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과 10억 건물주
공무원 연금의 가치
요즘 한창 재테크 공부에 빠져 있다보니, 공무원의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인 '공무원 연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반복 되는 칼질로 인해 우리 세대 공무원들은 오히려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쯤 입직한 선배 공무원분들에게는 공무원 연금이 여전히 강력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케이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충 들어보면 30년 공직생활을 하고 현 시점에서 퇴직하는 공무원분은 얼추 250만 원 내외의 공무원 연금을 매달 수령한다. 어렸을 땐 이 250만 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를 몰랐다. 당장에 어떤 회사를 다니든 하다못해 어떤 알바만 하더라도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최근엔 재테크 공부까지 하다보니, 한 개인에게, 그것도 만60세가 넘는 고령자에게, 어떠한 노동도 하지 않아도 매달 250만 원씩 꼬박꼬박 지급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요즘 들어 새삼 깨닫고 있다.
가령 우리 주변에 '시가 10억짜리 상가 건물'을 가진 건물주 부부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아마도 이 건물주 부부를 꽤나 부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돈 걱정 없이 놀고 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그런 부자.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이 건물주 부부가 이 10억짜리 건물로 벌어들이는 돈은 넉넉히 수익률 5%라고 가정해봐도 매달 5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세금이니 수리비니 복비니 이것저것 떼고 나면 한 달에 고작 300만 원 남짓이 손에 쥐어질 뿐이다.
반면, 30년 이상 공무원 생활을 하고 퇴직한 공무원 부부에게는, 공실 걱정에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지 않아도, 임차인에게 월세가 밀렸다고 독촉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누수가 생겼다는 이유로 누수탐지업자를 부르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매달 500만 원이라는 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10억짜리 건물주가 누리는 현금흐름의 두 배 가까운 돈을 고스란히 누리는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 대비가 또 어디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내가 많고 많은 직업 중에 공무원이라는 길을 택한 이유는 이러한 평생에 걸친 '안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당장 젊은 시절에는 큰 돈을 벌며 떵떵거리며 살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아끼고 모으면, 남들이 근로소득이 끊겨 허덕이며 살때 돈 걱정하지 않고 평온하게 노후를 즐기는, 그런 삶.
그런 삶을 우리 부모님 세대는 현재 직접 겪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도 우리들에게 '공무원이 최고다', '공무원만한 직업이 없다'라고 하며 공무원이란 직업을 권하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젊은 공무원들이 맞이할 30년 후의 미래는 지금 공무원 선배분들이 맞이하는 안온한 삶과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경쟁을 뚫고 공직에 들어왔지만, 선배들과 같은 수준의 월급, 업무량, 사회적 지위, 연금 등등 모든 걸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과연 30년 후에 현재 은퇴한 공무원 선배님들이 받는 연금의 몇 %나 수령하며 살고 있을까? 혹시 연금은커녕 70살이 되어서도 투잡을 뛰며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마음 한 편이 답답해져 올 뿐이다.
아무튼 현 시점까지 공무원은 참 좋은 직업이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퇴직과 동시에 '10억 건물'보다도 훨씬 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사하는 그런 직업. 조금 이른 나이에 명예퇴직을 하고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오시겠다고 환하게 웃던 모 팀장님의 웃음이 떠오르는 하루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JTBC <아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