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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무대 설명

by 이노나 Mar 26. 2025

  무대 설명 





  봄날이다. 무대 전체에 겨울과 여름이 동시에 흩어지도록 몇 겹의 허공과 달라붙기 이전의 장치가 필요하다. 묵은 먼지 냄새를 덮기 위한 혼란은 금한다. 


  많은 거짓말이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에 재현되거나 무너지기 위해 효과적인 삭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른쪽에 새 한 마리를, 왼쪽에 미끄럼틀을 센터는 무력하다.


  헛된 열정들을 활용하여 걸림돌을 만들 수도 있다. 종류는 무엇이든 상관없으나 쉽사리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 의도에 맞게 좌절의 순서대로 까닭을 구축하되 반드시 진부하여 신성함이 실현되어야 한다. 


  돌출은 부적절하나 부득이한 경우 플랫을 제거하고 핀 조명만으로 배후를 가려 공간의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 평면적 구성을 벗어나 감사함을 떠올릴 수 있으면 족하다. 특히 무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화두에 사로잡힌 일상이 원활히 부패될 수 있도록 배경은 최대한 폐쇄적이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덧붙일 때 버려진 가을을 끌어올 수 있다. 다만 엄정한 풍크툼 효과로 관객의 예상을 찔러야 한다. 상실은 달빛에 완전히 젖을수록 좋다. 


  하지만 모든 설정은 연출의 임의이며 그의 상상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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