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학교에서 보내온메일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게 말이 되나였다. 메일 내용은 도움이 필요한 부족한 과목을 함께 공부하며 도움을 줄 <멘토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니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신청하라는 안내가 담겨 있었다.
이해가 잘 안 되거나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 중 멘토의 도움을 요청하면 그 과목을 잘하는 선배와 연결해 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같이 공부하며 이해를 도와주는 제도라고 했다.
"신청해 볼까 봐요. 혼자 하기 어려웠는데.. 경험담을 들어도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
"선배가 공부를 도와준다고?"
그 선배 입장에서도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을 가르쳐주는 봉사를 함으로써 대학 지원 시 봉사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먼저 경험해 본 선배를 통해 시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거 같단다.
신청해 보겠다는 아이에게 솔직히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자기 공부하기에도 너무 바쁘고 정신없을 고학년 선배가 잘 모르는 후배를 위해 자기 시간을 빼서 가르쳐준다고 해 봐야 얼마나 열심히 해 줄 수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본인에게 필요한 봉사 시간만 채우느라 행여 그 시간을 흐지부지 써버린다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둘째는 어차피 학원도 안 다니고 투션 선생님 없이 혼자 공부하고 있으니 경험담도 도움 될 거 같다며관심을 보였다. 늘 미리 앞서 걱정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도 될 테니 신청해 보고 싶어 했다. 혼자 공부하기가 많이 어려웠나 보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학교를 통해 멘토 선배의 연락처를 받은 며칠 뒤..
선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며 보여줬다.
"와 ~~ 이 선배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요?"
과학 과목을 같이 공부해 주기로 한 선배는 자기소개를 포함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특히 어떤 과목의 어떤 부분이공부하기 어려운지.. 내용 이해를 위한 설명을 원하는지, 기출 문제지 풀이를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면 좋을지 아주 구체적으로 열심히 의견을 물어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이 멘토 수업에 진심이고 노력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메시지에 아이도 나도 기대 이상이라 깜짝 놀랐다.
그 놀람은 첫 수업을 하고 와서 더 큰 놀라움이 되어 버렸다. 잘 모르는 남자 선배라 어색할 새도 없이 그 선배는 자신이 어떻게 과학 과목을 공부하는지 소개해줬단다.
먼저 어떻게 노트를 정리하는지 보여줬단다. 수업시간에 필기하는 방법과 그 내용과 관련해서 본인이 관심 가는 추가 정보를 찾아 정리한 노트까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다는 점에 놀라고.. 그걸 처음 본 자기에게 공유해 준 점에 또 놀라고.. 아이는 여러모로 많이 놀라서 왔다. 운이 좋게도 아이가 만난 선배는 이 멘토 제도에 열정적인 대단한 멘토였던 거다.
그저 한 시간 봉사를 위해 형식적으로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자신이 공부한 자료를 공유해 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는 아이..
이렇게 고마운 선배를 만나다니.. 자기보다 더 열심인 선배에게 고마워서 미안할 정도였다고 했다.
아이와 내가 깜짝 놀랄 일은 더 있었다.
어느 날 과학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어렵고 하기 싫은 과목을 잘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단다. 큰 기대 없이 힘들어 한 푸념이었는데 멘토 선배는..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 하고 그 과목 공부 방법을 묻더란다.
"그냥 열심히 해야지.." 정도의 답을 생각했던 둘째는 뜻밖의 질문에 좋아하는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설명했단다.
"과학 과목도 그렇게 공부해 보면 어때? 네가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애정을 담아 해 보면 어렵다 느끼는 과학도 조금씩 나아질 거야!"
이런 우문현답이 있을까..
이 멘토 선배 너무 훌륭하다 칭찬이 절로 나왔다. 자기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저렇게 스스로의 공부법을 돌아보고 생각해 볼 시간을 주며 현명하게 대답해 주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진짜 멋진 멘토를 만났구나 싶었다. 회의적인 태도로 의심부터 했던 게 너무 부끄러웠다.
아이는 추가적으로 다른 과목의 멘토수업을 신청했는데 매칭된 멘토 선배가 많이 바빠서 과학 멘토만큼의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 선배가 많이 바빠 점심 시간만 가능했기에 점심을 굶어가며 도와주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선배들 역시 중요한 시기라 한 텀동안 이어진 수업이었지만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는 선배들을 만나면서 좋은 자극을 받았을 테다. 먼저 경험한 선배로부터 듣는 경험담과 그들이 직접 보여준 노력의 증거들.. 더없이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