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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맏이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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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자 Sep 15. 2023

맏이 17. 서울 광장교(광나루) 폭파

1950년 6월 28일


 

 우리들은 광장교의 서울 쪽 교각이 있는 곳에 폭약을 쌓기 시작했다. 철교 파괴에 필요한 폭약량은 이미 계산해 놓았으나 수량이 문제가 아니었다. 교량의 완전 차단이 목적이었으므로 필요 이상 요소요소에 장전을 했다. 그리고 도폭색으로 모두 연결시켜 마지막으로 휴즈라이타(뇌관)를 3개소 설치하고 몇 번이나 상태를 확인했다. 그동안에도 군인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피난민이 폭약을 쌓아 놓은 사이사이로 통과함으로 우리는 조마조마했다. 고함소리, 욕소리 속에서 도폭색이 혹 끊어지지나 않을까 해서다.     

 6월 28일이 되었다. 그날 북괴 탱크가 서울 시내에 나타났다. 이제는 서울의 함락 순간이 왔다. 아직 다리까지는 진출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마음만 급하고 초조하다. 소대장은 폭파 시기에 대해 상부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피난민의 다리 통과는 완전히 제지했다. 여전히 긴장된 시간이 흘러간다. 저 아래 모래사장은 혼잡하다. 상부로부터의 명령은 아직 없다. 인민군의 포 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휴즈라이타를 담당한 후보생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창백하고 소대장의 지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소대장의 고함소리와 함께 손이 올랐다. 폭파 명령이다.

실수가 없어야 할 텐데 하면서 담당 후보생의 동작을 주시하는 가운데 일제히 휴즈를 뽑고 이쪽으로 달린다. 적을 앞에 두고 실수하는 날엔 어떻게 되겠는가?     

1초, 2초……. 시간이 흐른다. 1분이면 운명의 다리는 끊기는 것이다. 급히 준비된 은폐물에 몸을 피했다. 땀이 온몸을 적셨다.

순간 꽈광! 꽝꽝! 형용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철골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100m 상공까지 솟아오르다 낙엽처럼 강물에 떨어지며 마치 콩 볶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고 또 냈다. 그동안 육중한 다리(서울 쪽 1경간)는 물속에 한쪽이 잠겼다. 성공이다! 먼지와 화약 냄새가 한동안 다리 위에 머물렀다가 하류 쪽으로 흘러갔다. 이것으로 우리의 임무는 끝났다. 거의 같은 시간에 한강 인도교와 철교도 폭파되고 비극의 한강 다리 조기 폭파 사건으로 많은 피난민이 도강하지 못해 후일 문제가 되어 당시 공병감이 그 책임을 져 처형되고 말았다. 과연 당시 상황을 처리함에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던가. 그러나 한강 다리 차단으로 북괴군의 한강 도하가 며칠 지연된 것은 그래도 작전상 성공이었던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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