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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의 스티커를 붙이고 간 아이

아이의 에피소드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주중에 내가 아이를 데리고 지방에 있다가 주말에 나와 아이가 서울로 오거나 남편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이를 아빠와 함께 서울에 두고, 내가 주중에는 지방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세팅이 바뀌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한번은 주말에 서울로 올라왔더니 아이가 입은 티셔츠와 바지에 사이즈(M M M M 이런 식의 스티커)를 표시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옷을 사고 사이즈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떼지 않은 채 걸어 놓았더니, 남편이 그대로 아이에게 옷을 입혀서 학교에 다녀온 것이었다. 


어느 날에는 남편과 아이가 나에게 번갈아 가면서 전화를 했다. 콤파스가 없는데 어디 있냐고. 콤파스가 없으면 찾으면 되고, 찾아도 없으면 나가서 사면 될 것을. 지방에 있는 나에게 전화를 하면 어찌 알리요. 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의 주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남편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해프닝들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도 적응하고 아이도 적응하고 모두 적응했지만, 여전히 나는 동분서주 홍길동처럼 지방과 서울을 밥먹듯이 오가면서 지낸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온전히 엄마의 책임이라고 생각되는 이상 여자들이 일을 지속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오늘도 꾸역꾸역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애쓰는 워킹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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