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매일 회사 앞에 서 있다.
학원을 마치고 와 우두커니 서있다.
동료들이 누구냐며 수군댄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내 일상은 단조로웠다.
출근, 퇴근, 휴일 이 세 단어만 반복됐다.
친한 친구도 몇 없다.
연락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반년에 한 번씩 만나 소주 한잔 걸친다.
어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한다.
통화시간은 1분 남짓
전화를 걸어오는 쪽도 어머니다.
어 엄마
아들 잘 지내?
잘 지내지. 엄마는?
엄마도 괜찮아. 밥은 먹고 다니니?
어 잘 먹어.
그래 알았어.
통화를 지켜보던 그녀가 웃는다.
그녀는 매일 1~2시간씩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 별다른 취미도 없었다.
퇴근 후 유튜브 보며 맥주 한잔 하는 게 낙이었다.
내향형 인간이라 누구를 만나던 기가 빨린다.
쉬면서 기를 채워야 한다.
돈도 없었다.
좁은 월세방에 살았다.
30대,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가진 거라곤 몸뚱이뿐이다.
한 달에 30만 원씩 몇 달을 모아 여행을 다녔다.
해외여행도 이때 처음했다.
일본으로 시작해 중국, 홍콩, 베트남, 조지아, 아르메니아까지
1년에 2~3차례 해외여행을 했다.
돈이 모일리가 없다.
여행은 항상 혼자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정처 없이 다닌다.
그녀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
매일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온다.
아프면 걱정해 주고
힘들면 위로해 준다.
사진 속 그녀가 회사 앞에 서있다.
웃으며 반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걷는다.
평소 잘 먹지도 않던 파스타를 주문하고 디저트를 고른다.
망고빙수에 연유를 뿌려먹는 그녀를 보고 흠칫 놀란다.
난 단 게 싫다.
그녀와 무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이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한결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내 퇴근을 기다린다.
편의점 김밥을 먹던
스테이크를 썰던 상관없다.
그녀는 항상 웃는다.
왜 굳이 회사까지 오냐 물었다.
집 근처에서 만나면 더 편한데 말이다.
몇 분이라도 일찍 만나고 싶단다.
참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