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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Sep 19. 2022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알아보는 방법 아시나요?

(외국에서 크는 한국 아이들의 궁금증)

외국에서 '한국인'을 알아보는 방법 아시나요? 아시아계 사람들 속에서 딱 보면 '아~ 저 사람은 한국인이구나!'하고 알아볼 수 있나요?

대체 어떤 걸 보고 한국인이구나 알아보는 걸까요?


아무리 비슷비슷해 보이는 아시아계 사람들 속에 있어도 우리나라 사람 못 알아볼까 봐 싶으시죠? 생김새를 봐도 딱 표가 날 거고 헤어스타일이나 옷 차림새를 봐도 뭔가 세련되고 유행을 앞서가는 스타일일 테니 단박에 알아보지 싶으실 거예요. 이름도 표가 나죠. 요즘엔 구분하기 어려운 이름도 많아졌지만 대체로 들어보면 이건 한국 이름이구나 싶죠. 무엇보다 전세계 어디서 들어도 확연히 차이 나게 독창적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기에 한국어가 들려오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한국인이 맞구나!" 싶어지죠.


싱가포르에서 여러 해 살다 보니 로컬학교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과 사람 많은 쇼핑몰에 가면 우리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아요. 이곳 싱가포르엔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중국인들도 많이 있기에 이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아이가 로컬학교 교복을 입고 있으니 당연히 싱가포르 사람인 줄 아나보다 싶었어요. 그런데 혼자 나가도 중국어로 길을 묻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 중국어 못합니다만.."

매번 그렇게 영어로 답하면서 너무 현지화되어 버려서 한국인답게 안 보이나 싶었어요. 그러다 대체 한국인다운 게 어떤 건가 싶었답니다.


최근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나이 지긋한 여성 분이 가만히 쳐다보다가..

"아베 총리가 그렇게 죽어서 마음 아프겠어요."  하더군요. 제가 일본인이라 생각했던 걸까요.. 그날은 뭐가 평소와 달라서 일본인으로 보였을까요?


우리끼리 말고 외국인들이 '저 사람은 한국인이구나!'하고 알아보는 기준은 뭘까요? 이런 궁금증이 생기게 된 에피소드를 소개해 볼게요.

(외국에서 크는 한국 아이들의 경험에서 나온 궁금증입니다.)




# 1. 한국인은 다~ 한다던데..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는 너무 더워 붉어진 건지, 흥분해 그런 건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씩씩대며 너무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친구들 중 가끔 자길 빤히 쳐다보곤 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왜 쳐다보냐고 하면 그저 웃기만 했단다. 그러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질문 하나 해도 되냐고 하더란다. 기분 나쁘라고 하는 질문이 아니니 오해 없이 들어 달라기에 대체 뭐가 궁금하냐 했더니..

"듣기로 한국인들은 다 성형을 한다는데 넌 어디 성형을 한 거야?"하고 물었단다.


잘못 들은 건가 싶을 만큼 너무 황당해서..

"난 당연히 성형한 곳이 없어. 한국인들이 다 성형하진 않아. 게다가 난 중학생이잖아."

그렇게 대답하니..

"정말이야? 한국인은 다 성형해서 예쁘다던데.." 그랬단다.

평소 그 친구의 성격이나 태도를 고려해볼 때. 놀리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오히려 너무 진지하게 물어와서 정말 저렇게 믿고 있는 건가 싶어 많이 황당했다는 둘째..

둘째가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니 평소 한국인에 대해 궁금했던걸 물어본 걸까? 왜 그런 궁금증이 들었을까 듣는 나도 당황스러웠다.


너무 더워 푹푹 찌는 싱가포르지만 학교에서도 종일 마스크 쓰고 생활해야 하기에 얼굴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을 텐데 싶었다. 의아해하는 내게 밥 먹는 시간과 체육 수업을 들을 땐 마스크를 빼니 그럴 때 자꾸 쳐다봤던 거 같다고 했다.


"그 친구 보기엔 네가 뻐 보여 물었을까? 아님 성형했을 텐데 안 쁘네 싶어 물었을까?"

"엄마!!! ~~~~"

괜히 둘째를 놀리고 싶어 장난을 쳤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물어봤을까 싶었다. 어쩌다 그 아이에게 "한국인은 다 성형미인" 이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걸까? 둘째를 통해 잘못된 정보라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기를..




# 2. 저 아이 한국인처럼 보여..


조용히 듣고 있던 막내도 좀 당황스러운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며칠 전 캔틴에서 음식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선배들이 뒤를 돌아보며 저 아이 한국인처럼 보인다고 하더란다. 마침 뒤에 서 있던 막내는 모르는 선배들인데 어떻게 알았을까 하며 조금 당황해서 맞다고 대답해야 하나 싶었단다.


그때 그 선배들이 다시 뒤를 돌아보더니 막내 뒤에 서 있던 아이를 가리키며 한국애 맞을 거다 했단. 이야기를 들었는지 막내 뒤에 서 있던 아이는 자기 한국인 아니라고 했다는데.. 정작 진짜 한국인인 막내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했다.

"저기요. 선배님 제가 한국인인데요."  할 수도 없고.. 

막내가 보기에 왜 선배들이 뒤에 있던 아일 한국인일 거다 생각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다.


"키가 많이 컸어? 아님 아이돌처럼 잘생겼어? 그것도 아니면 한국어를 썼나?"

막내 뒤에 있던 아이를 모르니 궁금해 물어봤다. 다 아니었다며 키 크고 잘생기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되물어왔다.


"엄마~ 그렇게 물어보면 얘는 어쩌라구요~"

화를 내는 둘째 덕에 아차 싶었다. 그러게.. 질문하고 보니 이리 물으면 울 막내는 어쩌라고 싶었다.. (나름 큰 편이고 내 눈엔 잘생겼는데..)

"아차차~~  실수!!! 미안 미안.. "


그 선배들은 다른 아이의 어떤 면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막내는 최근엔 친구들도 선배들도 한국인이냐 물어보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했다. 하이어 차이니즈(Higher Chinese)를 들으니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인 줄 안다고.. 그러면서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이구나 하고 알아보는 건 어떤 기준인 걸까요?"


역시 겉모습으로 구분하는 게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면 우리만의 독창적인 '한국어'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역시 쉬운 방법은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일이 있었다.




# 3. 대화만 들으면 둘 중 누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지난 여름 싱가포르 모대학에서 개최한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했던 둘째.. 부쩍 앞으로 어떤 전공을 공부하면 좋을지,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을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시기라 관심 가는 분야를 미리 경험해 보면 좋을 거 같아 참가한 캠프였다.


대학에서 개최하는 여름 캠프에서는 학교 소개와 함께 학교 시설도 보여주고, 지원한 과정으로 입학하면 어떤 분야를 공부하게 되는지 주제별 강의를 들으며 미리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해줬다. 선배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어떻게 입학하게 되었는지 경험담도 , 입학 관련 궁금증이나 입학 후 학교 생활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해주는 시간도 가졌단다. 싱가포르 주변 다양한 나라에서 참가한 친구들과 사귈 기회도 갖고 함께 싱가포르 관광을 하며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몇 살인지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A란 친구가 달려와서 한국인이냐고 반가워했단다. A는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한국인도 좋아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 제품도 다 너무 좋아한다고 했단다.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고..

너무 좋아해 주는 모습에 반가웠다는 둘째는 좋아해 줘서 고맙다 했단다. 싱가포르 친구들 중에도 한국 아이돌 그룹이나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 좋아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지만 이렇게 격하게 한국은 무조건 는 친구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고.. 

얼마나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인가..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반겨주니..


또 다른 B란 친구자기도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드라마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단다. 한국어를 드라마로 배웠다니 신기했다는 둘째는 점심시간에 캔틴에서 음식을 사서 막 앉았는데 같이 밥을 먹자며 B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B: "너 어디에 있어?"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억양의 한국어질문하는 B에 놀란 둘째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한국어로..

둘째 : "나 이미 식당에 들어와 있어. 앞쪽이야." 하고 대답했단다. 


대답하고 보니 간단한 말은 알아도 '앞쪽' 같단어는 모를 텐데 어쩌나 하며 왜 한국어로 대답했지 싶던 그 순간.. B가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쪽으로 찾아왔다고.. 

그 말을 다 알아듣고 온 건가 의아했다는 둘째는 잘 모르는 친구라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몰라 그 다음부터는 영어로 대화했는데 B는 한국어로 쭉 대답하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했다. 들을수록 B의 한국어 실력이 너무 완벽해서 놀라울 정도였단다.

외국인이 한국어 할 때의 조금 어색한 억양도 없어서 혹시 부모님 중 한국분이 있냐 물었을 정도였단다.


B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혼자 공부한 실력이라며 진짜 한국인을 만나면 발음이 어색해서 비웃을까 봐 걱정했다면서 듣기에 어떠냐고 물었단다. 너무 완벽하다고 했더니..

"신이 사고(accident)로 날 잘못된 나라에 태어나게 한 거 같아. 난 한국에서 태어났어야 했어." 그랬단다.

진심 가득 담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는데 얼마나 좋으면 저런 표현을 할까 그저 신기했단다.


식사 후 B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는데.. 싱가포르에서 오래 살면서 한국 드라마 볼 기회가 많이 없었기에 잘 모르는 둘째는 역시나 그 친구가 말하는 드라마들이 다 생소했단다. 같이 듣던 또 다른 나라 친구가 자기도 <태양의 후예> 봤다고 니 그게 언제적 드라마냐며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제목들줄줄이 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개하며..

"이 배우가 왜 서브 남주인 거냐.. 남자 주인공은  스타일이 아니었어. 서브 남주가 훨씬 더 멋진데.. 대체 여자 주인공은  남주를 선택하는 거야?"라며 안타까워하더란다. 

미안하지만 난 이 드라마를 모른다고 했더니 이미 <시즌 2>까지 나왔다며 어느 편이든 다 재밌으니 꼭 보라고 권했단다. 

(와서 남주가 누군지.. 서브 남주가 누군지 금해서 아보더니.. "오~~그래서.."하며 B의 생각에 공감했다는 건 비밀..)


여기까지 들려주던 둘째는..

"엄마. 이 이야기를 주변에서 그저 듣기만 했다면 누굴 한국인이라고 생각했겠어요? 대화 내용만 듣고 보면 당연히 그 친구가 한국인인 줄 알 거예요. 그죠?"

"그러게. 그냥 대화만 듣고 누가 한국인인지 맞추라고 하면 당연히 B를 고를 거 같아."


"그런데 제가  놀랐던 건 한국어 잘하는 거나 한국 드라마 다 알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글쎄 저도 잘 모르는 말을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한국어가 분명한데 저게 무슨 뜻인가 한번 더 고민하게 하는 표현을 너무 많이 사용하더란다. 드라마를 통해 배운 탓인지 줄임말을 많이 사용했다고..

"노잼이야~" 하나 알아 들었다는 둘째..


분명 우리말인데 진짜 한국인인 자긴 못 알아듣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는 아이.. 나중에 한국 가서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면 오늘처럼 못 알아듣고 바보가 된 기분일 거 같다며 걱정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좋아해서 배우기 시작한 한국어는 진짜 한국인이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들도 다 알고 있고.. 거기에 유행하는 신조어까지 자유자재로 쓴다니..

얼굴 안 보고 그냥 대화만 듣는다면 누가 봐도 B가 한국인이다 싶을 거 같다.

한국어로 말하는 것도 한국인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절대적일 순 없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보고 한국인이구나 알아보는 걸까?

궁금해지는 밤이다..









< Daum에 실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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