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신님…”
“반갑습니다. 당신은… 논이겠군요. 어서 와요 영혼 7777번 님. 이곳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편하게 엄마 삼신… 엄신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머리 셋 달린 플로피처럼 이름이 같으니 삼신… 하고 부르면 셋다 쳐다보니 이거 영…
어때 삼신? 삼신 한 지도 오래되었으니 그 이름 삼신이 갖고… 갖는 김에 내 일도 가져가… 어차피 영혼의 꽃도 네가 키우는데 영혼의 씨앗도 쉬울 거야.… 어때?”
제1삼신이 농담을 하며 삼신을 바라보자 삼신은 대답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사이에 낀 논과 영혼 7777번이 어쩔 줄 몰라하자 플로피 세 머리가 동시에 웃기 시작했다.
“긴장한다. 논.”
“영혼님도 긴장했다.”
“제1삼신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논. 이 농담 몇 백 년째다.”
“몇천 년째일걸?”
플로피 세 머리와 제1 삼신이 낄낄 거리며 웃자 논과 영혼은 삼신의 눈치를 보느라 웃지도 못하고
먼 곳을 보는 척 고개를 돌렸다. 마침 숲 속 끝에서 누군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논은 괜히 반가워 아는 척을 했다.
“아, 저기 누군가 오시는데요.”
“인간이다.”
“그 꼬맹이도 있는데…”
“꼬맹이가 좀 흐릿한데?”
다가오는 이들을 보고 하는 플로피의 말에 논도 다시 그들을 살펴보았다. 새하얀 머리에 얼굴은 주름하나 없어 나이를 알 수 없는 남자와 그 옆에 조그만 아이가 한 명 같이 오고 있었는데, 분명 둘 다 존재하는데 아이에게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흐릿함이 느껴졌다. 인간이 어떻게 흐릿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형상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느낌이 들어 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만입니다. 두 분 삼신님. “
“자네는 아직도 여기 있나? 빨리 돌아가야지. “
1 삼신의 말에 인간은 대답 없이 미소를 지었다. 1 삼신은 무릎을 굽혀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
남자는 삼신들과 아이에게서 논과 영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에 거주하는 인간 '한'입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성만 기억해서 모두들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신님을 돕고 있는 ‘논'입니다.”
“안녕하세요. 영혼 7777번입니다.”
“아… 영혼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한은 일행들을 안내하였다.
“염라대왕님은 회의장으로 먼저 안내드렸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삼신 둘이 대화를 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논과 영혼은 한을 따라 같이 걸었다.
한은 구름이 내려준 공터를 지나 숲 속 작은 숲길로 걷기 시작했다.
“한 님, 이곳에서 사신지 오래되셨나요?”
“아… 지금 현재로는 제가 가장 오래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들 시간으로는 거의 십 년이 되어가고 있지요.”
“아…”
“보통 이곳에는 며칠정도 머뭅니다. 인간계에서는 혼수상태라고 하지요. 대부분 며칠… 길면 몇 달 정도 이곳에 머물다 가지요. 물론 혼수가 아닌 잠시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사람처럼요.”
한의 손짓을 따라가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인간이 숲 속 허공에 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자 그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 사람이… 사라졌네요?”
“네… 명상 수련에 숙련된 자는 길게 머물기도 하지만 대부분 저렇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저들은 여기 사는 자가 아니라 우리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저 숲 속에 온 느낌만 받고 돌아가는 거지요.”
“아… 아까 보니 아이도 흐릿하던데…. 저 아이도 돌아갈 때가 된 건가요?”
논은 뒤를 돌아 제1삼신의 손을 잡고 따라오는 아이를 보고 한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죠. 몸이 흐릿하기 시작하면 육체가 몸을 찾기 시작한 거지요.”
숲길을 지나가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한은 그중에 가장 큰 집으로 일행들을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저는 다시 구름정류장으로 가서 3 삼신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넓은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큰 테이블이 있고 누군가 창밖을 바라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짧게 정리된 새까만 머리에 넓은 어깨, 그리고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듯한 커다란 덩치의 사람은 인기척소리에도 움직임 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염라대왕님"
“대왕님"
“보고 싶었어요.”
플로피 세 머리가 동시에 염라대왕을 부르더니 밖을 바라보던 사람에게 달려갔다. 환한 미소를 띤 채 염라가 뒤를 돌아보자 플로피가 껑충 뛰며 세 머리를 들이대며 핥기 시작했다. 염라는 얼굴에 침벅벅이 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 하나하나를 꼭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얼마 전에 지옥 다녀왔다 하지 않았나?”
1 삼신이 삼신에게 묻자 삼신은 대답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온통 침범벅이구만…”
1 삼신의 말에 염라는 마지막으로 플로피 얼굴 하나하나에 키스를 해주더니 테이블 쪽으로 이동해 왔다.
“오랜만이군. 하나는 어디 갔나? 그리고… 자네는…”
“논입니다. 안녕하세요.”
염라가 논을 바라보며 묻자 논이 대답하였다.
“논…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군… 그런데… 자네… 이제 없지 않은데?”
“네?”
염라가 논을 바라보고 빙긋 미소 짓더니 대답 없이 영혼 쪽을 바라봤다.
“드디어 뵙네요. 영혼님. 99번 동안 한 번도 지옥에 오지 않으신 분… 영광입니다. 염라입니다.”
염라가 손을 내밀자 영혼이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고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염라님. 그런데 저희 뵈었습니다. 딱 한번…”
“네?...”
“83번째 삶에서 비록 지옥은 안 갔지만 지옥과 환생선에 있었거든요. 약식 재판에서 최종 승인 때 뵀습니다. 여럿이 함께…”
“아… 약식 재판을 한번 경험하셨군요. 남은 생에선 더 뵙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자, 이제 앉아보시죠. 제 집은 아니지만 이것들도 좀 드시고요.”
1 삼신이 자리에 앉으며 허공에 박수를 딱딱 두 번 치자 어느새 테이블 위에 커피와 차 그리고 케이크와 과자등 간식류들이 한 상 차려졌다. 논도 자리에 앉아 생크림이 얹어진 비스킷 하나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아래쪽에서 바지를 계속 끄는 느낌이 들어 밑을 보니 플로피의 첫 번째 머리가 테이블 아래쪽에서 논의 바지를 끌어 물고 있었다. ‘왜’ 소리 없이 묻자 테이블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여보라는 플로피의 몸동작에 논은 비스킷을 내려놓고 테이블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왜?”
“물어봐라. 1 삼신님한테.”
“뭘?”
“논, 네가 깬 씨앗. 너 그거 신경 쓰는 거 안다. 1 삼신님이 도와줄 수 있다. 물어봐라.”
플로피의 말에 논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깨버린 영혼의 씨앗… 빛을 잃은 그 씨앗이 신경 쓰여 매일 살펴봤는데…그 모습을 플로피가 본 걸까… 논은 미소를 지으며 플로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그때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논은 급하게 고개를 드느라 ‘쿵'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지만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어리둥절해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문을 열고 뛰어든 다섯 명이 아이들은 깔깔깔 웃으며 들어와 테이블 위에 있는 과자와 케이크를 집어 들더니 순식간에 우르르 나가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라는 표정의 논과 영혼 7777번과 달리 모두 익숙한 듯 소음 속에서도 조용히 차를 마셨다. 아이들이 나간 잠시 뒤에 노인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새하얗게 샌 머리를 단정하게 쪽지고, 맑은 회색빛 눈동자로 여기저기를 살피다 논과 눈이 마주치자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는…세 번째 삼신이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삼신까지 세명의 삼신과 염라 그리고 논과 플로피, 영혼 7777번과 까지 자리에 앉자 안내를 마친 한은 옆에 딱 붙어있는 희미한 아이와 힘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1 삼신이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한과 함께 안으로 들어와 한을 영혼 7777번 옆자리에 앉게 했다. 1 삼신은 자리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모이자고 한 것은 영혼의 씨앗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어서입니다. 앞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도 계시니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저는 제1 삼신으로 열 번의 환생을 할 영혼들의 씨앗을 관리합니다. 영혼들이 인간세계에서 쌓는 선행의 빛과, 천국으로 가는 영혼들의 맑은 빛, 그리고 자연의 힘을 모아 새로운 영혼의 씨앗을 만들고 있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간세계에서 오는 선행의 빛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천국으로 가는 영혼수도 줄면서 새로운 씨앗을 만들만한 양분들이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 새로운 씨앗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삼신의 말에 놀란 논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두 삼신과 염라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플로피와, 영혼 7777번 그리고 한은 자신과 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영혼의 씨앗을 만들 수 있는 양분에 관한 이야기와 당분간 영혼의 씨앗 없이 환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려고 합니다.”
“영혼의 씨앗 없이 환생이라니… 일삼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격이 안 되는 자들을 환생시키라는 이야기요?”
제1 삼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염라가 걱정 어린 말투로 물어봤다.
“그건 안됩니다. 현재도 자격이 안 되는 자들이 환생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우 거의 모두 다음생에에서 지옥행이었습니다.”
“하지만 , 삼신… 거의라는 말은 그중에 다시 환생이나 천국행이 있다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삼신의 단호한 대답에 1 삼신이 되물었다.
삼신은 대답 전에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 하나, 자격이 안 되는 자들 중 환생한 영혼의 수가 꽤 되었는데 그중 단 하나만이 다시 환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란 환생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삶을 살면 색이 덧해져, 이미 악이 가득 찬 영혼이 깨끗해지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다만…”
논을 포함한 모두가 삼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미 죄를 받은 자들을 다시 한번 깨끗이 정화시킨 후 환생을 시킨다면 그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삼신은 대답을 마치고 염라를 바라봤다. 염라는 잠시 생각을 하듯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건 안 되는 말이네. 지옥에 있는 죄인들은 인간으로는 해서는 안될 죄들을 지은 자들이지. 이들의 영혼은 정화를 한다고 해서 깨끗해지는 차원이 아닐세. 억겁의 시간 동안 벌을 받은 최초의 죄인의 영혼의 색은 아직도 검은빛이 강하네. 그걸 정화한다면 새로운 영혼의 씨앗을 만드는 것과 같은 영혼의 빛이 필요할 걸세.”
“환생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지옥으로 간 자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을 바로 사하자는 게 아니고, 죄를 충분히 벌한 후 그들의 영혼을 정화한다면요?”
염라의 말에 1 삼신이 물어봤다.
“그들 중 죄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정화가 가능은 할 걸세. 그러나 필요한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네. 어쩌면 자네 힘으로 정화가 안될 수도 있어. 자네의 힘은 깨끗한 빛을 영혼의 씨앗으로 만드는 거지 오염된 영혼을 정화하는 게 아니니.”
염라의 대답에 1 삼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염라님이 죄가 거의 사해진 몇 영혼들을 보내주신다면 그들을 정화토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3 삼신께 물어볼 게 있습니다. 아이들 영혼들의 삶을 환생 횟수에서 빼는 건 어떻습니까? 살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짧게 끝낸 아이들이니 그 횟수를 열 번에 넣지 않고 기회를 한 번씩 더 주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요.”
“저도 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모든 삶이 그렇겠지만 특히 아이들의 삶은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일찍 끝난 경우가 대다수랍니다. 아무리 짧다지만 , 삶이 고통뿐이었던 영혼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한 번의 환생을 더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싶어서요.”
“그러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짧은 삶이 아쉬워서 환생 횟수에서 빼고 싶지 않은 자들도 분명 존재할 거예요. 원하는 자들에만 한해서 환생 횟수를 제하지 않는 걸로 하지요.”
1 삼신과 3 삼신의 대화에 모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의 씨앗 생성이 어렵다 해도 환생을 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본다면, 사실 인간들의 수가 그리 많이 줄어 들 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이곳에서 환생수를 유지하는 것처럼 인간계 자체에서 죄인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중요한듯합니다. 그래서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한 님.”
갑작스러운 1 삼신의 부름에 한은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며 차를 마시다 깜짝 놀라 기침을 했다. '컥컥'거리는 소리에 영혼 7777번이 물컵을 건네자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겨우 기침을 진정시켰다.
“제.. 제게요?... 저는 일개 혼수상태의 인간일 뿐인데요…”
“저희에겐 환생국의 사정을 인간세계에 알려야 할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인간들이 전혀 모르는 곳이기에 직접적인 안내나 설명을 할 수도 없고, 그곳과 이곳은 다른 세계이기에 저희는 전혀 간섭을 할 수가 없지요. 오직 이곳과 그곳 중간에 걸쳐진 자들만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삼신님… 저는 돌아가는 순간…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돌아가는 법도 잊어버렸고요.”
“한 님의 기억은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보존 될 것입니다. 한 님만 괜찮으시다면, 돌아가셔서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1 삼신의 말에 한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앞의 물 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결심이 선 듯 한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아갈 수 있을까요? 1 삼신님? 인간세계로 자그마치 10년을 이곳에 있었습니다.”
한의 물음에 1 삼신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모든 것은 흐름에 따라 정해지지요. 한 님은 곧 돌아가게 되실 겁니다.”
그 뒤로도 회의는 계속되었다. 1 환생국에서는 당분간 새로운 씨앗을 만들기보다 죄지은 자들을 정화하여 영혼의 씨앗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2 환생국에서는 환생하는 자들에게 인간계의 행동이 다음 환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교육을 시작하기로 하였고, 1 환생국에서 가끔 받아오던 빛의 비료를 쓰지 않고 모두 자체 수급을 하기로 하였다. 3 환생국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을 양분으로 만드는 법을 연구 중인데, 양분이 완성되면 1 환생국에는 빛 에너지를 2 환생국에는 비료를 보내기로 하였다. 한은 인간계로 돌아가는 순간 그에게 주어진 일을 시작하기로 했으며 영혼 7777번은 환생전까지 자신의 환생 경험을 살려 환생국의 일을 돕기로 했다. 논과 플로피 역시 지금처럼 2 환생국의 일뿐만 아니라 환생국의 전반적인 일을 돕기로 하였다.
회의를 마치고 논은 플로피와 나와 혼수마을에 사는 인간아이들과, 3 환생국의 아이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였다.
‘우와~~~’
플로피 세 머리가 머리를 맞대고 공을 뻥차자 공은 보이지도 않을 높이로 솟구쳤다. 아이들 모두 공을 따라 고개를 빠짝 올렸다가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오는 공을 보고 소리치며 따라갔다. 논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플로피를 따라 뛰어가는데 앞에 있던 아이가 다시 한번 깜박였다.
“어? 플로피… 플로피… 저 애 이상해.”
논의 부름에 달려가던 플로피가 멈춰 서서 앞의 아이를 바라봤다.
“논, 전에 너와 지옥 입구에서 만났던 그 인간 아이가 저 아이지?”
“응. 맞아, 그때 만난 아이가 맞아. 그때는 저렇게 흐릿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 때가 된 거다. 저 아이는 곧 돌아갈 거야.”
플로피가 대답하자마자 또다시 뛰어가던 아이가 깜박하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더니 마침내 아이의 모습이 희미해지다 사라져 버렸다.
“어…어… 간 거야? 플로피? 이제 저 아이는 인간세상에 있는 거야?”
플로피 세 머리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논을 바라보더니 서로 답을 미루는 듯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저 아이 인간세계로 간 게 아니야?”
논이 재차 묻자 가운데 머리가 망설이다 대답을 하였다.
“일단 인간세계로 간 것은 맞다.”
“일단?”
“영혼이 껍데기를 찾아가야 하니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 것은 맞다. 그런데 건강한 인간의 몸으로 돌아간다면 저렇게 깜박이는 상태로 가지는 않는다. 저 아이의 이번생의 영혼의 빛은 이미 꺼진 상태다, 논…”
플로피의 대답에 논은 아무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었다. 아이는 영혼의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 저렇게 짧게 끝나버리는 인생은 이미 환생 시에 정해서 나오는 것일까? 저 아이의 짧은 삶에 선과 악을 저지를만한 기간이라는 게 존재는 했을까?
논은 자신도 모르게 툭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플로피 세 머리는 아무 말 없이 논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대었다. 숨을 크게 내 쉰 논은 플로피에게 묻는 건지 자기 자신에게 묻는 건지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환생이… 정말… 벌인 걸까?”
논과 플로피는 아무 말 없이 놀고 있는 영혼아이들과 혼수상태의 아이들을 바라봤다. 저 아이들도 언젠가는 다시 환생을 하기도 하고…그리고 인간세계에 돌아가겠지. 살아서 가는 아이들도 있고 또다시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도 나타나겠지. 그러면 그 아이들은 다시 환생국으로 와서 또 이렇게 놀게 되는 걸까… 답이 없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고 돌았다. 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참… 논, 그 깨진 씨앗말이다.”
“그래, 플로피… 제1 환생국에 영혼의 빛이 부족하다니… 씨앗을 붙이고 빛을 돌려줄 비료는 구하기 힘들겠지? “
“꼭 붙여야겠다면 방법은 있다. 아까 들었지? 3 환생국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그래, 플로피. 난 사실은 그 씨앗… 안 살리고 싶었어. 단편적 기억이긴 하지만 그 영혼이 내게 죄를 지은건 사실인데, 그자는 지옥에 가지도 않고, 과거를 잊어버린 채 새 삶을 살 준비를 하려고 하니…그런데 말랴… 환생이 진짜… 축복일까… 죄의 처벌을 다른 방식으로 받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나로 인해 신의 흐름이 막힌 건 아닐까…”
논의 말에 가운데 플로피 세 마리가 동시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지 않다, 논. 아마도 네가 그 씨앗을 깨고 또다시 붙이는 것 모두 흐름의 하나일 거다. 단지 지금은 그 흐름 속에 있기에 모를 뿐이다.”
플로피의 말에 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흐름 속에 있다면 어느 순간 지금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알게 될 날이 올 거라고…그리고 그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논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