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비엔날레를 갈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TIP
공부하며 풍문으로만 들었던 베니스 비엔날레를 드디어 직접 가봤다.
2024년, 올해의 주제는 <Foreigners Everywhere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고대하던 비엔날레를 직접 관람한 소회는 복잡 미묘하다. 다만 이번 글에 녹일 것은 아니라서, 다른 글로 다시 이 부분에 대해서만 다뤄볼 예정이다.
대신 지금은 전공 특성상 또다시 베니스 비엔날레를 방문하게 될 미래의 나 자신에게 남기는 비엔날레 팁을 미리 정리해 두고자 한다. 이번에는 너무 모른 채 대충 준비해서 간 탓에 고생을 "매우" 많이 했다.
두 번 다시 같은 고생은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별 것은 아니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 남긴다. 순서는 준비 시간순.
이번 여행은 7월 1일부터 25일까지 (한국에는 26일 도착) 총 25일 일정이었다.
비엔날레를 꼼꼼하게 보고 싶었기 때문에 베니스에 9일 체류하는 일정을 픽스하고, 앞뒤는 그것에 맞춰서 짜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는 많이 갈 수 없었다. 베니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기에는 기차로 6시간 이상 걸렸고, 오스트리아 쪽으로 빠지자니 프랑스를 갈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미술 전공생으로서 오스트리아 - 독일 코스보다 프랑스를 가는 것이 볼거리가 더 많을 것 같았다.)
로마에서 베네치아까지 기차로 4시간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2시간 30분 기차를 타고 피렌체에 들렀다가 베네치아로 넘어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피렌체에는 우피치 미술관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있었기 때문.
* 결과적으로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티켓값 약 5만원 정도를 오로지 '다비드' 조각상에 태우는 것이었다. 비전공자라면 우피치 미술관만 가는 것을 추천. 아카데미아는 우피치에 비해 볼거리가 매우매우 없다.
그리고 밀라노는 원래 갈 생각이 없었는데, 베네치아에서의 9일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서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급하게 추가한 일정이었다. 1박 2일 일정으로 갈때는 기차를 타고 갔다가, 올때는 오후에 플릭스(Flix)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버스로 4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기차와 버스는 하루 전날에 급하게 잡는 바람에 미리 두 달 전에 예매했던 친구에 비해 약 2.5배 정도 비싼 값으로 사야 했다. (정확한 가격이 가물가물한데, 이탈로 기차를 친구는 18유로, 나는 44유로 정도에 샀던 것 같다.)
밀라노는 로마, 피렌체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아 정말 사람사는 도시구나 싶은 느낌이 강했다. 로마나 피렌체에서는 본적없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고, 숙소도 둘에 비해 저렴하고 깨끗했다.
그러나 쇼핑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할 것이 정말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아기자기한 디저트 찾아다니거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 더더욱 그랬다. 밀라노 대성당도 앞서 방문했던 바티칸이나 여타 성당들로 인해 이미 약간 질린 상태라 그랬나,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4층짜리 서점을 발견했던 일이었는데, 3층에 예술서적과 도록이 많아서 대략 1시간 반 넘게 구경했다. (서점은 아래의 구글링크 참조. 영어 서적도 많아서 평소에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추) 그 외에는 잇탈리 정도? 그 유명한 트러플 감자칩 사서 먹어봤는데 과연 맛있기는 진짜 맛있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현대백화점에도 입점할 만큼 유명한 식료품 전문점이라고 한다. 밀라노에 있는 것은 3층짜리였고, 과연 식재료가 정말 많았지만, 요리에 관심 없는 나로서는 뭘 사야할지 애매했다.
* Hoepli International Bookshop (밀라노 서점)
https://maps.app.goo.gl/emis1J7rrvaKVBTCA?g_st=com.google.maps.preview.copy
* Eataly (잇탈리, 밀라노)
https://maps.app.goo.gl/me1QKH3Ecr9onXVw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대망의 베네치아는 비엔날레를 빼면 볼거리 없다. (특히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을 들렀다 넘어올 경우, 높은 확률로 성당 등은 이미 질려있을 것이므로, 특별히 볼 필요 없다.) 그리고 비엔날레 전시에는 허수가 매우 많았다. 결과적으로 9일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고, 전투적으로 전시를 볼 생각이라면 3-4일이 딱 적당한 것 같다. 추천 전시가 꽤 많은데, 뒤에서 다시 정리할 예정.
마찬가지로 프랑스 니스도 여름의 니스는 예쁘다고 해서 갔던 것인데, 평소 자연에 관심 없는 나로서는 진짜 그냥 바다였다. 초록 바다? 자갈 해변이라 발바닥이 매우 아프다는 것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감상이 없었다. 단순 휴양 (= 해변에서 물멍하기)에 관심이 없다면 니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아기자기하게 작은 미술관이 많아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소소하게 있었다. 학생 무료 입장도 꽤 있어서 학생증을 야무지게 써먹었다. (대학원생도 무료 입장 시켜준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료입장이 아니라면 화났을만한 규모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기 때문에 꼭 잘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아쉬웠던 점은 근현대 미술관이 올해 1월부터 보수공사로 인해 4년간 문을 닫았다는 것)
니스의 추천 미술관은 아래의 링크 참고. (샤갈, 마티스 미술관은 워낙 유명한 니스 필수 코스라 다 알 것 같지만 링크는 걸어둔다.)
* 샤갈 박물관 (샤갈의 종교화가 꽤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티스 미술관보다 샤갈 미술관이 더 좋았다.)
https://maps.app.goo.gl/qdQ8j67LSgcMHxPU7?g_st=com.google.maps.preview.copy
*마티스 미술관 (호안 미로 작품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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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ée des Beaux-Arts de Nice (학생 무료 입장, 모네 등 유명 작가 작품도 있고, 조용하고, 규모도 앞의 두 미술관과 비슷해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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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추] Muséum d'Histoire naturelle de Nice (자연사 박물관, 학생 무료 입장, 진짜 방 한 칸이라 유료로 들어가면 화날 것 같다. 어린이와 방문하더라도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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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이탈리아] 로마 IN(3일) -> 피렌체(3일) -> 베니스(9일) & 밀라노(중간에 1박 2일) -> [프랑스] 니스(3일) -> 파리 OUT (7일)
돌이켜 보자면, 위의 동선에서 베니스 9일 일정을 3-4일로 줄이고, 유럽의 다른 국가를 한 군데 정도 더 방문했다면 어떨까 싶다. 예컨대 스위스나 스페인 정도?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이렇게 갔으면 더 알차지 않았을까.
가난한 학생이었던 나는 A급의 좋은 숙소는 금전 문제로 인해 잡을 수 없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타협을 한 저렴한 숙소를 잡았어야 했는데, 로마, 피렌체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다 괜찮았다. 시내 중심가에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거나 하는..(다행히 욕실은 방에 있었다) 나에게는 사소하지만 매우 큰 문제를 제외하면 방 자체의 컨디션은 괜찮았다. 숙소 결벽증이 있는 입장에서 (외부에서 화장실 절대 안감, 숙소 침대 위에 침낭 깔고 침낭 속에서 잠) 2일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버틸 수 있는 정도? 상대적으로 무던했던 친구는 둘 다 괜찮았다고 했다. 사실상 로마나 피렌체에서 묵을 수 있는 숙소는 한정적이고, 같은 건물 안에 숙소 2-3개가 같이 몰려 있는 것도 봐서, 어딜 잡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렴한 숙소의 경우, 공용 화장실이거나 공용 욕실이거나 둘 다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 로마에서는 공용이 아니었는데, 피렌체에서는 공용 화장실이었다.)
다만 로마, 피렌체 모두 수도관 상태가 매우 안좋기 때문에 반드시 샤워기 헤드와 필터를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새 필터가 3일만에 누렇게 변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꽤 큰 철가루도 나왔다.
신발신고 생활하는 유럽 특성상 화장실과 침실의 구분도 딱히 없기 때문에, 다이소에서 욕실 슬리퍼도 함께 구매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 중 실내용과 욕실용 슬리퍼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욕실 슬리퍼 하나 들고 공용으로 신는게 편했다. 아니면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어메니티 중 슬리퍼는 챙겨뒀다가 숙소 침실에서 신고, 욕실용 슬리퍼는 따로 두는 것도 괜찮았다.
당연하지만 여행용 변압기와 멀티탭도 꼭 챙겨야 한다. 침대 옆에 콘센트 2개 이상인 곳이 없기 때문에, 애플워치, 핸드폰, 보조 배터리 등을 모두 충전하려면 필수. (이탈리아, 프랑스 모두 220-230V 사용하긴 했는데, 간혹 콘센트 구멍이 작아서 한국에서 들고온 220V가 안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급하게 잡은 밀라노 숙소는 2019년 신축으로 잡아서 그런가 앞의 둘보다 쾌적했다. 밀라노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20분 떨어진 숙소였는데, 숙소 컨디션에 예민한 나로서는 대만족. 밤에 돌아다니기에 치안도 나쁘지 않았다. 리셉션 데스크도 24시간이었고, 1층에 경비원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만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 다음에 재방문 의사 있음. 묵었던 숙소는 아래의 링크 참고.
* 호텔 지오코사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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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밀라노 지하철에서는 소매치기 이슈가 있었다. 3-4명이 둘러싸고 1명이 정신없게 말걸면, 그 외 인간들이 뒤적뒤적하는.. 다행히 도난방지 스트랩 때문에 지갑을 통채로 들고 나가지 못했다. 때문에 반드시 핸드폰 스트랩과 지갑용 도난 방지 스트랩은 구매하는 것을 추천. 요즘은 서양인들도 다 스트랩으로 손목에 핸드폰 묶고 다닌다.
문제는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 숙소는 본섬 내부와, 외곽인 메스트레 지역으로 나뉘는데 본섬 숙소는 절대 절대 절대 비추한다. 돈 들여서 1박에 몇십만원 이상인 숙소를 잡을 것이라면 상관 없을 듯 하지만, 돈없는 학생으로 저렴한 숙소, 에어비엔비를 찾아보고 있다면 절대 본섬 내부 숙소는 보지 말길. 우선 여름의 베네치아는 날씨 자체가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앞의 로마, 피렌체, 밀라노에 비해 매우 거지같다. 매우 습하고, 덥다. 딱 우리나라 여름인데 그보다 체감 기온이 높았다.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양산 없이는 걷기가 힘든데 그 와중에 그늘도 없고, 다 돌바닥이다.
앞의 세 도시는 죽을 정도로 덥지도 않았고, 바람은 시원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괜찮았을 뿐만 아니라 모기를비롯한 벌레도 딱히 없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덥기도 죽일 듯이 덥고, 습하고, 돌바닥에 물이 고이니 냄새도 난다. 당연히 모기도 엄청 많은데 방충망은 또 없다. 에어컨도 거의 없다. = 죽음
베네치아 숙소는 꼭 본섬 밖의 메스트레 지역 숙소를 잡길 추천한다. 본섬 안에는 애초에 숙소가 몇 개 없고, 그래서인지 숙소 컨디션도 개떡같은 것에 비해 가격만 비싸다. 그리고 그것을 몰랐던 나는 숙소가 너무 축축하고 더워서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못잤다. 그마저 시끄러운 선풍기 소리 때문에 자다깨다를 반복. 베네치아에 머무는 9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짧은 기간, 섬 안팎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나-를 고민한다면, 괜찮다. 생각보다 별로 멀지 않고, 대중교통도 잘되어 있어서 30분 내외의 시간으로 섬에 도착할 수 있다. 메스트레역 근처의 숙소를 잡고, 본섬에는 전시를 볼때만 들어오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어차피 베네치아 교통비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에 비해 말도 안되는 바가지 요금으로, n일 정액권 구매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오가는 교통비는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겨울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베네치아에서 돌아다니면서 접했던 본섬 건물들 컨디션 자체가 앞의 세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별로라서 굳이? 비슷한 돈을 내고 더 후진 숙소에 묵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숙소 컨디션은 관계 없고, 30분이라도 이동 동선을 줄이고 싶다면 또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하지만 비엔날레의 위성 전시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이동 동선이 매우 길고, 힘든 일정이 될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숙소는 좀 괜찮은 곳을 잡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참고로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선풍기는 의외로 쓸모 없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는 바람이 시원해서 괜찮았고, 베네치아는 아예 손선풍기 따위로는 해소되지 않는 더위였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마트에서 500ml 생수를 사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들고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얼린 생수를 싸서 다닐 손수건 한 장 챙겨두면 유용하게 잘쓴다. 고무줄이나 머리끈으로 묶어서 썼다.
생수나 작은 간식거리 정도는 현지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숙소 도착한 날은 어차피 뭘 하기가 애매하니 그날 근처 마트에 가서 500ml 생수와 작은 간식거리를 사뒀다가, 다음날 챙겨서 나가는게 좋다. 생각보다 미술관도 크고, 식사 외에 어디 들어가서 간단히 요기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작은 과자나 사탕, 젤리 따위가 꽤나 큰 힘이 된다. (물가가 미쳤기 때문에, 간단 요기를 위해 식당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것도 있다) 중간중간 급수대도 있어서 500ml 생수를 다 마신 뒤에는 보충도 가능하다. 텀블러 들고가도 좋겠지만, 여행 내내 텀블러 씻으면서 다녀야 하는게 번거로워서 나는 안들고 갔다.
동네 구멍가게와 마트의 물가 차이도 꽤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경우 Pam, COOP 같은 마트를 찾아서 가면 좋다. (돌아다니며 보니, 저 둘이 제일 큰 마트 체인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환전. 환전은 꼭 여행 시작 전에 예산의 70-80% 정도는 해두는게 좋다. 이번 여행에서는 환전을 조금만 해서 갔는데, 그 결과 1515원이라는 엄청난 환율과 마주해야 했다. (여행 전에 환전했을 때는 1478원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지금의 환율이 내가 여행을 가게 될 성수기보다 쌀 수밖에 없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비행기, 기차, 버스가 있다. 그러나 로마-베네치아가 비행기로 1시간이므로, 그보다 위쪽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기차나 버스 중에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둘 다 타본 입장에서 버스보다는 기차를 추천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그날 하루를 통으로 비우는 편이 좋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리뷰처럼 이탈리아는 교통편이 갑작스럽게 지연되거나 운행 취소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가 탔던 기차는 괜찮았지만, 우리 앞뒤로 있던 기차들에서 15-20분 가량 지연 표시가 뜨는 경우는 항상 있었다. 거기에 이탈리아 시내 버스의 경우에도 갑자기 버스 헤드에 파업 전광판 띄우고 운행을 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30분 넘게 기다리거나 돌아가야 했던...), 아무리 넉넉한 시간으로 예매해둔 표일지라도 괜히 날릴까봐 걱정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목적지 도착한 이후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좋다. 느긋한? 이탈리아에서 한국식 스케줄로 피보지 말자.
기차. 버스보다 기차를 추천하는 이유는 당연 시간과 쾌적함, 비슷한 가격(선예매 기준) 이다.
기본적으로 기차 2시간 거리는 버스로 4시간 +a이다. 짧은 일정이라면 2시간 세이브를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무조건 기차를 추천한다. 거기에 에어컨을 보기 어려운 이탈리아지만 기차에는 에어컨이 있다. 심지어 약간 춥게 느껴질 정도로 세게 잘틀어준다. 여담이지만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이국적인 벌판과 소소한 마을 정경이라 꽤나 운치가 좋다. 기차 내부도 굉장히 깨끗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꽤나 쾌적하게 보낼 수 있다. 특히 기차표를 미리 예매할 계획이라면 버스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나 여행 경험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기차가 가성비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표를 미리 예매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인데, 앞서 언급했듯 여정 하루 전날에 예매하면 선예매보다 약 2배 이상 비싼 값에 표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버스도 마찬가지. 그리고 표도 시간대별로 가격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저렴한 시간대가 따로 있기 때문에, 예매할 때 가격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 트랜 이탈리아나 이탈로나 가격은 거기서 거기이니, omio라는 앱을 통해 버스, 기차를 통합 조회해보고, 예매는 기차라면 트랜 이탈리아나 이탈로 홈페이지에서, 버스는 flixbus 앱에서 하면 된다. (omio는 수수료 때문에 더 비싸기 때문)
기차역에 소매치기가 그렇게 많다던데 괜찮냐고 한다면, 괜찮았다. 소매치기보다 캐리어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기차 시간 기다리는 관광객이 더 많았다. 그들 가까이에서 같이 멍때리고 있되, 본인이 정신줄만 놓고 있지 않는다면 괜찮을 듯.
다만 한 가지, 기차에서는 캐리어를 머리 위에 있는 선반에 올려야 했는데, 나 혼자 23키로 캐리어를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이 참 쉽지 않았다. 다행히 먼저 낑낑거리고 있으면 감사하게도 매번 도와주시는 분들이 나타났다. 대체로 친절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포인트까지는 아닌 것 같다.
버스. 대부분 flix bus를 타는데, 중간중간 들르는 역도 많고, 중간에 법정 휴게 시간 준수를 위해 정차해서 10-15분간 쉬어간다. = 시간이 오래걸린다. 나는 밀라노-베네치아 까지 버스를 탔는데, 알고 보니 내가 탄 버스가 슬로바키아까지 가는 초장거리 버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버스가 이런 식. 때문에 중간에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아 옆자리가 수시로 바뀌었다.
사실 모든 것을 다 떠나 제일 힘든 것은 냄새였다. 내 뒷자리에는 커플이 앉아 있었는데, 여자 쪽이 앞좌석인 내자리 쪽 창가에 올리고 갔다. 내 자리는 통로 쪽이긴 했는데, 통로 맞은편 백인 여자도 신발 벗고 갔기 때문에 냄새가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 외에도 신발 신고 좌석 위에 발 올리고 가거나, 앞좌석을 발로 꾹 누르면서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한국인으로서 문화 충격이었다. 아마 장거리 버스라서 그런 듯? 거기에 과자 같은 주전부리도 서슴없이 먹는데, 사람 냄새랑 과자 냄새가 섞인다면? 최악. 진짜 최악. 진짜 10달러라도 아껴야겠다는 강력한 동기부여 없이 나는 두 번 다시 버스는 안타고 싶었다.
베네치아에서는 매년 비엔날레가 열린다. 2024년인 올해에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내년에는 국제 건축전이 예정되어 있다. 각각 2년 텀을 두고 열린다 = 매년 비엔날레가 있다 = 항상 성수기 물가 = 비싸다!
교통도 예외는 아닌데, 거기에 수상 버스 = 배 라서 그런가 조금 더 비싼 느낌이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 1회권은 75분 무제한 탑승 9.5유로이다.
1일권 25유로 / 2일권 35유로 / 3일권 45유로 / 7일권 65유로
때문에 1회권만 끊어 다니는 것은 가격상 대단한 손해이고, 무조건 n일권을 사야 한다.
이때 팁은 6-29세 사이 청년이라면 머무는 기간에 따라 롤링 베니스(Rolling Venice)를 사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롤링 베니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veneziaunica.it/en/content/rolling-venice
롤링 베니스는 대중교통 3일 무제한 + 일부 기관(미술관, 식당 등)에서 할인 바우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관광 패스이다. 가격은 27유로로, 최초 발권시 등록비 6유로가 추가되어 33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이후 갱신할 때는 롤링 베니스 발권 당시 함께 받은 바우처 종이를 보여주고 27유로만 결제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티켓 매니저에 따라 해당 종이 바우처를 반드시! 챙겨야 갱신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티켓부스에서 안내를 해줬든 안해줬든 갱신시에는 무조건 종이 있어야 한다. 그거 아니면 다시 33유로에 끊어야 하기 때문에, 종이는 반드시 잘 챙기자.
일주일 대중교통 무제한권이 65유로이기 때문에, 본인이 6일 이하로 머문다면 무조건 롤링 베니스가 이득이다. 비엔날레 전시를 찍고 가는 사람이라면 위성 전시 보기도 바쁘기 때문에, 사실상 롤링 베니스 바우처 기관을 들어갈 일은 잘 없겠지만, 그래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으니 본인 목적지와 가까운 곳에 바우처 사용 기관이 있는지 한 번 체크해주자.
참고로 나는 비엔날레 전시장이 문을 여는 11시부터 3-4시 정도까지 중간에 점심 한 번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정말 전시만 봤고, 3-4일 만에 보고 싶은 전시는 대부분 다 가볼 수 있었다. 일정에 참고하시길.
개인적으로 전시 외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면 4-5일 일정으로 짜도 충분히 알차게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롤링 베니스로는 공항 버스를 탈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사실 공항에 가는 방법이 공항 수상 버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수상 버스로도 공항에 갈 수 있다. 참고로 공항 수상 버스는 티켓 부스에 가서 별도의 지류 티켓을 끊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배 위에서 결제? 절대 안됨. 안기다려 줌. 때문에 그냥 롤링 베니스 패스로 일반 수상버스 타고 가다가 공항 버스로 바로 갈아타는 것이 효율적이다. 공항 버스 티켓은 티켓 부스 아니고 발권기에서 뽑을 수 있다. 발권기에 보면 공항 수상 버스 + 공항 버스 결합된 티켓도 있는데, 이거에 낚여서 샀다가 회사가 다르다고 안태워줬다. 그러니 그냥 속편하게 발권기에서 공항 버스 티켓을 먼저 사고, 롤링 베니스 패스를 통해 일반 수상 버스를 타도록 하자. 아니면 버스역에 도착해서 발권기로 티켓을 사도 괜찮다. 아무튼 발권기에서 나오는 티켓은 공항으로 바로가는 수상 버스용이 아니라는 것. 꼭 사람이 있는 티켓 부스에서 물어보고 사야 한다.
그 외에 부라노나 무라노 섬은 일반 티켓으로 다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부라노(레이스), 무라노(유리공예) 섬 중에서는 무라노 섬을 추천한다. 친구랑 각각 나눠서 내가 무라노, 친구가 부라노를 다녀왔는데, 부라노 섬에는 생각보다 레이스 가게도 별로 없고, 별달리 볼 것도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사진 스팟만 있는 섬이었다고. 만약 인스타 사진을 찍는 것에 공들이는 중이라면 부라노에 가도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단순 구경 목적이라면 유리 공예 가게가 많은 무라노 섬이 그나마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유리공예 구경이 엄청 재밌었다는 것은 아니다. 숨어 있는 몇몇 가게 제외하면 다 비슷비슷한 상품을 팔고 있었으므로. 한 번쯤 가볼만 하지만, 하루를 통으로 투자하기에는 알맹이가 없으니 오전에 잠깐 섬에 들어갔다가 오후 일정은 다른 곳에서 소화하는 것을 추천.
본래 이 글에서 베니스 비엔날레 티켓 구매 및 추천 전시까지 함께 다루려 했지만, 분량이 길어지는 관계로 해당 내용은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