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뿜뿜 하던 드러머와 기타리스트친구들이 첫 공연을 할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 홍대 앞 라이브홀에서 공연할 밴드를 모집한다고 했다. 거기에 지원했고 뽑혔단다.
첫 데뷔를 홍대 앞 공연장에서 하다니.
음악이야 준비하면 되지만 의상이 문제였다. 당시 나는 전형적인 공대녀 스타일이었다.(아름이 아님 주의) 그래도 무대에 서는 건데 의상은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엄마가 사다준 옷이나, 같이 매장에 가서 엄마가 골라주는 옷을 입곤 했다. 평범한 바지와 티셔츠가 대부분이었다. 6년 동안 교복만 입고 다녔으니 스타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여보컬 친구와 같이 동대문에 가보기로 했다. 가격 흥정을 잘 못하면 바가지를 쓸 수 있다느니.. 일단 겁부터 먹고 들어갔다.
어디서 뭘 어떻게 고르고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는 힙합으로 골랐고, 나는미녀베이스라는 칭호(죄송합니다...ㅋㅋ)에 맞춰 옷을 골랐다.
공연날만 입고 한번도 안입었다.(어색 그 자체..)
다섯 곡 정도 준비했던 것 같다. 난도는 높지 않으면서도 신나는 음악으로 골랐다.어떤 노래들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의 첫 합주곡만큼은 아직도 생생하다.
레이지본의 <사랑하고싶어>
내가 캠퍼스에 있는 동안 매 기수마다 이 곡이 대표곡처럼 이어내려 왔는데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계승정신 약한 기수 어디니...)
2004년 1월.
우리는 공연의 첫 시작을 맡았다. 첫 무대인데 첫 무대인 셈이다.긴장했었나.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한결같이 참 다소곳하다. 분명 신나는 음악을 했을 텐데..
첫 무대였지만 무난하게 하고 내려왔다. 우리만 무난했던 건지 듣는 사람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동기 친구들과 입학이 예정되어 있는 04학번 후배 서너 명의 아이들이 응원 와줬다.
뒤풀이를 했다. 드럼과 기타에 관심이 있다는 후배들이 있었다. 개강 후 봄 정기공연을 하고 오디션을 통해 2기를 뽑기로 했다. 우리는 이제 갓 창단한 밴드이기도 하고, 워낙 공부만 열심히 하다 온 아이들이기에 당연히 밴드에 지원자가 없을 거락 예상했다. 그 두 친구를 거의 내정하다시피 했다.
두 달 뒤, 학과 선배 동기, 후배들을 초대해서 정식 데뷔무대를 가졌다. 열곡 넘게 준비하고 외우느라 힘들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무대였다.
화려한 조명과 환호성, 수줍게 웃으며 무대 위에서 인사하고 있는 나.방방 뛰는친구들과 달리 역시나 막대기 같다. (ㅋㅋㅋ) 그래도 조용히 몸을 들썩인다. 저럴 때(날씬했을 때)가 있었구나.
2기 모집을 시작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어떻게 악기도 잘하는 건지. 상당한 실력의 드러머 지원자가 있었다. 이미 내정한 후배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떨어뜨려야만 했다. (실력으로만 하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