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권력과 명시적 권력

by 이엘

암묵적 권력과 명시적 권력


정치학 책에서 권력은 A란 사람이 B란 사람에게 직접 지시하는 명시적 권력과 관계성과 암묵적 표현 만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명령하는 암묵적 권력으로 나뉜다고 쓰여 있다. 명시적 권력은 주로 교통 경찰과 운전자 교사와 학생 같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직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며 암묵적 권력은 주로 가족같은 1차적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예를 들면 비선실세 같은 경우 사회적으로 규정된 직위를 무시하고 암묵적 관계성을 따른다) 그렇다면 사회는 명시적 권력을 더 우선시할까 아니면 암묵적 권력을 더 우선시할까?


내가 학교생활을 할때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말을 들었다. 담임교사에게 존댓말을 꼬박꼬박 썼다. 하지만 그게 담임교사에 대한 권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담임교사가 시키는 일은 했지만 때론 뒷담화도 했으며 수업시간에 말을 안 듣기도 했다. 권력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이들 사이에서였다. 아이들끼리는 형식적으로는 동등한 관계였지만 공부를 잘하느냐에 따라 성적 발언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힘이 얼마나 세느냐에 따라 얼마나 교우관계가 좋느냐에 따라 얼마나 유머감각이 있느냐에 따라 위계질서가 갈렸다. 동등하게 반말을 했지만 암묵적 관계가 형성되었고 때론 힘약한 아이에게 암묵적 권력을 행사하여 명령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체육시간에 주류인 아이들만 운동장을 쓸 수 있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럼 암묵적 권력이 명시적 권력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학교에서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암묵적 권력은 은밀하고 공식적이지 않은 데다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위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도적 공인은 약하지 않다. 선생은 학교와 사회가 공인한 권력이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의 관계성에 개입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아이들 사이의 정치적 관계를 알아야 하고 선생 자체의 정치력이 강해야 하기 때문에 쉽기만 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을 온전히 왕따시킬 수 없다. 선생이라는 직함이 주는 권위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결과적으로 암묵적 권력과 명시적 권력 중 어느 것이 더 강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결국 그 권력을 다루는 주체가 얼마나 그 권력을 다룰 역량이 있는가에 따라 그리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명시적 권력과 암묵적 권력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낫느냐 결정할 수도 없다. 선생이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처럼 명시적 권력이 더 악영향을 미칠 수도 학생이 학생을 돕는 경우처럼 암묵적 권력이 더 선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권력은 분류되지만 상황과 다루는 사람에 따라서 그 위치가 역전될 수 있다. 하지만 단정지을 수 있는 게 단 한가지 있다. 그건 바로 어떤 권력이든 사람을 억압하는 데 쓰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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