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드러나는 권력구조
우리는 건축가가 지은 집에서 산다. 건축가가 지은 집에서 의식주를 해결한다. 즉 우리 생활과 건축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건축가가 설계한 도시 설계에서는 우리의 생활과 우리의 사고방식 국가의 작동 기제까지 드러난다. 예를 들면 명동 거리에 가면 1층에 상점이 많다. 1층에 상점이 많다는 의미는 상업 자본주의가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북한 평양에는 좌우 대칭인 건물이 많고(류경호텔) 1층에 가게가 없다. 그것은 굉장히 권위적이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사회를 말한다. 이처럼 건축은 그 사회의 삶의 구조 또한 권력의 구조도 나타낸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우리 사회는 자유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 건축 구조와 건물 배치도 다양하다. 우리는 건물에 들어가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일부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그건 자격 문제이다) 어떠한 상징적인 건물(국회의사당)은 있을지언정 이데올로기를 대놓고 드러내는 건축물은 없다. (이순신 동상이 박정희 때 세워졌지만 이순신은 온 국민이 존경하는 장군이기에 제외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왕의 권력이 절대적이었던 전근대에는 어땠을까?
로마 제국 시대에는 원형 경기장과 제단 그리고 궁전을 중심부에 세우고 목욕탕과 상점 등등을 주변부에 세웠다. 이는 주변부가 아닌 중앙부에 권력을 집중시키고자 했던 로마의 건축계획이었다. 로마의 궁전이나 원형 경기장 등이 황제정 시기에 세워진 걸 보면 명확하다. 황제로 권력을 집중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제단은 매우 높은 곳에 세워졌고 제단은 계단으로만 올라갈수 있었다. 그리고 한정된 사람만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는 소수의 권력자들만 아래의 하층민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기제를 확립하기 위함이었다. 위에서는 아래의 정보를 확실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2번째 문단에서 우리 사회는 자유주의 사회여서 건축 구조가 다양하다는 말을 했지만 사실 그건 수평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야기고 수직적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아직도 로마 시대 당시의 위계질서가 건축 구조에 배어 있다. 회사 꼭대기는 회장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 구조는 우리의 삶 특히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권력은 관계성에서 나타나고 건축도 관계성이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압적이지 말아야 할 공간에서는 건축물이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법정이 있다. 법정은 피고인과 원고가 아래에 있고 재판관이 마치 신처럼 그들 위에 앉아 있다. 위치상으로도 사회적 관계적으로도 피고인과 원고의 상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하다. 재판관은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재판관의 위치를 피고인과 원고의 눈높이와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형식적이나마 관계의 평등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류 사회가 발전해 오면서 점차 평등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평등이 자리잡지 못한 데가 많다. 건축 구조에서부터 평등을 추구해 나가면 우리는 점차 관계에 있어서의 진보를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