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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Aug 14. 2023

섬집 아기

넌 섬집 아기가 안 무섭니?

아빠 섬집 아기 불러줘


아직 31개월인 우리 아들을 재우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여느 아이처럼 잠드는 걸 싫어하고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들. 겨우 잠자리로 데리고 와 같이 누워서 수면의식을 하면 이미 시간은 밤 10시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자장가를 불러주면 잘 안 듣고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장가를 콕 집어서 불러달라고 한다. 요즘 불러달라고 하는 노래는 '자장자장 우리 아가'랑 '섬집 아기'이다. 


아빠가 불러주는 구슬픈 가락의 섬집 아기를 듣고는 자기가 궁금한 걸 마구 쏟아내는 우리 아들. 잠이 들게 하기 위해 불러준 섬집 아기라는 노래가 호기심을 자극했나 보다.


"아빠, 섬집이 뭐야?"

"그럼 섬은 뭐야?"

"섬에는 누구 살아?"

"섬에는 빼빼(자동차를 부르는 애칭) 있어?"


혼자서 섬집에 대해 어떻게 상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번의 아빠와의 문답을 통해 섬집 아기에 대한 자신 만의 상상이 완성이 되었는지, 이후부터는 밤마다 섬집 아기를 불러달라고 한다. 어젯밤에도 섬집 아기를 듣고 잠이 든 우리 아들.


어떤 아이들은 애절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 때문에 엄마 생각에 북받쳐서 울기도 한다는데. 그리고 또 어떤 아이들은 섬집 아기 노래를 들으면 무서워서 운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섬집아기를 둘러싼 괴담들도 많다. '섬집 아기 사망설', '아빠 사망설' 등 다양한 도시괴담 급의 해석들이 뒤따라 오고, 심지어 작사가가 노래 가사를 쓴 이유에 대한 괴담들도 돌고 있다. 자세한 스토리는 섬집 아기 나무 위키를 참고하시길.


아직 가사를 온전히 이해를 못 해서인지, 해맑게 노래를 듣고 좋아하며 잠드는 아이를 보니 도시 전설급 괴담이 많이 따라오는 섬집 아기 노래이지만 이래서 자장가는 자장가인가 싶기도 하다. 




섬집 아기 노래는 국민 자장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곡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모르는 사람은 없는 섬집 아기. 실제로도 많은 가정에서 섬집 아기를 자장가로 쓰고 있다. 실제로 2020년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 '기가 지니'의 270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기가 지니의 노래방 서비스에서 일반 가요들을 제치고 자장가로 애용되는 동요 '섬집 아기'가 3위에 올라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한 KT 측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가정 활동이 증가하였고, 키즈 서비스 사용도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하나의 의문. 왜 노래방 서비스에 섬집 아기가 순위에 들었을까? 노래방 서비스는 자고로 노래를 부르기 위한 것인데, 자장가인 섬집 아기를 신청했다고?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엄마와 아빠와 아기가 기가 지니의 노래방 서비스를 통해 섬집 아기를 신청하고 함께 열창을 했다는 것일까? 


노래방이라는 것에 집중을 하면 위와 같이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래방에 노래를 신청하면 멜로디가 나온다는 것에 집중을 해보면 순위가 이해 갈 수 있다. 아마 노래방 서비스로 섬집 아기를 신청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닌 섬집 아기의 멜로디 만을 원했기에 신청을 한 경우일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그냥 섬집 아기를 틀어달라고 하면 가사도 포함이 되기에, 혹여나 노랫말이 아이를 깨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겠지. 섬집 아기의 멜로디만을 자장가 삼아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의 노래방 서비스에 섬집 아기를 신청하는 부모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섬집 아기 노래처럼 뭔가 찡한 감정이 느껴진다.




섬집 아기 하니 작년 이맘때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공지능 그림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 그린 섬집아기!


발단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에게 섬집 아기의 첫 가사.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을 인공지능에게 프롬프트로 넘겨주고 그림을 그려라고 한 것이다. 영어만 알아듣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탓인지, 가사가 번역이 되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어 '굴', 영어로는 '오이스터(oyster)'를 

구울(Ghoul)로 잘못 번역한 인공지능! 


여기서 구울은 인간의 육체를 주로 섭취하며, 무덤 근처에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의 괴물이다. 구울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다. 게임에서 물리쳐야 할 몬스터 중 하나로 구울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 


엄마가 굴 따러 간다는 가사를 구울을 잡으러 간다는 것으로 이해한 인공지능의 그림은 어떨까?


섬 그늘에 구울 잡으러 간 용감한 어머니!


단어 하나 잘못 번역된 것만으로 장르가 바뀌었다. 인공지능이 만든 섬집 아기 그림을 본 네티즌들 반응도 제법 웃기다.


엄마 X나 쌔네
엄마가 섬 그늘에 구울 (모가지) 따러 가면
아기는 얼마나 강하길래 저런 곳에서 혼자 집을 지키나


일종의 유머로 웃고 넘어갈 법 하지만,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AI가 그린 섬집 아기 그림은 약간의 조미료가 첨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단 인공지능이 번역을 할 때 굴을 구울로 번역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DeepL과 같은 번역기를 통해 섬집 아기 가사를 자동 번역해 보면 모두 굴을 구울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오이스터로 번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유머글을 만든 사람이 약간의 과장을 통해 굴을 구울로 바꾼 영어 문장을 영작하고, 이를 인공지능에게 그리게 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제법 유쾌하지 않은가? 모두가 알고 있는 특유의 구슬픈 가락을 가진 자장가 섬집 아기를 소재로 삼아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빌려 유쾌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인공지능이 그린 구울이 나온 그림 분위기는 전혀 유쾌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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