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집 - 94년생 16평 아파트 1층 1
중도금 대출은 알아서 실행되었다. 현관만 우리 집, 나머지는 은행 거였다. 계좌에 어느 정도 돈이 모일 때마다 상환을 했다. 그렇게 우리 지분을 넓혀 갔다. 돈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다.
분양받은 아파트 프리미엄이 점점 올라갔고 이후 미사신도시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신났다. 그러나 그 여파가 당장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 전세 만기가 되어갈 때쯤 전세금을 5천만 원 올려달라는 말을 전달받았다. 2년 만에 30프로가 뛴 것이다. 다시 이사할 집을 찾아야 했다.
동네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평수를 줄여야 했다. 주변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따듯한 물이 잘 나올 것
녹물이 나오지 않을 것
길동역 근처에 있는 단지를 만났고, 그렇게 세 번째 집이 결정되었다.
94년생 16평 복도식 1층.
10년이나 젊은 아파트였으나 평수도 층도 낮아졌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견딜 수 있었다. 이제 1년 반만 지나면 새집에 입주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고생하며 바짝 조여 살아보기로 했다.
이사할 집이 며칠 먼저 빠졌다. 집이 작으니 이사 청소를 직접 하기로 했다. 세제, 걸레 등등을 동원해서 닦고 또 닦았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 다짐했다.
2015년 2월 9일.
1년 10개월 살고 두 번째 이사를 하게 되었다.
소개받은 이사업체를 이용했다.
나중에 남편에게 듣기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 집에서 이삿짐 빼는 게 영 못마땅한 얼굴이라 했다. 이사 갈 집에 도착하더니 갑자기 숙연해졌다더라.
24평에서 16평으로 갔으니 망했나 보다 생각했던 걸까.
거실 없는 투룸구조. 미련하게 대부분의 가구와 가전을 다 들고 왔다. 가장 안쪽에 넣을 세탁기를 처음으로 순서대로 가구를 집어넣었다. 바닥이 남는 부분이 얼마 없었다.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입주할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냉장고에 붙여두고 매일 쳐다보면서 살았다. 아니,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