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차단하지 마세요

by 온니


요즘은 ‘차단’이 너무 쉬운 세상이다. 클릭 한 번이면 완전한 차단이 가능한 세상이다.


우리는 종종 헤어진 연인과도, 친했던 친구와도, 스팸 차단하듯 관계를 차단하곤 한다.


나에게는 나를 종종 차단하는 친구가 있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말이 엉켜서 그런 적도 있지만,

그냥 자기가 힘들어서 그런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내게 설명해 주길 내게 질투의 감정이 생겼고, 그게 괴로웠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한동안 나는 그냥 카톡 답이 늦는 건가 했다.

그런데 뭔가 불안한 사인을 감지했고,

친구의 SNS에 들어갔더니 ‘00님은 당신을 차단하여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란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꽤 친밀한 관계였다.

친밀한 상대에게 ‘차단’ 통보를 당했을 때 느낀 첫 번째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던 거 같다.


내가 꼭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고, 도대체 친구에게 뭘 잘못했을까? 오죽하면 차단까지 했을까? 질문을 거듭하며 괴로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괴로움은 사과 조차 할 수 없는 단절된 상황이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차단을 당한 사람이었다.


혼외자로서 가장 괴로웠던 건 아버지에게 보고 싶다는 말도, 원망한다는 말도 할 수 없는 단절된 상태였다.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아무것도 그 어떤 마음도 닿을 수 없는 상황.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실은 고문 같았고, 그래서 차라리 내 아빠는 죽었어. 내 아빠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확정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란 걸 알았기에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매일매일은 불구덩이를 품에 안고 있는 심정. 목이 매이고, 목이 아프고, 목이 찢어지는 심정이었다.


친구의 차단에도 똑같은 아픔을 느꼈다.

내가 손쉽게 버려도 되는 쓰레기가 된 기분.

초라하고 안 된 느낌.


상대방 또한 사연이 있겠지만, 혹시 차단을 당한 사람의 기분을 알까?


너무 너무 기분 나빠. 이 말로도 부족해. 정말 기분 더러워. 다신 겪고 싶지 않아.


누구나 갈등 상황에 맞딱뜨리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지, 도망치고 외면하고 싶겠지.


근데 소중한 사람일수록 …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


차단이란 건,

상대가 범법자 혹은 스팸이란 게 판별되었을 때 그때 해도 늦지 않을까.


소중했던 내 님아, 우리 제대로 된 대화는 하고 헤어지자. ‘차단’을 너무 쉽게 누르지는 말자.


나는 스팸이 아니야. 소중한 사람이야.








p.s. 한동안 글이 늦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저는 아빠를 찾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입니다.) 셀프로 진행 중이라 지지부진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일과 마주하는 동안 좋은 감정들도 꽤 있었지만, 시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브런치북에서 꼭 써야 할 글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미안해 엄말, 미워해.”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내 엄마는 너무 해맑고 너무 마음 아파서 당신을 진심으로 미워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밉고 너무 가엾고 너무 애달픕니다.

엄마를 적어도 아직도 미워하는 상태에서 여기 글을 채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움이 조금 가신 지금은 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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