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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15. 2024

조직문화가 개인을 집어삼키다

조직문화는 다수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그 본부는 오랜만에 실시한 조직문화 진단 평가 점수에서 당당히 일등을 차지했다.

全평가 항목에서 조직 전체 평균을 웃도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누가 봐도 일 잘하고 조직문화도 좋은 최고의 조직이었다.


그런데, 그 본부에 3년 이상 재직한 직원 한 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사팀에 신고했고, 인사팀 조사 결과에 불복하여 급기야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다.

본인이 소속된 팀 전원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의외였다.

하지만, 그 직원이 퇴직의사를 밝히고 단 하루 만에 퇴직하는 날, 마지막 퇴근길을 보면서 그 본부의 조직문화 진단 평가 점수는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회사는 퇴직자의 마지막 퇴근길에 다 같이 엘베 앞까지 배웅하는 훈훈한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마지막 퇴근에 그 누구도 눈하나 마주치지도 않았고, 잘 가라는 인사조차 없었다.


조직으로 하는 일 중 누구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조직폭력배" 조폭이 있다.

가끔 그들의 언행이 사회 문제화 됨은 물론이고 범죄화까지 되어 사회의 지탄과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사회 첫 수업에 들어서 30년이 넘도록 기억하고 있는 문화의 상대성으로 인해 그들의 문화도 조폭들에게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합리적이며 존중받고 싶은 문화일 것이다.


마지막 퇴근길에 따뜻한 환송은 고사하고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그 직원을 보면서 그 본부의 문화는 조폭의 조직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문화는 다수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다수결에 따라서 100명 중 51명이 선택한 조직문화를 49명은 모두 따라야 하는가?

소수라서 다수를 따라야 할 수도 있지만, 다수이므로 소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조직문화가 중요하고 유효한 이유는 이러한 다수결의 숨겨진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문화라는 용광로 안에 소수의 문화, 가치, 의견도 담아내라는 의미는 아닐까?


그 직원이 노동부에 써 내려간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을 보면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의 억울함과 피해 직원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판단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그 본부의 조직문화에 소수 아니 한 명의 문화는 없었고, 그는 소수로서 보호받지 못했음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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