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이라도 받고 싶어

by 온니

생부가 그 정도로 보고 싶은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없어도 살만 했고, 나도 내 가정 잘 이루며 잘 살고 있는데, 이제와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형 치료로 생부를 만난 이후로 난 내 안의 자리지 못한 '7살짜리 온니'는 아빠를 아직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무슨 용기였을까?

늘 상상으로 해왔던 아빠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엄마가 내게 준 정보는 많지 않았다. 본명. 최종 학력. 입사한 회사명. 고향 정도…?

엄마는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아빠가 대학교를 언제 입학했는지, 언제 졸업했는지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의 대학 졸업식 때, 엄마 아빠가 찍은 사진을 다시 찾아보았다.

거기에 적혀있었다. 아빠가 졸업한 년도가.

‘어쩌면 찾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


이 정보로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았다. 이제야.

수소문해 보니 이 정도 정보로도 합법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또 울었다.

방법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괴로웠는데, 방법이 있었구나.


놀라운 것은 혼외자에게도 상속 등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난 버려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무언가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아빠는 부자라고 들었다. 엄마 말로는 아직도 부자일 거라 했다.

만약 내게 진짜로 권리가 있다면

그 당시 난 1억 쯤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어릴 적에 엄마한테 1억짜리 벤츠차를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그런 말을 엄마에게 해보았다.

“미쳤다!!!!!!”


남편에게도 해보았다.

“미쳤어?”


같은 말이었지만 전혀 다른 뜻이었다.


엄마는 ‘꿈도 크다’란 생각, 남편은 ‘에잇! 그깟 1억 필요 없어!’의 의미였다.


그 사이에 내 생각은 어떤 건지 알 수 없었다.

바라는 마음이 생기니 다시 슬퍼졌다.

그 사람이 1억을 안 줄 거 같아서였을까?


이런 마음을 토로하니 투벅이샘은 다시 인형 치료로 ‘아빠’를 소환해 보자고 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아빠를 만나려고 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어질어질했다.


지난 번과 같이 아빠 인형을 골랐다.


나는 아빠에게 아빠에 대해 말을 하면 목이 멘다고 했다. 목을 매는 듯한 아픔이라고 말했다.

첫 만남보다는 비교적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상황이 너무 스트레스라 늘 내가 마치 죽은 것처럼, 죽은 척하면서 살았다고 말했다.

난 살아있었는데 말이야.


당신은 아이에게 온 우주였고, 온 세계라고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내게 잘못했고, 나는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게 먼저 같다고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정말로 뭔가를 받아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1억을 받고 싶고, 사과를 받고 싶고, 뭐라도 받고 싶고, 두 다리 뻗고 자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신에게 1원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아빠에게 이어 말했다.


"나는 내 안의 나를 떠올리면 강아지가 떠올라.

현관이 굳게 닫힌 집에서 오지 않을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강아지.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니까 남편이 티브이에서 봤던 이야기를 해주더라.


어떤 사람이 자신이 직장에 사이에 우리 집 강아지가 뭘 하나 CCTV로 찍었는데,

그 강아지는 주인이 직장에 간 9시간가량을 욕조에 가만히 서서 기다렸대.

이유를 유추해 보니, 언젠가 우연히 욕조에 있던 강아지를 발견한 주인이 ‘어모 이 녀석 오늘 재밌네?’라며 반갑게 맞이해 준 적이 있었던 거야. 강아지는 그때 주인이 자신에게 해줬던 그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재현했던 거야.

주인이 해줬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을 9시간 동안 벌을 서듯 기다렸던 거지.


나는 그 강아지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돼.

나는 그 강아지의 심정을 알 것 같아.



내가 그 강아지의 마음으로 아빠를 기다렸어. 아직도 오지 않을 아빠를 말이야.

기다리는 순간이 죽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고, 답답했던 순간도 많았어.

아빠는 그때 내 세계였고, 내 전부였고, 내 인생의 목적이기도 했어.

부모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야.

당신은 그걸 알아야 돼.


나는 당신에게 1원을 받고 싶어.

이제는 구하기 힘든 그 1원을 당신이 힘들게 구해서 내게 준다면, 다 퉁쳐줄게. 용서해 줄게.

나는 그 1원을 정말 귀하게 간직할게.


1원 아치라도 당신이 내게 미안했으면 좋겠어.

1원 아치의 무게라도 날 생각했으면 좋겠어."




인형 작업을 마치고, 내 진심을 목격한 이후 나는 많이 쓸쓸하기도 했고, 많이 시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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