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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Jun 21. 2024

세 번째 집 - 94년생 16평 아파트 1층 2

다시 찾아온 아기천사



안방에 화장대 겸 서랍장, 소파, 퀸사이즈 침대, 장롱을 다 넣었다. 성인 네 명이 모여 앉을 정도의 공간만 남았다.


화장실 문 바로 옆에 식탁을 두었다. 앉은 사람이 비켜 주어야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탁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면 바로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었다. 손만 뻗어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낼 수 있던 것만큼은 편했다.

작은방에는 2인용 책상과 행거만 두었다. 여기서 같이 공부를 하기도 하고 게임도 했다.


환기를 위해 열어둘 창은 작은방뿐이었다. 창문을 열어두면 1층 복도를 왔다 갔다 운동하는 할머니가 자꾸 안을 쳐다본다. 마음 편히 창문을 열고 있을 수가 없다. 앞으로 복도식 1층만큼은 피하자 다짐했다.


잦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 집 안을 기웃거리는 할머니와 밤마다 들리는 난동소리에 남편도 힘든 기간을 보냈다. 냉장고에 붙여 둔 배치도를 보고 견뎠다고 한다.




유산을 한 이후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임 검사도 받고 인공수정 시술도 한차례 받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임신이 되지 않아 실망이 컸다. 결혼한 지 만 4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가 생기지 않은 덕분에(?) 지출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2,3년을 모았으니 입주는 점점 현실화되어 갔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을까.


회사에서 비전을 찾기 어려워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계속된 기다림과 실망을 반복하다가 결심을 하나 하게 되었다.

이번달까지 임신이 안되면 깨끗하게 포기하자. 둘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생리가 시작하면 바로 PEET(편입시험) 학원에 록하리라 마음먹었다.




예정일이 지났다. 날짜가 정확한데 소식이 없다. 임신테스트기를 사 왔다.


"자기야 두줄이야!!"


감사하게도 임신이 잘 유지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덧이 시작되었다. 침대에 누우면 머리맡 1m 거리에 냉장고가 있다. 평소에는 못 느끼던 냉장고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문만 열면 속이 울렁거렸다.

안방 미닫이 문을 늘 닫고 살았다.


입덧할 때 먹고 싶었던 수박. 2월 16일에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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