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론에 관하여
모겐소는 자연과학의 단일한 원인의 방법을 차용해 보편타당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사회개혁과, 정치적 문제를 사실만 축적해서 분석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비판하고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차용한다.
실천지는 단순한 사실적 지식의 축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공통된 행동 기준에 도달해야 하는 공동체에서 사는 삶에서 비롯된다. 객관적인 것(objective)은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주관적인 것의 종합만이 존재할 뿐이다.
한편, 사실의 축적이 초래하는 그릇된 믿음이 정치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를 자연의 기준(datum of nature)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해, 객관성을 담보로 기존 권력 분배를 공고히 하는 이념적 무기로 악용될 것이라 여겼다. 즉, 인간의 결점들이 비이성을 다스림으로써 교정되는 것이 아닌, 이성적 능력의 학습 과정의 문제로 치환돼 정치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유발하리라 우려했다 (Morgenthau 2004, pp.22, 2014, pp. 37-40).
이에 모겐소는 논리적 실증주의 사회방법론을 통해 계량적으로 분석하거나, 축자적 법률주의로 이성을 통한 현상 이해를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등불과 같은 이성과 이를 움직이는(혹은 이성이 봉사하는) 비이성적 충동의 조화를 통해 비극을 직시하고 벗어나는 것을 현실주의적인 것으로 병치시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정치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영원한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탐구하고자 한다 (Morgenthau, 1946; 2014, ppp.205-10).
이러한 본질들을 직시하고 숙고하기 위해 모겐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권력욕(animus domidandi)을 차용한다[1]. 도덕원칙에 의해 주도되는 정책은 쉬이 경도돼, 과도한 확장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도덕적 십자군을 배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행위는 수단과 목적으로 나눌 수 없음을 전제하는데, 둘은 연속적인 행위로 포섭되기에 덕성있는 목적을 통해 부도덕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다시말해, 본인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기를 지양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되고, 상대주의로 면피하지 않는 도덕성과 지혜는 배태된다고 강조한다 (Morgenthau, 1945, 1949, 2014, pp. 250-60).
그렇기에 모겐소는 정치는 엄연히 학(學)이 아닌 술(術)이라 피력한다. 나아가, 정치의 달인이 되려면 엔지니어와 같은 합리적(이자 분석적) 사고가 아닌, 국가지도자(statesmen)로서 가져야 할 지혜와 도덕성이 필수적임을 원용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과 국가지도자(statesmen)도 구별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Morgenthau, 2014, 278-82). 인간 세상은 물리학 세상과 달리 단순하고 순수한 이성이 아닌, 국가지도자들의 정치술이 창출하고 지탱하는 도덕적, 물리적 힘이 복잡하게 맞물릴 때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지도자를 국가의 현체(embodiment)로 보는 모겐소의 초점은 설명과 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개인 및 국가 기관 이론을 제공한다. 이는 정치 공동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지도자(즉, 아리스토텔레스식 정치 대리인)로 볼 수 있게 된다. (Lang, 2007). 그는 강하고 현명하며 영리한 대통령만이 잠자는 거인(slumbering giant)과도 같은 미국 여론에 잠재된 힘과 지혜를 현명한 정책의 지지로 이끌 수 있음을 여느 정당의 행정부를 막론하고 일관적으로 전제했다.
행정부의 성향은 최고 지도자(대통령)의 성격에 따라 스타일은 다변할지라도 본질은 대동소이하기에, 구두화된 행동(verbalized action)인 수사학으로 과거의 행위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행할 행위에 대한 예고를 통해 조금씩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가(statesmen)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정치가라면 모름지기 무지의 상태에서 루비콘 강을 건너 특정한 행동 방침에 헌신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권력의 재분배를 창출하기 위한 사회개혁 운동이 사회과학적 접근으로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기도 고대했다 (Morgenthau, 1963, 1966b, 1970). 하지만, 현실은 판이했다.
미국의 국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1950년대에 논증한 후, 모겐소는 1960년대 중반부터 존슨(Lindon B. Johnson)행정부의 본격적인 월남전 개입에 관해 존슨 개인에 대한 매몰찬 비판을 실천적으로 가한다. 존슨은 마치 공화국의 종말을 고한 율리우스 시저처럼 자신을 증명하고 위대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과도한 욕망을 가졌다고 평한다. 루비콘강을 편리하게 건넜기에 인정받지 못한 그의 내면의 유약함이 외교정책에 반영되고 있음을 덧붙인다.
이어서 그는 고립주의자, 파시스트라는 대중들의 낙인찍기에도 불구하고 십자군적 응분에 차서 베트남에 개입하는 것은 공산주의 이념으로부터 영감받은 정책과 진배없음을 힘주어 피력한다. 예외주의(exception alism)를 설파한 미국이 동등한 여건에 처했다면 미국 또한 동일한 정책을 취했을 것이라는 점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 중 일부는 격변기에 있어 미국이 제공하는 지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장기적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이 단기간에 등장하기를 고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도 원용한다 (Morgenthau, 1965c, 1966a, 1966b, 1967a).
이후, 1970년까지의 일련의 사건을 반추하기를 사회가 기회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점에 대한 우려와, 시오도어 루즈벨트부터 존슨까지 이어져온 합리적(rational)이고 온건한(moderate) 사회개혁의 과정은 오직 급진적인 혁명만이 권력의 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는 무력감만을 배태시켰음을 개탄한다 (Morgenthau, 1970).
[1]
둘째,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즉 권력욕이다. 권력욕은 자기의 영역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거나, 과시하고자 하는 형태를 띤다. 권력욕은 어떻게 치장하든 그 핵심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권력욕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기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기심이 추구하는 것은 의, 식, 주, 안전, 그리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돈, 직장, 결혼 등으로 인간생존의 필요와 객관적 관계가 있다. 그것들을 획득함으로써 특정한 자연적, 사회적 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권력욕은 인간의 생존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설정과 관련이 있다. 생존을 추구하는 이기심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권력욕은 한계가 없다. 식욕과 같은 생존을 위한 필요는 충족될 수 있다. 배포금은 포만감으로 바뀔 수 있다. 권력욕은 아니다. 최후의 한 인간이 그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자신보다 높거나 적어도 동등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야, 즉 신이 되어야 충족될 수 있는 것이 권력욕이다. “사실 큰 범죄는 필요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탐욕에 의해 저질러진다. 인간이 독재자가 되는 이유는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Morgenthau, 2014. pp. 250)
- Morgenthau, Hans J. 2014. 김태현 역. 『과학적 인간과 권력정치』 파주:나남
<이 장에서 활용된 문헌>
- Lang, Anthony Frank. 2007, “Morgenthau, agency, and Aristotle,” in Michael C. Williams (ed.) Realism reconsidered: The legacy of Hans Morgenthau in international relation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 Morgenthau, Hans J. 1945. ‘The Evil of Politics and the Ethics of Evil’, Ethics , 56(1), pp. 1-18.
- Morgenthau, Hans J. 1946. “Diplomacy,” The Yale Law Journal, 55(5), pp. 1067-1080.
- Morgenthau, Hans J. 1949. “The Primacy of the National Interest,” The American Scholar, 18(2), pp. 207-12.
- Morgenthau, Hans J. 1963. “The Fate of the Union: Kennedy and After,” New York Times Magazine, https://www.nybooks.com/articles/1963/12/26/the-fate-of-the-union-kennedy-and-after-9/, (검색일:2024년 12월 18일).
- Morgenthau, Hans J. 1965c. “Getting out of Vietnam,” The New York Review, https://www.nybooks.com/articles/1965/10/28/getting-out-of-vietnam-1/, (검색일: 2024년 12월 18일).
- Morgenthau, Hans J. 1966a. “All the Way with LBJ,” The New York Review, https://www.nybooks.com/articles/1966/08/18/all-the-way-with-lbj/, (검색일: 2024년 12월 17일).
- Morgenthau, Hans J. 1966b. “The Colossus of Johnson City,” The New York Review, https://www.nybooks.com/articles/1966/03/31/the-colossus-of-johnson-city/, (검색일: 2024년 12월 18일).
- Morgenthau, Hans J. 1967a. “Time for a Change,” The New York Review, https://www.nybooks.com/articles/1967/04/06/time-for-a-change-2/, (검색일: 2024년 12월 18일).
- Morgenthau, Hans J.1970. “Reflection on the End of Republic,” The New York Review, https://www.nybooks.com/articles/1970/09/24/reflections-on-the-end-of-the-republic/, (검색일: 2024년 12월 18일).
- Morgenthau, Hans J. 2004. “Political Theory and International Relations: Hans J. Morgenthau on Aristotle’s The Politics,” edited by Anthony F Lang, Jr, Westport CT: Praeger Publishers.
- Morgenthau, Hans J. 2014. 김태현 역. 『과학적 인간과 권력정치』 파주: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