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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Jul 17. 2022

레이디의 레이더차트

한쪽이라도 찌그러지면 망하는


뜬금없지만 레이더 차트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사실 정의를 읽는 것보다 그 밑 도형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어떤 측정 목표에 대한 평가항목이 여러 개일 때 항목 수에 따라 원을 같은 간격으로 나누고, 중심으로부터 일정 간격으로 동심으로 척도를 재는 칸을 나누어 각 평가항목의 정량화된 점수에 따라 그 위치에 점을 찍고 평가항목 간 점을 이어 선으로 만들어 항목 간 균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도표이다." (출처: 네이버)


왜 레이더차트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간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 K가 쏘아 올린 화살 때문이다.

으레 그렇듯 동창들 근황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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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역사가 꽤 오래된 탄탄한 중견기업에 일찌감치 시집감. 아버지는 왕년에 잘 나갔던 고위공무원. 아이가 셋. 


B: 영국에서 국제협력 석박사를 마치고 스위스 싱크탱크의 국장임. 가끔 국내 신문에 기고함. 결혼했으나 아이 없고, 남편은 미국에서 근무 중


C: SPA 의류 브랜드 중역. 미혼. 해외출장 많음. 최근에 집에서 독립.


D: 지방대 의사와 결혼해서 지방 거주. 전업주부. 아이가 둘.


K: 지방대 부교수. 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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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시댁은 며느리들을 신혼초 예절 문화원 같은데 입소시켜 교육시키는 가풍(!)이 있다고 한다. A는 허니문 베이비가 생겨 열외 되었고, 시어머니는 두고두고 못마땅해했다고.


A의 시댁은 명절 때면 며느리들이 모여 음식 장만을 돕는다. 그나마 신참 며느리들은 앞치마 입고 뒤에 한 줄로 서 있는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A가 겨우 뒷줄 신세를 면한 모양이다.


"너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음식 솜씨가 아직도 그 모양이니? 이번 설엔 계란말이나 만들어와!"


(며칠 후 만들어온 계란말이를 보고)


"너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음식 솜씨가 아직도 그 모양이니? 계란말이 하나 못 만들고, 쯧!"

(계란말이를 바닥에 휙 던진다)


(이윽고 장면이 바뀐다)


상처받은 A는 기사가 몰고 온 벤츠 S 클래스를 타고 와 밍크코트도 벗지 않은 채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C의 집 소파에 몸을 던진다.


"C야, 난 세상에서 네가 젤 부러워~"

(신문에 보니 현금부자인 A의 시댁은 부동산 보유액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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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학창 시절부터 야망이 많았다. 그의 어머니는 인맥을 넓히고자 턱이 뾰족한 모 영부인이 나온 대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몇 년 후 B가 모 당의 전략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자식 교육에 올인한 윗세대 엄마들로서는 자식만 한 무기가 없다. 엄마들의 모임은 누구 자식이 더 잘난지를 겨루는 격전장이다.


B 엄마가 자신만만하게 포문을 연다.


"아유, 우리 B는 나중에 대통령 시킬려구, 홍홍홍."


엄마들이 반응이 없자 화제를 바꾼다.


"어머 근데 이름이 X자가 들어가면 결혼 못할 팔자인가 봐, C랑 K가 다 그렇잖아?"


C 엄마가 반격을 한다.


"근데 B는 남편이랑은 왜 따로 살아? 아직도 애는 없지?"


"......" (불의의 일격을 맞은 B 엄마가 침묵한다)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운 B 엄마가 새로운 공격을 개시한다. 


"D네 애들은 요번에 수능 봤다며? 공부는 잘하나 몰라?"


"........" 




돈 많은 집의 며느리여도, 국제적인 싱크탱크의 고위직이어도, SPA 브랜드의 중역이어도,



직업이 좋아도 결혼을 안 했으면,

결혼을 했어도 남편과 따로 살면,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없으면,

아이가 있어도 공부를 못하면,

돈이 많아도 며느리이면,


어딘가 약점이 되는 레이디들의 레이더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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