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있는다. 롱스커트는 안 어울릴 것 같고, 이건 등원룩인데..음.. 반바지는 안될 것 같고..
결국 오늘도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꺼내입는다. 마치 수요일마다 입는 유니폼 같다.
둘째 아이와 함께 서둘러 집을 나선다. 짐이 많다. 작은 크로스백을 먼저 어깨에 걸고, 묵직한 기타 가방을 다른 쪽 어깨에 멘다. 하필 수요일마다 아이 유치원에서 수영 수업이 있다. 유치원 가방과 수영가방 끈을 하나로 모아 팔에 건다. 뒤뚱거리며 집을 나선다.
아이를 유치원에 내려주고 서둘러 교회로 건다. 매주 수요일 오전, 시니어 예배가 있다.
나는 예배 밴드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신나는 드럼 비트에 맞춰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닥이고 다리를 들썩거린다. 아줌마가 주책인가 싶은 생각에 다시 얌전모드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긴, 시니어 예배라 대부분 65세가 넘은 분들이다. 딸 보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아예 관심이 없으실지도.
나는 아마추어 베이시스트이다.
중학교 3학년까지 10년간 피아노를 배웠다. 평생 피아노만 칠 줄 알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교회 예배 반주자로 봉사했다.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옮겼을 때 상황이 달라졌다. 내 피아노 실력으로는 어디서 명함도 내밀기 힘들었다. 가끔 건반 땜빵을 하면 너도 피아노 칠 줄 알았냐며 놀라는 사람도 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며 베이스 기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일 년 남짓 악기를 배웠다. 여러 차례 공연을 하고, 졸업 이후 우연한 기회들로 연주를 이어오게 되었다.
1년 배운 베이스 기타였지만 어딜 가든 대환영을 받았다. 그야말로 레어 아이템. 해외에 살면서 다녔던 한인교회, 회사 신입사원 시절에도 베이스 기타의 덕을 톡톡히 봤다.
새로 옮긴 교회에 적응할 때도, 결정적으로남편과의 만남 역시 베이스 기타가 오작교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은 작지만 소중한 수익도 얻고 있다.
"둥 둥 둥"
묵직한 베이스 기타의 음이 심장을 울린다. 처음 베이스 기타를 잡았던 순간부터 20년이 흘렀다. 나에게 베이스 기타는 단순한 악기, 그 이상이다.
우연한 기회로 배웠던 하나의 경험이 내 인생 곳곳에서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베이스 기타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들은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나의 삶을 연주해 왔다.그러한 순간들을 적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