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참꽃마리

바빴던 시간을 보낸 뒤, 깊은 호흡과 함께 적요를 바라본다. 바쁘던 직장생활 속에 섞여 늘 앞만 보며 걸었던 나에게 비로소 멈춤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래 쥐고 있던 일을 놓아버리자 허전함이 슬핏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 빈자리에 바람과 햇살, 새소리와 웃음, 잠깐 멈춤의 순간들, 산책, 느리게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멍하게 서있기도 하는 느긋한 일상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이토록 한가로워도 괜찮을까, 이러다 내가 잊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날마다 발견하는 사소한 기쁨 속에서 조금씩 깨닫는다. 삶은 성취의 무게보다 놀이의 가벼움 속에서 더 빛날수 도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아침의 느린 햇살에도 감사하고 평범한 길가의 들꽃에도 마음을 멈춘다. 작은 웃음을 나누는 시간, 오래 미뤄두었던 취향을 꺼내 드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퇴직후에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이다.

이 책은 그 소박한 기쁨과 나직한 사유의 기록이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들이 모여, 오히려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어 간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이제 맘껏 놀아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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