를 넣고, 실내 바이크도 마련했다. 물론 2 in 1 에어컨도 설치했다!


이사를 얼마 앞두고 임신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넓고 좋은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구나!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생각에 두 배로 행복했다.




이사를 마치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었다.


음?? 물 색이 좀 이상한데??

아닌가? 내 눈이 이상한가...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욕조에 물을 받아보았다. 찬물은 괜찮았다. 뜨거운 물을 틀었다.


헉!! 자기야!! 물이 노래!!!ㅠㅠㅠ


30살 아파트... 녹물이었다.


와... 따듯한 물이 세게 잘 나오는 것만 신경 썼지 녹물은 생각도 못했네... 구축 아파트라면 녹물이 나오는지, 배관공사를 언제 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난해졌다.

아이를 낳으면 이 녹물에서 어떻게 샤워를 시키지?! 빨래는 어쩌지? 녹물로 빨래하면 피부에 안 좋지 않을까?


급하게 녹물 대처 방안을 검색해 보고, 필터를 설치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샤워기와 세탁호수에 낑낑거리며 필터를 설치했다. 세면대와 싱크대는 방법이 없으니 가능하면 찬물만 사용하기로 한다.




필터를 설치하고 나서는 더 이상 물이 노랗지 않았다. 그저 필터 교체 주기가 빨랐을 뿐이다. 더러워진 필터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지만 대출 이자 내지 않고, 더 좋은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아이를 맞이할 준비는 해놨지만

아이는 금방 우리를 떠나고 말았다.


임신하고 구입했던 태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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