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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드로스치 Apr 02. 2024

태몽(1)

타닥..타닥…키보드 치는 소리만이 들리는 사무실, 시윤은  사원 교육자료를 만들다가 갑작스레 초등학교 친구인 지혜가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시윤이 살던 동네로 이사 온 지혜는 2년 정도를 같은 동네에서 살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들은 거의 매일을 만나 떠들고 놀고 함께 공부를 했다. 지혜가 이사 간 이후로는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는 게 다였지만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어느새 연락이 끊긴 지 사오 년이 지난 듯했다. 왜 갑자기 지혜가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난 김에 지혜에 대한 소식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며 시윤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현이 출근하고 나자 서진은 부지런히 청소를 시작했다. 커튼을 걷고  이부자리 정리를 하고, 그릇을 치우고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다. 본인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늘, 아랫집이 시끄러울까 이른 시간과 늦은 시간을 피해 청소기를  돌렸는데 주택으로 이사를 온 후는 아침 일찍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모든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서진은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다  8시에 이층 작업실로  출근을 했다.


오늘도 서진은 좋아하는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를 한잔 더 가득 내린 다음 이층에 있는 작업실로 출근을 하였다. 커다란 창이 있는 이층 작업실은  집을 알아볼 때 동현과 서진이 보자마자 반해버린 장소였다.


‘당신, 여기서 글 쓰면 너무 좋겠다. 조용하고… 창도 크고… 여기 큰 나무가 여기까지 오네… 이거… 새소리도 들릴 거 같은데?’


방에 들어서자마자 동현은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했다. 새소리도 들릴 것 같다는  동현의 말에 서진은 미소를 지으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맘에 쏙 들더니 이곳에서 쓴 책이 종전에 없던 히트를 쳐버렸다. 그저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 외에는 무얼 할지 몰라 시작했던 글쓰기인데 어느새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들을 수 없는 작가…라는 부연설명이 붙었지만… 서진은 그  명칭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는 건데 딱히 기분 나쁠 건 없었다. 


서진은 작업을 시작하려고 노트북을 켜다가  커다란 창으로 시선이 갔다. 환기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창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데 문득 뒷집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새하얗게 센 할머니 한분이 마당을 쓸고 계셨다. 할머니의 모습에 10년 전에 돌아가신 서진의 할머니가 겹쳐 보였다.

 

‘아…. 할머니 보고 싶다.’ 


생각과 동시에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서진은 한참 창밖의 노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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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왜 이러지?”


논은 화면에 빨갛게 뜬 에러 글자를 보고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주 환생 준비가 시작된 꽃 두 송이가 일주일이 지나도 빛만 내 보일뿐 그 어떤 변화를 보이지 않자 이상한 마음에 영혼 정보를 켜보았는데 둘 다 알 수 없는 에러가 발생한 것이다. 


“두 영혼 다, 환생행을 명 받았고, 환생상담도 끝났어.  담당자는 각각 얀 과 미카엘이었고… 환생조건도 다 골랐고… 뭐가 문제지?”


논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자 플로피 세 머리도 논을 따라 고개를 갸웃갸웃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아' 소리와 함께 가운데 플로피가 움직임을 멈추자 양쪽 플로피 두 마리가 머리를 쾅 부딪혔다.


“야!”


“플로피!!”


“조용히 해봐… 논 이거 봐. 영혼의 요청 사항. 그게 다 확인이 되었나 봐 봐.”


가운데 플로피의 말에 양쪽 플로피들이 서로에게 으르렁 데다가 고개를 쑥 내밀고 논과 함께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화면 속에는 환생조건에 ‘영혼의 요청사항'이라고 다른 영혼들의 칸에는 없던 항목이 보였다. 


‘작별인사'라고 적힌 첫 번째 영혼의 요청사항에는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의 리스트가 있었다.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친구 몇 명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그중 한 명의 이름 뒤 확인란이 비어있었다. 


두 번째 영혼의 요청사항은 한 줄로 적혀있었다. ‘ 손녀의 아기 점지를 돕고 싶음' 


“플로피, 점지는 삼신님만 하시는 거지? 그걸 영혼이 도울 수가 있어?”


“영혼은 못하지.”


“점지의 숲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점지를 돕는 거잖아. 플로피… 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걸까?”


“우리가 하는 일?”


“점지 조건을 확인하고 맞는 영혼을 선택하고… “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가운데 플로피가 입을 열었다.


“안된다, 논. 영혼은 다른 영혼들의 조건이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그건 허락되지 않는다.”


"음…. 그럼 이 영혼님 사항은 어때? 작별 인사… 다른 사람은 이미 끝난걸 보니 같은 방법으로 이 친구와 인사만 도와주면 될 거 같은데… 플로피, 영혼들의 작별 인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


논의 질문에 세 마리의 플로피는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쌍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던 삼신은 아무 말없이 자신의 앞에 있던 찻잔을 들어 조용히 차를 마셨다. 넷이 아무리 토론해 봐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 결국 삼신을 찾아왔는데, 벌써 십 분째 삼신은 아무런 이야기 없이 차만 마시고 있었다. 답답함에 결국 플로피가 입을 열었다.


“삼…”


삼신이 찻잔을 내려놓자 플로피가 하려던 말을 쏙 넣고 다시 삼신이 입을 바라보았다. 삼신은 넷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모든 답은 우리가 하는 일에 있답니다. 이곳… 환생국의 일이지요.”


“환생국의 일이요?”


논의 말에 삼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생국에서 저와 여러 말라크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세요. 거기에 답이 있답니다.”


삼신은 이 말을 끝으로 플로피와 논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논은 삼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하는 일… 환생국이면 일단 , 환생을 돕지?.. 여기엔 영혼 인솔, 환생 상담 이 들어가지…”


“꽃도 관리하지, 논. 영혼의 꽃 관리하고 씨앗도 관리하고 “


“꽃이 안된 영혼들 관리도 하지… 아이 영혼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그래, 그런데  환생상담을 할 때 말랴… 조건은 대부분 환생에 관한 것만 봤는데, 이때 전생에 관련한 것도 가능한 거야?”


“인간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건 안 돼. 다만…”


“다만?...”


논과 두 마리의 머리는 가운데 머리를 바라봤다. 신중히 생각하던 가운데 플로피가 입을 떼었다.


“환생국의 권한 중에서 현생의 인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 한해서는 가능하지"


“환생국의 권한?... 환생국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라면… 점지잖아?”


논의 말에  가운데의 플로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가운데 플로피가 뜻하는 바를 이해 못 한 두 마리의 플로피는 머리를 갸웃갸웃거렸다.


“점지는… 우리가 못한다. 플로피. “


“맞다. 플로피 … 그리고 첫 번째 영혼은 그저 작별 인사…”


“그래!. 바로  그저 인사지!” 


뭔가 생각난 듯 논이 번쩍 일어났다.


“뭔가 논? 뭔가 생각났나?”


“그냥 인사잖아.  마음만 전하면 되는 거지. 현생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야.”


“그래서?” 


 두 플로피가 이해되지 않는 듯 논을 바라봤다. 가운데 플로피는 미소를 띠며 논의 대답을 기다렸다.


“인사를 꼭 직접 해야 는 건 아니잖아. 이미 이곳에 계신 영혼이니까.. 현생의 인간은 인사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두 번째 영혼 문제도 똑같아. 점지를 직접 한다는 게 아냐… 그냥 돕는 거지…”


말을 하며 논은 나갈 채비를 하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양쪽 플로피는 뒤따라 오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물었다.


“어디 가나 논, 플로피 너는 아나?”


왼쪽머리의 물음에 가운데 머리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논을 따라가자고 머리를 드밀뿐이었다. 결국 왼쪽머리는 벌써 신이 나서 앞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논에게 큰소리로 물어봤다.


“컹…어딜 가 논?”


논이 신나 달려가며 뒤를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태몽도서관! 거기 답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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