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할뿐,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반려문화에도 고령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만 같다. 그도 그럴것이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는 점점 많아지는데, 비슷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강아지들이 다함께 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8살 이상 강아지의 유치원과 호텔문의가 많다. 오늘은 노견들의 위탁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리 시설의 경우 8살 이상의 노견은 보호자와 상담할 것들이 많은 편이다. 강아지의 병력이나 가진 질환, 수술여부, 위탁시설의 경험 유무 등 물어볼 것들이 정말 많다. 다양한 연령대의 강아지들이 활동하는 공간인 만큼 처음 방문하는 노견에게 친화적인 공간이 되지 않을 수 있고 한번도 만나지 못한 강아지를 위탁하는 일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운영하는 이 위탁시설에서는 8살 이상의 강아지가 일회성 호텔을 문의하는 경우 거의 백프로 위탁이 불가하다고 안내를 한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13살 된 강아지도 우리 시설에서 호텔도 하고 유치원도 하고 있지만, 이 강아지의 경우 이미 1년 이상 우리 유치원을 다니면서 아이와 보호자의 성향과 상황을 모든 선생님이 익숙하게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보호자들이 "우리 강아지는 건강하다구요" 라고 이야기를 해도 보호자를 대신해 안전하게 위탁을 진행해야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노견을 위탁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분명 아무런 질환이 없고 건강하다는 판단하에 위탁을 받았던 강아지들중에도 불안한 걸음걸이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매일 같은 강아지를 바라보는 보호자의 눈에는 별 이상이 없었을 수 있지만 수많은 강아지들의 걸음걸이를 보는 우리들 눈에는 다른 강아지와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 포착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이런 케이스가 정말 많은데 특별히 앓고 있는 질환은 없지만 보호자들이 모르는 사이 슬개골이나 다리 쪽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것이다(퇴행성 질환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태 보호자가 몰랐던 이유는 동물병원에서 촉진을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없던 질환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노견을 위탁했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면역력 저하, 그리고 관절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설의 경우 질환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호텔을 받거나, 호텔링 이전에 유치원 이용을 통해 선생님들이 강아지의 성향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면 호텔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노견들, 유치원 다니면 도움이 될까?
돌이켜보면 우리 유치원도 노견들에게 그리 친화적인 유치원이 아니었다. 혹여나 위탁을 받았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아무리 조심히 관리한다고 해도 어린 강아지들 사이에서 치이기라도 하면.. 넘어졌다가 관절이라도 다칠까 노심초사이기 때문이다. 괜시리 강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 받았다가 보호자와 트러블이 생길까, 한 번 상담이라도 한 날에는 수십 번의 고민을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 마리, 두 마리 노견을 유치원 위탁을 하게 되면서 어린 강아지보다 더 넘치는 의욕을 보이는 노견들의 반란(?)을 보면서 우리가 위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이들을 몰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충분히 안전에 대한 고지를 하고 위탁을 받자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곳이 어디여..' 하며 동공지진을 보이던 나이 많은 강아지가 서서히 적응을 하고 어린 강아지들 사이에서 교육과 보상을 받는 재미를 알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다. '아 내 견생 10년 동안 이런 재미를 모르고 살다니!' 라고 말이다. 엄마의 품에서 유치원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 '애들아 내가 왔다'를 외치며 힘차게 걸어오는 모습 (힘차지만 걸음이 느려서 정말 귀여운..), 그리고 놀이공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선생님을 바라보며 '자네, 언제 무엇을 시작할텐가'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 이순간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특정 노견 강아지들이 있다).
물론 평생을 이렇게 강아지들이 많은 공간에 와본적이 없는 노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적응기간 동안에 충분한 공을 들여줘야 이 노견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섭고 귀찮은 공간인줄 알았는데 내가 관심을 가지기 전엔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강아지들은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러 다니게 되는데 이때 관리자가 스스로 활동하는 강아지를 칭찬하고 응원해주면 더욱 힘차게 활동하려는 의욕을 보이게 된다. 요즘들어 노견들의 위탁이 늘고 케어를 하면서 노견들에게 적당한 자극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처음엔 노견으로 유치원을 등원했지만 지금의 눈빛은 1살 강아지보다 더 초롱초롱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 강아지가 노견이고 유치원에 위탁하고 싶다면 위탁 전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강아지가 유치원 활동을 하기에 괜찮은 컨디션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강아지가 활동하는 공간이고, 집처럼 제한적인 활동이 아니라 긴 시간 활동하는 공간인 만큼 관절에 도움이 될 수도, 무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위탁을 맡겨야 위탁 받는 사람과 보호자 모두 부담없이 케어하고 위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유치원이 노견 친화적인 공간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칠만한 장애물은 없는지, 강아지들을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관리하는 위탁시설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위탁을 맡긴다면 나이 많은 강아지에게도 충분한 활력을 줄 수 있는 좋은 유치원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