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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Mar 17. 2023

육아 = 그림 찾기

(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

" 어머나!~~ 이게 뭐야.. "

남편이 가족단톡방에 올린 사진을 보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 우와~~  이게 언제 때야.. 얘들아 ~~ 빨리 와서 봐봐.. 이게 너야!"

여러 장의 사진이 편집된 듯 한 장에 담긴 그 사진  꼬꼬맹이 시절의 우리 집 세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늘어진 내복에 개구진 표정으로 웃고 있는데 앞니가 빠져 있어 더 코믹해진 아이.. 게 다리를 입에 물고 드라큘라로 변신한 아이.. 지금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볼 빵빵 젖살 가득한 아이..

이렇게 작고 개구진 꼬맹이들이었는데..


남편에게 웬일로 이런 걸 편집해 보낸 거냐고 물었더니 구글 포토에서 <OO님의 기억에 남는 순간>이란 이름으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 중 일부를 묶어 보내준 거라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어릴 적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가족 단톡방에 올렸단다. 보다 보니 목이 메어 온다며..


너무도 해맑고 천진한 모습에 저땐 그랬지 하며 깔깔깔 웃으며 보다가..

' 어.. 이게 무슨 일이람?'

입은 웃으며 추억을 말하는데 눈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사진 보다 목이 메어왔다는 남편 마음이 오롯이 이해가 다. 자꾸만 눈물이 많아지는 나이인가..

저렇게 작고 귀엽던 아이들이 어느새 나보다도 더 커져서 "내가 진짜 이랬다고요?" 하고 있으니..

세 아이 키우면서 참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서 이렇게나 이쁜 줄도 모르고.. 귀한 순간들을 놓치는 줄도 모르고 힘들어만 했었다.

 



번의 유산을 경험한 내가 무려 세 아이의 엄마일 수 있어서.. 꿈만 같은 이 현실이 문득문득 참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가끔 정말 내가 다 낳은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으니..


첫째는 등에 바닥 한정 초강력 센서를 달고 있기라도 한 듯, 겨우 쟤워서 눕히면 내려놓기 무섭게 울어대는 바람에 밤새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었다. 화장실 갈 때도 띠를 둘러 안고 가야 했으니..

첫째만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세 아이 중 누구 하나 쉬운 아이는 없었다.


부모 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절감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던 내게..

어느 날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 신기하게도 내 새끼는 하나도 안 무거운 법이다. 얼마나 이쁘니.."

그럴 리가요.. 어머니..

업고 안고 그렇게 세 아이 키우다 보니 무릎은 염증으로 부어올라 뼈주사를 맞아야 했고 손목은 고장난지 오래라 병뚜껑 하나 열기도 어려워졌다. 새벽마다 깨서 울거나 안 자고 놀자며 눕지도 못하게 했던 꼬맹이들..

유산 탓에 나이 터울 많이 나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통잠은 그렇게 십 년 넘게 자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힘들어서..

아이들은 이렇게나 눈부시게 예뻤었는데..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오롯이 다 느끼지 못하고 예뻐만 해주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웠다. 

그렇게 한바탕 울면서 사진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다가..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내내 어쩌면 계속해서 그림 찾기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1. 같은 그림 찾기

육아는 힘들었지만 눈도 못 뜨던 아이가 살짝 웃어만 줘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같이 따라 웃었다. 뒤집기 한판에 손바닥이 터질 듯 손뼉을 쳤고 남편은 운동신경은 자길 닮은 거 같다고 했다. 옹알이 소리를 들으면서 방금 단어를 제대로 말한 거 같다며 이런 언어 천재가 있냐며 말 잘하는 건 날 닮을 모양이라며 좋아라 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작은 변화에 서로 앞다투어 '나 닮아 이런 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홀로 앉고, 잡고 서고 한걸음을 떼는 변화의 순간순간마다 큰 박수로 응원을 받던 그때가 아이들도 가장 행복했겠다 싶다.

 얼굴에 이유식을 다 묻히고 엉망으로 어질러도 잘 받아먹는 모습이 예뻐 복스럽게 잘 먹는 게   닮았네 우겼었다.


렇게 초보 부모였던 우린 '같은 그림 찾기'를 열심히 했었나 보다.

세상 부모는 다 기 아이가 천재인가 느끼는 순간을 경험할 테지만 우리 아인 진짜일지 모른다며 유난이었다.



2. 다른 그림 찾기

아이가 커가면서 더 이상 혼자 서고 먹고 걷는 들이 박수받을 일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고 난 뒤로는 슬슬 아이의 미운 짓도 시작되었다. 


자기 고집이 생기고 떼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보지 못한 미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도대체 이런 모습은 누굴 닮아 그런 건가 '다른 그림 찾기'했었나 보다. 

분명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날 텐데.. 잘하는 거, 좋은 건 다 나를 닮아 그런 거 같, 미운 짓, 말 안 듣는 건 다 남편 닮아 그런 건가 하.. 육아의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나 때문일 리 없다며 밀어냈었다. 


당황하고 긴장하면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아는 것도 전혀 생각이 안 난다며 순간 얼음, 땡 놀이처럼 동작 그만이 되던 첫째.. 이게 좋아 저게 좋아 선택의 순간에도 둘 다 좋다선택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참 답답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 난 첫째가 200%, 300% 다 이해가 돼. 난 더 했거든.. 더 심했던 나도 이렇게 좋아졌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좋아질 거야!" 

나에게 많이 다른 그림 찾기라 어려웠는데 남편에겐 같은 그림 찾기라 완전히 이해된다니..


언제부턴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이마에 쓰고 표정으로 다 이야기하는 둘째를 보며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나 역시 사춘기 때 그랬었기에.. 그래서 잃은 게 더 많았기에..

아이에게 엄마가 경험으로 너무 잘 아는 같은 그림이니 조금씩 바꿔 나가면 좋겠다며 달랬다. 반면에 남편은 솔직한 둘째의 표정과 반응이 너무 재밌다며 자꾸 장난치며 표정으로 말하는 솔직한 반응을 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누군가에겐 같은 그림 찾기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른 그림 찾기가 되는 게 육아였다.



3. 숨은 그림 찾기

" 이렇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엄마 고생 많았어요. "

사진을 보고 가만히 다가와 꼭 안아주는 아이들..

어느새 엄마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알게 된, 쑥 커 있는 사춘기 아이들.. 스스로 잘하는 일이 많아지다 못해, 이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달라 이야기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부모인 우리 지금 수 있는 놀이도 달라져 있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아이들은 분명 완전히 다 달랐다.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노래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너무나 달랐다. 힘들 때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다 달랐다.

사춘기 아이들을 위해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은 놀이는..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숨은 그림"을 잘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게 흥미롭고 어떤 걸 하면서 행복한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찾고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 지금 부모인 우리가 할 건 숨은 그림 찾기인 듯하다.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는지..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이는지 한발 내딛고 보는지..

어떤 걸 할 때 즐거운지.. 행복한지..

이들마다 타고난 본성에 더해진 각자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귀 기울여 주고 묵묵히 걸어가는 그 길을 지켜봐 줘야  때인 거 같다.




" 너희들 키우느라 너무 힘들었단다. "

자주 말했더니..

진짜 힘들 거 같다며 그렇게나 큰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면 나중에 아이 낳는 건 자신이 없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아이구나..

너무 힘들었지만..

너희와 함께일 수 있어서 매 순간 진심으로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할 거란다..

오늘도 열심히 그림 찾기를 할 거거든..








( 사진 출처 : m.blog.naver.com / 행복한 삶 가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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