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기분이 좋습니다

by 이노나

기분이 좋습니다





언제나 하나씩 모자라는 편이어서 할 일을 남겨두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바람이 부네요

혼잣말입니다


어제는 앞집 할머니께서 길가에 내놓으신 낡은 의자에 앉아 하루 내내 지나가는 현실을 구경했습니다 오늘은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선 밟는 놀이를 했습니다 간혹 진땀이 났지만 곧 괜찮아졌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나를 보았지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이리 채이고 저리 옮겨지는 쓰레기가 있어요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던 그날에 뻗었던 손은 언제 돌아옵니까 알 수 없는 풍경 속에 엎드렸던 마음이 사각사각 일어날까요 혼자 떠돌았던 이야기들은 기원을 모르는 몇 겹의 유쾌함으로 상관없어집니다


관계없는 현실을 뒤로 미루는 것만큼 훌륭한 일이 있을까요


밤이 옵니다

밀며 밀며 어딘가로 사라지는 기분이


좋습니다


keyword
이전 26화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