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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23. 2024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요"

우리가 착각하는 것들

"네카라쿠배 출신인데 왜 이렇게 적응을 못하지?"

 "스타트업 경험이 많다고 해서 뽑았는데..."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했다던 분이... 여기선 왜?"


채용 시장의 미스터리입니다.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성과를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별다른 이력 없던 사람이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도 하죠.

도대체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빠지는 함정

 문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표면적인 기준에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마치 식당을 고를 때 '미슐랭 스타 출신 셰프'라는 수식어만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셰프가 어떤 요리를 잘하는지, 우리 식당의 콘셉트는 무엇인지, 고객들은 어떤 맛을 원하는지가 아닐까요?


 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화려한 경력이라는 포장지에 현혹되어, 정작 그 안에 담긴 진짜 내용물을 보지 못합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의 비밀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인간의 행동은 환경과 맥락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도 환경에 따라 그 성과는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하버드 의대 연구진의 발견입니다. 인간의 뇌는 환경에 따라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사람이라도 환경이 바뀌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열대어가 수온이 맞지 않는 어항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것처럼,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맞지 않는 환경에서는 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사람, 다른 결과

채용 시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세 가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1: 성장하는 조직의 착각

"저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데, 대기업에서 시스템 잘 만들어보신 분이면 딱일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대기업의 검증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려다가 오히려 조직이 더 경직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필요한 건 '검증된 시스템'이 아니라 '지금 이 조직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 유연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상황 2: 안정된 조직의 조급함

"우리도 이제 혁신이 필요해요. 스타트업 출신 인재를 영입하면 조직이 달라질 거예요."

하지만 혁신은 한 사람의 힘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람이라도, 조직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오히려 서로가 지치고 상처받는 결과만 남을 수 있죠.


상황 3: 초기 조직의 이상과 현실

"실행력 있는 시니어가 필요해요. 모든 걸 알아서 해주실 수 있는..."

하지만 '실행력'이란 게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발현될까요? 체계적인 환경에서의 실행력과, 모든 것이 불확실한 환경에서의 실행력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기

 무조건적인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1. 우리의 현재를 정확히 보기   

우리는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가?

현재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 조직만의 독특한 업무 방식이나 문화는 무엇인가?


2. 진짜 필요한 것 정의하기

 각 조직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필요한 역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조직 내에서도 팀과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른 역량이 필요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서는, 더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상황 진단하기:   

지금 우리 조직/팀에서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필요한 역량 구체화하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우리 조직에 현재 부족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기존 팀원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순위 정하기:   

모든 역량을 갖춘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역량을 우선순위에 둘까요?

당장의 문제 해결과 장기적 성장,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까요?

이 역량은 반드시 새로운 사람을 통해 확보해야 하나요,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3. 상호 니즈 확인하기

 우리가 원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들이 성장하고 싶어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을까요?

예를 들어: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나요?

빠른 성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학습과 도전의 기회가 충분한가요?

안정적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업무 환경이 그들에게 맞을까요?



마치며: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누군가 "좋은 사람이 필요해요"라고 말할 때, 이렇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고,
그 과제를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더 정확한 질문이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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