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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16. 2023

우리는 어디 살아야 할까?

아이의 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요즘 주말마다 우리 가족은 임장(현장에 임한다는 부동산 용어)에 열심이다. 한창 재테크에 관심 있던 시절에는 혼자서 임장을 자주 다녔지만, 최근에는 온 가족(총원 3명)이 임장을 다닌다. 그 이유는 이사 갈 실거주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 다시 서울에 정착하게 되며 급히 구한 현재 실거주 집은 주변 환경은 괜찮지만 직장과의 거리가 꽤 된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야 할 시기도 되고 해서 향후 학군까지 고려한 이사지를 선정하기 위해 엄마와 아빠의 머리는 깨지려고 한다.


부동산에서 집을 선정하는 기준이 다양하다. 교통과 환경, 직장과의 거리와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들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마다 기준의 경중은 다를 수 있다. 누구는 직장과의 거리가 최우선일 테고 누구는 홍대에 놀러 가기 위한 교통이 우선이 될 테고, 누구는 집 주변에 대형 마트나 백화점이 있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아이가 있으면 고민은 한층 강화된다. 바로 학군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지 않지만 대체로 학군지 지역의 집 값이 비싼 경향이 있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의 고민을 더 하는 것은 위치뿐만이 아니다. 바로 매수냐 임대냐 하는 선택. 고려해야 할 정보가 너무나도 많기에 혼란은 가중된다. 현재 자산 상황과 월소득 등 내재적인 조건들부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외부적 환경 분석까지 행해져야 하기에 골치는 더욱 아파온다.


그렇다면 우리 집의 33개월 차 악동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아이의 집 선호 기준은 확실하다. 바로,


놀이터


요즘 아파트 놀이터는 물놀이장을 겸하기도 한다 (출처: 한경닷컴)


아무리 좋은 입지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구축이라 놀이터가 별로면 우리 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반대로 입지는 조금 좋지 않지만 신축이라 놀이터가 삐까뻔쩍하면 아이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이 아파트가 좋다며 여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마구 한다.


이렇게 놀이터가 좋은 아파트를 보고 오면 아이는 며칠 동안 그 아파트 놀이터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보금자리에 대한 선호도를 어린아이도 가지고 있는 거 보면 좋은 주거지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 깊이 새겨져있나 보다.




우리 아이처럼 부동산을 고르는 기준이 명확하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속세에 찌든 부모는 너무나도 고려할 것이 많다. 모든 고려 요소에서 만점을 받는 입지가 없어 고민만 깊어진다. 이럴 때면 드는 생각.


인공지능이 부동산 위치를 찍어주거나, 가격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2021년 2월 SBS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서 대결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바 있다. 해당 프로에 나온 대결 종목 중 하나가 주식 투자였다. 단타 최고수와 인공지능의 주식 투자 대결 결과는 어땠을까? 바로 인간의 압승이었다. (SBS 다큐는 정말 재미있고 분야별로 유튜브에 각각 공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주식 투자에서는 인공지능보다 아직 인간이 앞선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공지능의 활용 분야 중 예측(prediction)이 있다. 간단한 회귀분석부터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는 미래 예측 기법들을 우리는 예측이라는 방법의 범주에 넣는데, 이름과 달리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예측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먼저 시장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경제 시장은 다양한 변수와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에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이유는 사람의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참여 주체들이 이성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로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일반 투자자는 시장을 꾸준히 이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EMH를 주창한 유진 파마(Eugene Fama)는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이론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이 대표적인 반대 이론이다. 행동 경제학은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인지 편향, 감정, 사회적 요인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행동 경제학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이성적 행동 가정에 도전하며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행동 경제학의 대표 주창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2017년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상반되는 두 이론을 주창한 권위자들은 모두 노벨상을 수상한다. 즉, 두 입장은 하나가 맞고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두 입장 사이에서 어떤 경우에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시장이 차갑게 이성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장이 광기에 휩싸여 비이성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러한 시장의 비이성적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심리적 요인 때문에 인공지능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요소는 시장의 적응성을 들 수 있다. 특정 패턴이나 전략이 알려지게 되면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은 바뀔 수 있다. 과거의 유효했던 전략이 미래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마지막 회는 아닙니다) 웹소설에서는 회귀나 환생을 해서 과거의 정보로 투자에 성공하는 이야기가 흔한 클리쉐로 나온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마찬가지로, 극 중 주인공인 진도준(송중기 역)은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 정보로 투자하여 자본금을 불려 간다. 전생에서 미리 알게 된 어마하게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허나 이러한 방식이 백 프로 수익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수 있다. 드라마와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에 투자하는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뒤따르게 된다. 주인공이 과거 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그리고 투자 금액이 크면 클수록 그 자체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원래의 역사와 다른 시장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웹소설들은 과거로 돌아가서 애플이나 MS에 투자하고 돈 버는 걸로 끝났다면, 최근 웹소설의 주인공들은 시장의 변동성까지 감안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 독자들이 정합성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이 출시되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수익을 얻게 된다면 시장은 바로 적응을 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만을 학습해서 미래 전략을 내세우는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아직 인공지능이 투자에 직접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프다. 어제도 와이프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로 이사 가야 할지, 매매와 전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방법을 선택하면 자금 융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끝없는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 집 악동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다.


우리는 지구에 살면 돼


어디에 살지 고민하는 부모들의 대화를 듣고는 맥락을 파악하고 지구에 살면 된다는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은 우리 악동. 그렇다. 우리는 지구라는 축복받은 곳에 사는 이미 선택받은 생명인데 뭐 그리 고민하고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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