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by 이엘

이후 왕은 *참찬을 열었다.


*참찬: 왕과 주요 대신 몇명만 만나서 국정을 논의하는 회의


왕은 상헌과 성기 그리고 주요 대신들을 불러 모은 뒤 명했다.


“조선으로 보낼 사신단을 꾸리시오 정사는 성기 부사는 지천이오. 그리고 민심 안정 차원으로 *상공과 *세역을 줄이고 *의창의 곡식을 푸시오. 그리고 육의전을 통해 유통되는 화폐 통화량을 줄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군을 풀어 저자에 헛소문을 퍼트리는 자는 모두 옥에 가두도록 하시오!! 그리고 당분간 *면선을 중지시키시오!!”


*세역: 세금과 역, 물품과 돈으로 바치는 세금과 노동력으로 바치는 역 이렇게 두 가지가 세금을 이루는 근간이다.


*상공: 수도의 육의전이 조정에 바치는 공납품과 공역


*의창제: 의창은 곡식 대여 기구이다. 조정에서 풍년이 들때 곡식을 싸게 사들였다가 기근이 들거나 국가 위기 사태 때 1할의 이자를 붙여 백성에게 곡식을 대여해준다.


*면선제: 얼굴 면자에 가릴 선 자를 쓴다. 임금이 직접 지방에서 추천받은 인사를 면접해 인재를 등용하는 천나라 고유의 제도이다.


그 말에 재무상서는 두려움에 떨었다.


의창의 곡식을 풀었다가… 국가 위기 사태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재무상서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기를 위시한 강경파는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나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폐하!!”


그 말에 상헌만이 대답하지 않았다. 상헌은 이 모든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여겼다.


특히 어린아이를 도살하는 것에 대하여 말이다.


그러나


상헌이 올바르지 않다고 여기든 여기지 않든 왕은 성기를 중심으로 사신단을 꾸렸다.


성기를 정사로 지천을 부사로 나머지는 수천명의 군사들로 채웠다.


그것은 말을 듣지 않으면 조선 조정을 무너뜨리겠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사실상의 침략군이었다.


왕은 성기에게 전권을 주면서 말했다.


"조선을 포섭할 방법은 무엇이든지 좋소 전권을 부여할 테니 조선을 무력으로든 구슬리든 해나래를 어떻게든 끌고오시오!!"


성기는 왕명에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네 알겠습니다!! 조선을 멸망시켜서라도 해나래를 데리고 오겠나이다!!"


그렇게 사신단은 출발했다.


정사로 성기 부사로 지천이었다.


일반적인 사신단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정사는 예부에서 선발되지만 사신단 정사가 병부에서 선발된다는 것은… 조선에 대한 관계를 파기하고서라도 해나래를 데려가겠다는 왕 요의 의지가 피력된 것이다.


정사 성기 부사 지천을 위시로 세 명의 천부장이 그들을 호위했고 이천 명의 살수명과 천 명의 제운병이 위세를 뽑네며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넜다.


하루


이틀


사흘


이례 없이 빠른 속도로 사신단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제압하였다.


일주일 걸려서 사신단은 조선에 도착했다. 조선의 국경을 지키던 박사와 박사 휘하에 있던 군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북을 쳤다.


*조선의 북은 쇠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북을 울릴 때는 주로 외적이 침공해 왔을 때 혹은 그에 준하는 반역이 있을 때이다.


둥 둥 둥


"군대다!! 군대가 왔다!!"


박사는 군사들을 모았다. 다 긁어모아보았자 수십명에서 수백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 수백명도 마을 주민들을 무장시켜 내보낸 것이었다.


박사는 자신 위에 있는 준경 *장군을 불렀다. 준경 장군은 조선의 최북방 국경을 책임지고 있는 장수 조선 북방 수비의 총책임자였다.


*장군: 조선의 북방과 남방 각각을 통괄하는 지방 군사의 지휘자. 준경 장군은 북방의 행정 사법 군사를 모두 통괄하는 사람이자 북방의 박사들을 모두 통괄하는 지휘관이다.


준경 장군은 그 모습을 보고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판금 갑옷과 투구 형식 그리고 비파형 동검 이것은 천나라의 갑주와 무기였다. 천나라와 조선은 서방과 남만 그리고 북방과 달리 조공 책봉 관계 사이가 나쁜 관계가 아니다. 조선이 천나라의 정통성을 보장해주고 조선의 국왕은 책봉과 답례품을 받아가는 좋은 관계였던 것이다. 그런 관계인데 갑자기 천나라가 대규모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준경 장군은 휘하 박사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명했다.


"경거망동 하지 말고 내 명 없이 쉽게 군사를 움직이지 말라!! 내 명을 어기면 목을 칠 것이다!!"


휘하 박사들 중 하나가 준경 장군에게 물었다.


"어찌하실 계획인지요?"


준경 장군은 그 물음에 천나라 군사의 깃발을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그 깃발은 사신단의 깃발이었다. 결국 준경은 사신단과 협상할 것이란 걸 휘하 장수들에게 무언으로 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준경은 호위무사 동수를 데리고 천나라 진영으로 갔다.


"사신단의 정사와 만나기 위해 왔다!! 난 조선의 장군 준경이다!!"


그러자 천나라의 천부장이 천나라의 막사로 달려갔다. 잠시 뒤 천부장은 준경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호위무사는 제하고 장군만 들어오시오!!"


그 말에 동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준경을 보았다. 하지만 준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걸어갔다.


"동수야 괜찮다. 저들이 날 죽일 테면 진작 죽였을 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 막사에 들어갔다.


그곳 막사에는 탁자와 의자 몇개만 놓여져 있었다. 천나라 병부상서 성기와 천문관 지천은 의자에 앉으면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건 대화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준경은 그것을 파악하고 저자세로 옆 의자에 앉았다.


준경은 고개를 숙이면서 자기를 소개했다.


"나는 조선 북방 국경의 총책임자 준경 장군이라 합니다. 천나라의 사신이 이 대군을 이끌고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병부상서는 상대방의 적대 표시가 없다는 것을 알고 화두를 던졌다.


"나는 이 군대 그대로 조선 조정에 가길 원하오. 아니 가야 한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상국 병부상서로서의 명령이다."


준경은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고 여겼다. 일상적인 조공을 받으러 오는 것이라면 이러한 대군이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일종의 무력 시위 얻어선 안될 것을 얻기 위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들어야 함과 동시에 그 이유가 턱없는 것이라면 여기서 목숨걸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준경은 뱀이 먹잇감을 노리듯이 조심스레 사신단의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저도 알 수 있습니까? 아무리 천나라가 상국이라지만 이렇게 대규모 병력이 중앙으로 가는데 국경을 지키는 장수로써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걸 유념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 이유의 전말을 전부 알려주실 것은 없습니다. 그저 일말만 알려주셔도 됩니다."


이건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자신이 국경을 지키는 장수라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유의 일말만 알아도 된다는 당근을 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이유를 밝히게 된다고 생각했다.


병부상서 성기는 준경에게 조용히 말했다. 준경에게는 말해야 그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아래에서였다.


"이거는 휘하 장수들에게 비밀로 하시오... 쌍성일이 도래했소."


"!!!!!!"


성기는 계속해서 준경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장군에게 말해줄 것은 그것밖에 없소 대규모 병력을 몰고 온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오. 하지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갈 판에 국가간 의례가 무슨 소용이겠소?"


쌍성일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준경은 떠올렸다.


전승에 기록된 쌍성일의 파괴력을


수천만의 사람을 죽였던 쌍성일의 자연재해를


그것을 떠올리고 준경은 이들을 중앙까지 인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중앙까지 사신단을 인도해드리겠습니다."


성기는 그 말을 듣고 준경에게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소."


사신단은 준경 휘하 군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중앙으로 갔다. 삼천 명의 군단이 조선의 수도인 신시로 오자 신시의 백성들은 두려움이 섞인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와 상관없이 수도의 조선군은 그들을 접대하였다. 준경이 연통을 보내 놓았기 때문에 조선 조정은 미리 사람들을 대기시켜 두고 있었다.


마침내 천나라의 사신단이 조선 조정에 입성했다.


조선 조정에 들어서니 천나라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많은 대신들이 성기 눈에 보였다.


조선왕을 직접적으로 보좌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태자 *대부


*대부: 지금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군사와 형벌을 담당하는 조선 *상


*상: 지금으로 치면 장관


국가의 의례와 외교를 담당하는 이찬 상


국가의 수리시설을 담당하는 이수 상 등 조선의 주요 대신들이 모였다.


이찬 상은 바깥으로 나와 병부상서 성기를 접대했다.


"안녕하십니까. 준경장군으로부터 소식은 들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하시지요."


병부상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 상은 속으로 무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들이 상국이니 어쩔 수 없지 우리의 왕도 기원을 따지면 천나라의 혈통이 아닌가?"


조선 왕이 천나라의 혈통이라는 건 오랜 전통에 기인한다. 조선의 초대 왕은 기자라는 자인데 천나라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다. 기자는 천나라에서 가져온 물품들과 기술 그리고 사상을 가지고 조선을 건국했다. 그렇게 기자는 모계 국가인 천나라를 상국으로 섬겼는데 지금의 조선이 천나라를 상국으로 섬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자 들어가시지요."


이찬 상은 일행을 궁궐로 인도했다. 조선의 궁궐은 천나라의 그것보다 더 작았다. 짚 지붕이었고 짚 지붕은 짚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리고 진흙으로 계단과 벽을 쌓았다. 규모는 천나라의 것보다 더 작았다.


궁궐에는 강물을 끌어올 수 있는 수리 시설이 있었다. 구리 관에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 구리관은 궁궐 내 정원과 논밭에 연결되었다. 병부상서는 그것을 보고 조선의 궁궐 구조도 우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일행은 안에 들어갔다. 여러 상들이 안에 있었고 태자 대부가 조선 왕 찬 옆에 수호신 처럼 붙어 있었다.


옆에 시종이 외쳤다.


"천나라 사신께서 드셨습니다!"


그 말에 조선왕을 제외한 대부와 상들이 사신단에게 고개를 숙였다.


병부상서 성기와 천문관 지천이 조선 조정 안으로 들어가니 이찬 상이 외쳤다.


"사신 드셨습니다!!"


성기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면서 좌중을 압도했다. 두꺼운 체구, 단단한 남성, 중후한 목소리 그리고 상국의 정사라는 권력은 조선 대신들을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성기는 조선 왕 찬에게 인사를 올렸다.


"왕이시여 기체 만수무강하십니까?"


왕은 갸냘픈 손을 피면서 말했다.


"나는 늘 건강하게 지냈소. 쌍성일이 가까워졌다는 비보를 듣고 이렇게 조회를 소집했소."


성기는 왕을 올려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왕이시여 쌍성일이 가까워진건 사실입니다. 우리가 대군을 몰고 온 것도 그와 관련이 있습니다. 해결 방책을 찾으러요."


조선왕 찬은 정치적 감각이 빠른 사람이었다. 쌍성일의 도래 병부상서가 수천의 군대를 몰고 온 것 그리고 천문관 지천이 온 것에서 사신이 온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아마.... 제물이 필요해서 온 것이겠지.


대규모 죄수나 포로가 필요해서 온 것일 게야.


그렇다면 이해가 갔다. 죄수나 포로는 국가의 노동력으로도 사용된다. 예컨대 조선의 8조법 중 도둑질하지 말라 라는 조항을 어긴 죄수는 50만 은전을 갚거나 그 스스로가 노예가 되어야 했다. 도둑질을 감행한 자가 50만 은전이 있을 리가 없으니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조선의 노동력을 강제로 징발해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끌고 온 것이라면 아귀가 맞는다.


왕 찬은 그것을 생각하고 제물로 바칠 죄수나 포로가 얼마나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


하지만


사신 성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천리를 어기는 일이었고


인간의 도리를 어기는 일이었다.


사신 성기는 말했다.


"조선의 햇골에 있는 해나래라는 소녀를 신수 기린께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신수 기린께서 인류를 지켜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운명을 어길 수 없습니다."


좌중은 떠들썩해졌다.


이것이 음모라고 여기는 이도 있었고


쌍성일 자체가 거짓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었다.


임금 요가 어린아이를 안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일은 금기였다.


천지왕이 금기로 정한 일이었던 것이다.


천지왕이 자신의 규칙을 어기는 것을 예언으로 내렸을 리 없다 라는 논리가 조선 조정 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조선왕 찬도 이상함을 느끼고 병부상서 성기에게 물었다.


"어린아이 그것도 어린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건 천지왕께서 금기로 정하신 것이오. 혹 예언이 잘못된 것 아니오? 아님 천문관이나 제사장이 하늘의 뜻을 잘못 읽거나..."


그 말을 병부상서 성기가 끊었다.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시오?! 쌍성일이 다가왔소!! 조선 햇골의 어린 여자아이를 신수 기린께 바치라는 예언이 실제로 들어왔소이다!! 거짓 같소?! 여기 증거가 있소!!"


그러면서 예언이 적힌 갑골문을 내놓았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인류가 멸망할 위기 앞에서!! 우리는 행동할 것이오!! 천리를 어기는 일이라도 인간의 도리를 어기는 일이라도 우리는 행할 것이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수천 대군을 데려왔소!! 조선 조정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데리고 갈 것이오!!"


무례였다. 아무리 조공국이라지만 한 나라의 국왕 앞에서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명백한 압박이라고 조선 조정의 신하들은 생각했다. 태자 대부는 예언이 진실이고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조선의 이익이라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태자 대부는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를 넘기는 것을 고려해 보도록 하겠소 우리 왕께도 진언을 올리도록 하지. 그렇게 아이를 넘기면... 우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이오? 적어도 조공 질서 하에서 답례품인 은괴를 5배는 더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왕실을 천나라 왕실의 부마국으로 격상시켜 주시오."


조선 왕 찬은 태자 대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회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원이 담겨 있었다.


병부상서 성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협조한다면 그것에 대해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1차 거래는 완성되었다.


동시간


햇골의 해나래는 오늘도 밭일을 하고 있었다.


땅을 파고 씨앗을 뿌렸다.


씨앗에 거름을 주었다.


거름은 씨앗에 자라날 힘을 주었다.


해나래는 그것을 보고 조금 기뻐했다.


자신의 미래도 이 씨앗처럼 언젠간 나아질 것이라 믿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삶을 이어나갔다.


해가 두 개여도


달이 두 개여도


아무리 어머니에게 구타를 당해도


삶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해나가는 것이 신이 원하는 것이라 믿으면서


언젠간 어머니 찔레가 자신을 인정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자신이 태어난 운명에 순응했다.


밭일을 끝내고 해나래는 *집으로 들어왔다.


*조선의 집은 천나라의 집과는 다르게 아직 움집의 형태이다. 움집은 짚으로 지어졌으며 아래가 팔뚝의 길이만큼 정갈하게 파여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모닥불이 있다. 그 구조는 모닥불의 불이 온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해나래의 어미 찔레는 모닥불 위에 있는 *밑바닥이 뾰족하고 빗살이 그려져 있는 토기에 조와 기장과 물을 넣고 밥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 해나래를 보더니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 햇골에서 밑바닥이 뾰족한 빗살무늬 토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강의 범람 때문이다. 강의 범람이 땅을 축축하게 하니 축축한 땅바닥에 꽂을 수 있고 불에 잘 구워질 수 있도록 토기를 만드는 것이다.


"너는 이제야 들어오니?!"


해나래는 웃으면서 찔레에게 말했다.


"논밭에 씨앗을 주느라요….”


찔레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빨리 들어오라고 몇번을 말했어!!!"


지나친 화였다. 그 화에 해나래는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


"오늘 밥은 조금 줄거야 알겠어?! 계집애가 나를 닮아 이쁘장하게 생겼으면 집에 빨리 빨리 들어와야지 변을 당하지 않지!! 니가 변을 당하면 늦게 돌아온 너 때문이야 알아?!"


해나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이야기 똑같은 형태의 구박 변하지 않는 상황 이 모든 것이 해나래에게는 끔찍했다.


"밥이나 먹어!!"


그 소리를 듣고 해나래는 생각했다.


언젠간 어머니는 변할까?


언젠간 이 박사는 어머니에게 사과할까?


언젠간 이 박사는 우리를 가족으로 대해줄까?


그렇게 평범하지만 이룰 수 없는 소원을 바라면서 해나래는 어머니 찔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찔레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검은 머리에 오똑한 코 빨간 입술 결정적으로 이 세상에 없을 미모


자신 또한 그러한 어머니를 닮았겠지.


자신 또한 그러한 어머니처럼 남자를 ‘홀리고’ 지아비의 등골을 뽑아먹겠지.


그래 찔레가 자신을 홀렸고 찔레의 하음은 명기라고 말하는 이 박사의 말대로 말이다.


그래 원래 해가 두 개 뜨고 달이 두 개 뜨는 척박한 세상에서 여자란 존재는 남자를 소박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고을 사람들의 말처럼 말이다.


자신 또한 그러한 존재가 되겠지.


자신 또한 순응하는 삶을….


살겠지…..


밥이 되고 찔레와 해나래는 밥을 먹었다. 반찬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 조밥이었다. 평범한 식사였지만 분위기는 삭막했다. 하지만 삭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그 누구도 노력하지는 않았다. 해나래 또한 어머니 찔레에게 순응했을 뿐이었다.


달이 뜨고 밤이 되자 해나래와 찔레는 잠이 들었다. 해나래는 잠에 들기 전에 마고 여신께 소원을 빌었다.


제발 이 상황이 나아지게 해 달라고


한번


두번


세번


해나래는 잠이 들고 꿈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다.


꿈 속에서 자신은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은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고


해와 달이 자신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천하 군세에 쫓기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해나래는 어머니 찔레가 자신을 구타했을 때보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이 더 괴롭다고 여겼다.


하지만


왜인지


자유롭다고 여겼다.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그건 꿈인가 현실인가


해나래는 알 수 없었다.


해나래가 궁금해하는 동안 바깥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평화로웠다.


꿈 내용과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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