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주인공 '마츠코'의 구구절절하고 구슬픈 인생사를 관통한 그녀의 단 하나뿐인 욕망, 열렬히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그 마음에 주목하게 된다.
단 하나뿐인 욕망
집에서 가출을 하기 전까지 그녀를 사로잡은 욕망은 단 하나, 아버지로부터 사랑받는 것이었다. 늘 병상에 누워있는 병약한 동생, 언제나 아버지의 관심은 동생에게로 향한다.
그녀는 아버지를 웃게 만들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공부를 해 교사가 된다. 하지만 황당한 사건에 얽혀 강제 퇴사를 당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동생으로부터,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그렇게 목을 매던 아버지로부터 홀연히 떠나버린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경험, 그런 기억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은 튼튼한 뿌리를 가진 것과 같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이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몇 배로 노력해야 하는 거라고
과거가 불행한 것도 억울한데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행복 근처라도 간다니, 조금 억울하지 않나? '마츠코'는 어린 시절 늘 사랑에 굶주렸다. 그 굶주림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난 후에도 해소되지 못한다.
그녀는 평생을 사랑에 굶주린다
첫 번째 남자인 작가 지망생도 어쩌면 인정과 사랑에 굶주린 하이에나였을지도. 그렇게 굶주린 하이에나는 때때로 '마츠코'에게 사랑을 주고 폭행을 하고, 자신의 문학적 자질을 의심하고, 결국에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환생이라 말하던 그는 '마츠코'가 보는 앞에서 기찻길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여기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반복적인 자살 시도, 마지막 문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그의 소설 '인간 실격'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제아무리 대단하고 위대한 소설가라 할지라도, 그가 결코 주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사랑 한 톨도 나눠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사과해야 할 대상으로 느끼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타자에게로 향하는 시선 속에서 탄생한다.
무인도에 떨어진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 주인공 '척'은 기어코 '윌슨'을 만들어 모종의 희망을 품는다. 외부의 대상이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주인공 '마츠코'는 그녀의 삶 속에 여러 명의 '윌슨'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빠를 시작으로, 작가 지망생, 불륜남, 기둥서방, 이발소 남자, 야쿠자가 된 제자 류까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는 것,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외부의 대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외부의 대상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다. 그게 자신을 파괴하는 것일지라도
다른 이에게 끝없이 사랑을 베풀었던 그녀는, 끝끝내 단 한 사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말미, 그녀는 잠깐의 반짝이는 희망을 맛보고는 이내 생을 마감한다, 타인에게 얻어맞아서.
그녀는 욕망대로 살고자 했다. 끝없이 사랑을 베풀고 끝없이 사랑을 갈구했다. 그것이 그녀의 아름다운 별나라다. 하지만 그 사랑 안에 '마츠코' 자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화에서 '마츠코'가 노래를 부른다. 만약 한국 가요로 대체한다면 나는 이곡을 추천하고 싶다. 일찍이 가수 심수봉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할 만한 명곡을 불렀으니.. 백만송이 장미!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헤어져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었기에
수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비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를 알았네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될 거야
저 별에서 나를 찾아온 그토록 기다린 인연인데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