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끼리의 대화니까 그냥 두는 걸까
강아지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 짖는 것은 아니다.
눈빛과 온몸으로 표현했지만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때, 혹은 상대방이 보지 못할 만큼 멀리 있을 때, 소리를 내야 할 때 짖음으로 표현한다.
짖는 모든 강아지는 그 이유가 있다. 아무리 말해도 사람이 알아듣지 못했을 때이거나, 상황이 바뀌지 않았을 때 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보호자는 짖기 전에, 혹은 짖기 시작할 때 강아지가 짖는 이유를 빠르게 찾고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강아지의 통제되지 않은 짖음은 많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짖는 것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모르는 건 당연하다.
우리처럼 입을 벙끗벙끗하며 소리를 내어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들끼리의 대화는 주로 바디랭귀지에 비중을 두고 있다. 때론 성대의 떨림으로 으르렁 소리를 내어 경고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짖는 행위는 경계하고 있음을 무리에 알리고 적에게 경고의 의미를 표현할 때 많이 하게 된다 (물론 반가울 때도 짖는 경우가 있지만 짖음 톤과 표정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만약 내 강아지가
산책을 하다 만난 다른 강아지의 면전에 대고 죽일 듯이 짖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보호자라면 상황이 좋지 않음을 판단하고 그 자리를 뜰 것이다.
오늘은 내가 우리 동네를 걷던 중 경험한 보호자의 대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동네에 있는 마트에 가던 중 애견미용샵이 생겨있는 것을 봤는데 1인 미용샵 특성상 인테리어도 구조도 심플해서인지 단 며칠 만에 공사를 끝낸 듯 보다. 쇼윈도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일들이 눈앞에 보이듯 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미용샵의 구조는 중앙에 있는 출입문의 양쪽으로 쇼윈도가 통창으로 있었다. 미용이 끝난 강아지나 미용을 대기 중인 강아지가 창밖을 볼 수 있고 지나던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기 아주 충분했다 (이쁘게 미용된 강아지가 창 앞에 인형처럼 앉아 있으면 얼마나 귀엽겠는가).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이 강아지들이 얼마나 신경이 곤두설지 이미 예상되고 있었다. 사람한테나 미용이 변신이고 힐링이지 강아지에게는 긴 시간 동안 미용하고 목욕하고 드라이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미용 후 통창 앞에서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을 마주해야 하니 말이다.
강아지들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창을 사이에 두고 있을 때) 경계심에 더 짖기 마련이다. 마치 길거리에서 건장한 남자 둘이 싸우려 드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리면 더 크게 싸우려는 듯한 그런 모습, 직접 대면하면 싸우지도 못할 일을 운전 중에 창문만 내리고 큰 소리로 남에게 핀잔을 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수 있다. 혹은 우리 집 벽이 투명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 내가 무얼 하는지 훤히 볼 수 있고 그 불편한 느낌에 신경이 곤두서 있게 되고, 창 밖을 보며 소리와 시선에 예민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은 어쩌면 인간도 당연하지 않을까?
강아지들도 애견운동장에서 서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있거나, 유리문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혹은 산책 중에 매어진 줄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가까이 못 갈 때 오히려 더 짖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미용샵의 인테리어는 학원가에 주변 마트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트를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 먼 거리에서 포메라니안의 목소리로 들리는 강아지가 쉬지 않고 아주 맹렬히 짖고 있었는데 그 짖는 소리는 좀처럼 멀어지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길게 자동줄을 한 채로 쇼윈도에 바짝 붙어서 짖고 있는 자신의 강아지에게 말로만 가자고 이야기할 뿐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가게 안의 강아지는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는 듯 안에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는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 강아지는 지나는 강아지만 봐도 짖거나 경계하게 될 수 있다.
문제점 1
해당 애견미용샵의 투명한 통유리는 가게 안에서 대기 중인 강아지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강아지가 지나는 그 길을 오로지 혼자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에 집을 지켜야 하는 역할수행하게 될 수 있고, 주변 학원가에서 나오는 학생들도 쇼윈도에 바짝 붙어서 구경하거나 아까처럼 산책하다가 짖는 강아지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점 2
짖는 강아지를 컨트롤해야 하는 것은 강아지의 리드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왜 줄의 이름이 리드줄이겠는가..). 강아지가 사람을 향해 짖을 때는 비교적 컨트롤을 하는 편인데, 유독 강아지가 타견을 보고 짖을 때는 강아지의 선택에 맡기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개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설령 그것이 대화일지라도 큰 소리로 싸우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산책 중인 개: "왈 왈 왈 왈!"
가게 안의 개의 입장: "왈 왈 왈 왈!"
지나는 행인의 입장: "왜 개들을 짖고있게 방치하지..?"
가게 주인의 입장(혹은 개가 짖는 대상): 일을 중단하고 대처하러 가기엔 애매한 상황
산책 중인 보호자의 입장: (멀뚱멀뚱) 가자고 말만 할 뿐 액션을 취하지 않음
모두가 불편한 상황에서 강아지의 보호자만 멀뚱멀뚱,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아무튼 그 애견샵 앞에서 맹렬히 짖던 그 개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분이 풀릴 때까지 짖다가 마지못해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내가 훈련사가 아니라 일반인이어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대처였다. 보호자가 개에게 짖지 말라고 말만 한두 번 할 뿐, 길게 자동줄만 늘어난 상태였으니 말이다.
산책 중인 강아지를 짖고 있게 두는 보호자들이 의외로 많다. 자동차 밑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향해 짖고 있을 때도 그저 원 없이 짖게 두는 경우도 봤는데, 리드줄을 잡고 있는 의미는 Lead이다. 강아지를 올바르게 이끌라고 있는 것이지 그저 셔틀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