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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지 Oct 30. 2022

그녀와 함께라면

 해가  뜨기도 전에 잠에서 깬다. 앞과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외면하고 애써 눈을 감아 보지만 잠에 들지 못한다.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켜 밑을 내려다본다. 인상을   옆으로 새우잠을 자는 엄마 영이 보인다. 곤히 자는 엄마 영을 깨울까 고민하다 이네 포기한다. 바로  침대에는 등치가 두배는  보이는 누나. 옆자리에는 형으로 추정되는 또래가 보인다. 그리고 건너편 조금 떨어진 곳에는 조그마한 아기가 누워있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이들을 지켜본다.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다른  있다면 모두 머리 위에 물주머니를   개씩 달고 있고, 연결된  따라가니 모두 손등으로 이어진다.  것과 똑같이 생긴 튜브가 모두 하나씩 꽂혀있다. 나의 울퉁불한 손등을 만지며 앞으로 다가올 일을 짐작한다. 따뜻한 빛이 조금씩 병원 창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병실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영이 놀라 벌떡 일어난다.

“아들, 일어났어?”

머리에 새집을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영이 손으로 머리를 빗어주며 배는 안 고프냐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 있다 밥 나올 거라 말하며 조금만 참으라 한다. 영이 기지개를 켠다. 몸이 쑤시는지 허리를 두드리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다.

 밖이 어수선해진다. 점점 커지는 소리에 복도를 응시한다. 철판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밥 왔나 보다. 엄마가 가져올게 여기 있어”

엄마 영이 뚜껑이 덮인 식판을 가지고 온다. 침대 끄트머리에서 서성거리던 그녀가 순식간에 식탁을 만들었다. 밥과 국 반찬 서너 가지가 놓여있다. 뚜껑에는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엄마 영이 이를 하나하나 열어주며 숟가락을 손에 쥐어준다.

“엄마가 반찬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올려 줄게 먹어”

열심히 눈을 굴린다. 밥과 국 눈앞에 놓여있는 반찬을 요리조리 살피다 영을 쳐다본다.

“왜 먹을 게 없어? 버섯 먹어”

밥과 버섯을 먹자 입맛이 싹 달아난다. 옆에 놓인 김치는 너무 매워 한 번 먹고 물 한 컵을 비웠다. 딱딱하게 굳은 생선을 영이 발라 밥 위에 올려준다. 한참을 입에서 오물거린다. 결국 세 번째 숟가락질을 마지막으로 식사가 마무리된다.

“왜 그래도 좀 더 먹어야지, 배 안 고파?”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서 살짝 떨어져 앉아 기댄다. 남은 밥을 엄마 영이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리 오래가지 않아 그녀 식사를 멈춘다.

“그래, 맛이 없긴 없다. 밑에서 뭐 사다 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힘차게 초코 우유를 외친다. 엄마 영이 탐탁지 않은  흘겨보지만   봐준다는  알겠다 말하고 지갑을 챙긴다.

“엄마 내려갔다 올 테니까 여기 있어 알겠지?”     

 별로   없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잠자는  전부다. 한글이 서툴러 책을 읽는 것도 무리다. 매번 엄마 영이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줄  없어 그냥 얌전히 앉아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가끔 손님들이 찾아오면 잠시 지루함이 가시곤 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빠의 회사 동료라 본인을 소개한다. 단체로 몰려와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 셋씩 짝을 짓고 찾아오기도 한다. 절대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다. 손에 들린 각종 음료와 음식들에 눈을 떼지 못한다. 무엇을 들고 올지 몰라 이것저것 가져왔다 말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서글서글하게 다가와 음료를 쥐여주며, 힘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멋쩍은 미소를 보낸다. 자주  보던 친인척 어른들도 찾아왔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기에 조용한  어색한 기운이 얹어졌다. 평소와 같이 나에게는   없고, 엄마 아빠에게 간단한 안부인사와 근황을 조금 떠들다 이내 자리를 떠난다.  한바탕 소란이  후에는 엄마 영을 찾아 묻는다.

“엄마, 근데 언제 집에 가요?”

글쎄, 아직  검사가 많아서 며칠  있어야   같은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말하자 영이 조금만 참으라 말한다.      

 영을 따라 병원 이곳저곳을 누빈다. 간호사들이 수시로 찾아와 엄마 영에게  시에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안내해 준다. 안내 종이를 살피는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엄마 오늘 검사 몇 개 받아야 돼요?”

“어, 오늘 네 개나 받아야 하네”

“아픈 거예요?”

영이  것이라 하며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주사도 없고 그냥 사진 같은  찍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말한다. 계속되는 기다림과 끝없는 지루함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티비  뉴스를 보다 고개를 떨구기를 반복한다. 영상의학원부터 심혈관센터  술래잡기하듯 병원 곳곳에 퍼져있는  다른 병원을 찾아다닌다. 어떤 곳은 커다란 통에 들어가 한참을 누웠다 오고,  어떤 곳은 갑옷 같은 것을 입고 을 침대에 고정시킨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음성이 가끔씩 말을 건다.

“우리 친구 살짝 옆으로 누워볼까요?”

이번에는 숨을 한번 참았다가 선생님이 세요 하면 쉬면 돼요. 알겠죠?   참으세요

 군말 없이 들려오는 음성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렇게 답답하고 힘들어 나가고 은 마음이 세 번 정도 올라올 때쯤, 끝났다는 말과 함께 몸이 자동으로 통에서 스르르 빠진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자그마한 의자에 앉은 엄마 영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시냐 묻는 말에 핸드폰을 꺼낸다. ‘ 시간 지났다.  참았다말하며 엄마 영이 몸을 일으켜준다.

 상의를 탈의하고 이번에는 엑스레이를 찍는다. 이번에도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기이다. 앞에 보이는 커다란 장비에 몸을 붙이고  팔로 안으라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이네 차가운 기계를  껴안는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무서운 목소리가 혼을 낸다.

“아... 다시 찍을 거예요 움직이지 마세요”

사진을  찍고 병실로 올라온다. 진이  빠져 몸을 누워 잠을 자려 하자 엄마 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30분 있다가 다른 검사받아야 하니까, 엄마가 시간 되면 깨워줄게”

 언제부턴가 머리 위에 물주머니가 달려있다. 손과 연결되어 호스를 통해 몸으로 들어오는 액체를 유심히 관찰한다. 이게 무엇이냐 물으니 엄마 영이  대신해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렇게 불편하게 달고 다녀야 하냐 툴툴거리자 이렇게 해야 몸에 빨리 들어가서 좋다  이른다.

 짧은 휴식으로는 부족하여 몸만  링거대에 의지한  터벅터벅 걸어간다. 간호사의 말을 따라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와  이름을 부르고 들어오라 한다. 이번에는 맥박과 심장을 확인한다. 온몸 곳곳에 이상한 스티커를 붙이고 가슴 중앙에 무거운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편안하게 누워 있으면 된다 말하지만, 도저히 편할  없는 자세에 마음을 비우고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엄마 영과 눈이 마주친다. 고개를 끄덕이며 좀만 참으라 말하는 그녀를 그냥 멀뚱히 바라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불편하여 잠도  오던 병실 침대가 그리워진다.

 늦은  시끄럽게 우는 아기들과 코에  호흡기가 불편해 잠을 자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귀신같이 일어나 얼굴을 들이밀고 엄마 영이 조용히 묻는다.

“짜요짜요 가져다줄까?”

고개를 끄덕이자 벌떡 일어나 복도 냉장고로 향해 짜요짜요를 가져온다. 손으로 힘껏 뜯어 나에게 건넨다. 몸을 살짝 일으켜 입에 물고 쭉 짜 넣는다. 다 먹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엄마 영을 바라보며 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건넨다.

 먹었으니까 이제    있지?”


 병원생활에 익숙해지고 지쳐  때쯤 색다른 자극이 나를 찾아왔다. 약속했다는  간호사가 엄마 영과  마디를 나누고 간소하게  물건들을 . 그래 봤자 휴지나 물티슈 정도였지만 빠진 것은 없나 차곡차곡 쇼핑백에 담기 시작했다.  준비가 되었는지 종이백을  손에  간호사가 얼빠진 나를 붙들고 .

“이번에 검사할게 좀 많아서 다른 데로 옮길 거예요 잘 따라와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엄마 영을 바라보자 일어나서 간호사 선생님 따라가면 된다 말한다.  뒤에 바짝 서서 나를 이끄는 엄마 영에게 반쯤 기대어 터벅터벅 걸어간다. 원래 있던 병실보다 훨씬 복잡해 보이는 병실에 사람들이 줄지어 누워있다. 그중 비어있는 자리에는  이름이 쓰여있수납장과 이불이  개어져 있다. 침대에 살짝 걸터앉자  있으라는 말과 함께 엄마 영이 자리를 뜬다. 그렇게  ,  시간이 흐르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 영을 찾는다.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간호사에게 조심히 말을 건다.

“저 엄마가 안 오는데…”

말을 잇지 빤히 쳐다보자 간호사가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만 엄마  보고 내일 되면 엄마 만날  있어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묻자 간호사가 다시 천천히 말해준다.

“오늘은 간호사 선생님들하고 같이 있고 내일 엄마 올 거예요”

충격과 공포에 혼자 훌쩍이며 울다 자기를 반복한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어딘지 모를 검사실을 왔다 갔다 한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만난다. 초음파 검사를 하겠다 하며 내 몸을 이리저리 살핀다. 손에 짤막한 봉 같은 것을 쥐고 가슴 주변을 강하게 누르며 진행하는 검사에 인상이 써진다.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손 잡아주는 엄마 영도 없어 서러움에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간호사를 따라 일반병실로 내려와 엄마 영을 만난다. 왜 나를 버리고 갔냐 따져 물으며 그녀의 다리를 때린다.

엄마도 하룻밤 따로 자는지 몰랐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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