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 사회화라는게 있었어?
자신의 강아지가 '예민하기를' 바라는 보호자는 없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강아지가 예민하게끔 기르는 보호자들은 꽤 많다.
간혹 유치원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지가 사람인줄 알아요'
'앉으라고 해도 푹신한 곳이 아니면 잘 앉지도 않아요'
'걷지 않고 안아줄 때까지 매달려요'
등등.. 을 털어놓는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강아지의 이런 행동 자체에 불편을 호소하는 보호자들도 물론 대다수지만, 우리 강아지는 사람처럼 챙겨줘야 하는 것들이 많고, 다른 강아지에 비해 까다로운 취향을 가졌다며 약간 뿌듯해하는 보호자들도 간혹 있다.
사실 알고보면, 결코 자랑스러워할 문제가 아니다.
강아지들은 강아지다운 행동과 활동을 할 수록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 사람이 무언가를 대신 계속 해주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의 강아지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기력에 갇힌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강아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안함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 만성 스트레스, 질환을 가지기도 쉽다.
강아지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정말 많다. 간식 먹을 때와 보호자의 스킨쉽 외에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수히 많지만 수동적인 강아지는 다른 것들을 접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행복을 누리기 어렵다.
'우리 강아지는 집에서는 잘 하는데.. 밖에서는 잘 못해요' 와 같은 문제는 '집'과 '집이 아닌 환경'에서 일반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강아지가 느끼는 흥분도에 따른 집중력과 안정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는 촉각사회화는 '환경적인 경험'과 '보호자의 성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집 밖의 경험이 부족한 강아지의 경우 아파트 복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집에는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려있고 푹신한 소파와 방석이 있는 반면, 현관문을 벗어나면서부터 익숙한 촉감이 아닌 매끈한 대리석을 밟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의 촉각사회화는 보호자의 성향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유독 깔끔한 생활을 하는 보호자의 경우 비가 온 후 축축한 바닥을 걷지 않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때문에 강아지는 축축한 바닥의 경험 부재로 물이 고여있는 공간은 걸을 수 없는 곳이라 판단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보호자의 도움을 기다리게 될 수 있다. 물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보호자는 이 모습마저 뿌듯할 수 있지만, 흙바닥 낙엽바닥에 구르고 비비며 다양한 냄새를 온몸에 묻혀볼 수 있는, 개 답게 사는 강아지와 비교할 때 느끼는 행복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나의 강아지는 비온 날의 산책과 비오는 반려견운동장을 사랑한다. 그리고 비오는 날의 반려견운동장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환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불특정 다수의 강아지와 함께 운동장을 활보하는 것보다 개별활동을 즐기는 내 반려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비오는 날의 질척이는 잔디에 한마리의 하마처럼 진흙에서 구르는 걸 보면 나도 행복하다. 목욕은 별개의 노동이지만..
강아지도 지적동물이기 때문에 편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축축한 것을 경험했어도 축축함을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다. 강아지도 취향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조금은 축축해도 괜찮아' 라는 경험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보호자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