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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Mar 06. 2024

뒤통수를 때리는 인사

불친절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미지 제공: 쿠팡)


대기업 계열의 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회사를 15년 넘게 다녔다.

회사 내 교육기관의 이름에도 서비스가 들어갈 만큼, 서비스로 시작해서 서비스로 끝나는 회사 분위기였다.


서비스라고는 음식점에서 공짜라고 강제 주입시키며 갖다 줬던 음식 외에는 잘 모르던 내가 서비스를 효시로 하는 회사에 15년 이상 다니는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직접 필드에서 서비스를 시현하는 직무는 아니었지만, 전화 한 통을 받아도 메일 하나를 써도 서비스, 친절에 대한 강박은 강하게 업무 중 내 언행을 지배했었다.


심지어 한때 "전화 친절도 모니터링" 업무도 담당했었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각 부서별로 순위를 매겨 사내 공표하기도 했었다.


그 서비스 전문 회사를 떠나서 이직 대열에 동참한 지 어언 8년째를 접어들었고,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그저 월급 주는 데를 찾아 헤매면서 내 핏속에 흐르던 서비스, 친절 DNA는 많이 희석되었다.


하지만, 늦은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나 홀로 식판에 찬밥을 담고 국배식을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 내 뒤통수를 때리는 "감사합니다" 멘트를 들으면서 잠자던 서비스(친절) DNA가 움찔했다.

(배식대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나를 보고 한 인사가 분명하다)


예전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고객의 뒤통수에 대고 인사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차라리 아니 한만 못한 행위였다.

심지어 예전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가 단체급식업을 영위했었다.


문득 내가 요즘 업무 혹은 생활하면서 '친절'과는 먼 환경에서 지냈구나 하는 인식을 했다.


친절한 환경에서 친절을 경험해야 나도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언제부턴가 친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와 사정은 있겠지만, 웬만한 식당은 손님들을 半종업원으로 부리므로(ex. 물은 셀프와 같은 셀프질로) 셀프 친절만 남는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손님도 직원도 서로의 친절할 수 있는 기회와 의지 그리고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

친절이 친절을 낳는 것과 반대의 기제로, 불친절이 불친절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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