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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솬빠 Nov 08. 2024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여수에서 묵었던 방에 들어가는 것이 한동안 부담스러웠다. 그 방에는 아버지의 모습 하나하나가 진하게 남아있었다. 그 공간에서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슬픈 감정을 피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아버지가 머물던 방에 들어가는 횟수도 줄고 그 방에서는 잠잘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잠을 자면 아버지를 꿈속에서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아버지가 그리워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이 공존했다. 혹시라도 안 좋은 모습으로 나겁이 났다.

'왜 나를 못 살려냈냐?'

'왜 병원에 미리 안 데려간 거냐?' 

'더 살 수 있었는데 왜 나를 그렇게 보냈냐?' 

하며 아버지가 나를 원망하고 계실 것 같았다. 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한 것만 같은 죄책감이 나를 계속 괴롭다.


막걸리를 거하게 마신 날 아이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잠시 쉰다는 것이 그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날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돌아가신 지 4~5개월쯤 을 때다.


시골집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가 돌아가 그 방에서 잠을 자려고 미닫이 문을 닫는데 닫히지 않았다. 다시 열어서 닫아보고 다시 열어서 닫아봐도 문 사이에 무엇이 끼어 있는 것처럼 닫히지 않았다. 이상해서 방문을 열어 밖을 보자 아버지가 서계셨다. 문이 닫히지 않게 아버지가 손을 넣어 막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온화한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셨다.

나는 아버지 두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붙잡아 현생으로 다시 모셔오고 싶었다.


'아버지 들어오세요!'


아버지는 나를 쳐다만 볼 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임을 아는 것처럼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나의 말에 응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애가 타서 아버지를 더 큰 소리로 부르며 힘껏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 모시고 들어오려 했지만 이제는 내 몸도 꿈쩍 하지 않았다.


'아버지 들어오세요!... 아버지 들어오세요!'


아버지에게 말하려 했지만 말소리 마저 나오지 않았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꿈속에서 내가 가위에 눌린 것을 알아챘다. 아버지 눈앞에 있는데, 그를 다시 되돌려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숨이 쉬어지지 않아 버지를 포기하고 잠에서 깨어나야 할 상황이었다. 몸을 움직여 잠을 깨어보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되지 않았다.

꿈속 상황도, 가위에 눌린 몸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숨이 점점 더 막혀와

'이러다 죽겠다'

'아버지가 날 데려가시려는 건가?' 

싶은 순간 환한 빛이 느껴지며 잠에서 깼다. 거실에 있던 아내가 나의 앓는 듯한 소리를 듣고 놀라서 달려와 나를 깨웠다. 나는 초점 없는 멍한 눈으로 아내를 쳐다봤다. 아내는 나의 머리를 감싸 안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책과 후회를 많이 했다.

'집으로 가는 길 휴게소에서 물을 마시지 않고 바로 갔다면 아버지가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심폐소생술을 더 더 오래 계속했다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의 잘못된 선택들이 아버지를 멀리 보낸 것만 같아 죄스러웠다.


나에게 그런 생각하지 말라는 듯 아버지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슬퍼하고 있거나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면, 그때의 나를 탓하는 모습이었다면 내 마음 더 괴로워졌을 거다. 꿈속에 아버지 모습이 에게 위안 었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반가웠지만 또 가위에 눌 걱정됐다. 방을 옮겨서 잘까 하다가 아버지를 외면하는 것만 같아 그러지 않기로 했다. 위치를 살짝 옮겨 방향을 돌아 누웠다.

쉽게 잠들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막걸리의 위력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다행히 가위도 눌리지 않고 개운하고 깊은 잠을 잤다. 이후로 아버지는 한 번 더 꿈에 오다. 편안한 표정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가벼이 해주고자 온화한 얼굴을 나에게 보여주시 오신 게 아닌가 하는 의미 부여를 해본다.


'아버지.. 다음 방문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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