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영택 Dec 01. 2023

골방의 왕

공중파 첫 출근의 해가 떴다


 우르르 여의도역에 내린 회사원들 사이에 껴, 약속한 8시에 <뽀뽀뽀> 사무실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본인이 FD고, 자기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 된단다. 오늘은 스튜디오 녹화일이라고 했고, 오늘은 일단 자기를 따라다니면 된다고도 했다.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내 후임자에게 넘겼던 인수인계 문서를 통해, 2005년 당시, 스튜디오 녹화일로 돌아가 보자.




<뽀뽀뽀> 스튜디오 녹화 FD 업무


1. 녹화일(격주 월요일) 아침 8시 정도까지 MP 사무실에 출근하셔서 큐시트 95부 카피하세요.


2. 그리고 녹화 전주 준비한 디지베타 90분 테이프 6권(녹화용 메인 1·2·3/서브 1·2·3), 디지베타 30분 테이프 1권(유아·성우 더빙용), 더빙 리스트 7부, 대본 12부, 큐시트 95부를 가방에 챙겨서, 9시 30분까지 본사(여의도 MBC)에 가세요. 다른 가방에 '한국예술'분들(스튜디오 진행 용역) 드릴 대본 5부와 녹화 전주 의뢰한 소품 의뢰서 카피본 1부 챙겨서 같이 가져가세요.


3. 본사 D 스튜디오에 가셔서, D 부조에 올려놓을 큐시트 12부 제외하시고, 나머지 큐시트는 스튜디오에 놓으세요. 스튜디오 스태프들이 봅니다. 그리고 D 부조 올라가셔서 가져가신 대본 12부와 큐시트 12부를 D 부조 탁자에 놓으세요. 부조 스태프들이 봅니다. 그리고 준비하신 디지베타 90분 테이프 6개(녹화용 메인/서브)와 디지베타 30분 테이프 1개(유아·성우 더빙용)를 D 부조 VTR실에 놓으세요.


4. 다시 MP 사무실 오셔서 큐시트 보시고, 그날 준비할 크로마키 백 CG를, 기존의 백 CG 모아놓은 테이프 중에 찾으셔서 타임코드 기록하세요(크로마키 촬영 시, D 부조 VTR 실에서 백 CG 잡아 주실 때 필요합니다). 그리고 스태프들이 따로 부탁한 것 있으면, 이 시간에 하시면 됩니다.


5. 녹화는 13시 30분에 시작하니, 점심 드시고 시간 맞춰 D 스튜디오 가시면 됩니다. 미리 타임코드 기록한 크로마키 백 CG 테이프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소품 의뢰서 양식에 PD님 도장과 부장님 도장 찍어서 몇 장 가져가세요. 녹화 때, 급히 사용할 소품이나 분장 의뢰할 일이 생기면, 펜으로 써서 의뢰하시면 됩니다. 스튜디오 가서 인터컴 착용하시고, PD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면 됩니다.


6. 크로마키 촬영 전에 D 부조에 올라가셔서, 촬영 순서에 맞게 크로마키 백 CG 잡아주시면 됩니다. 크로마키 백 CG는 무빙과 스틸이 있는데 스틸인 경우 그냥 그 장면에 멈춰 놓고 계시면 됩니다. 보통 VTR 1에는 투 백과 원 백, VTR 2에는 쓰리 백 잡아주시면 됩니다. VTR 1에서 투 백 잡으셨다고 하시면 원 백으로 바꿔 주시면 됩니다. 무빙일 경우 가변속 재생 (VAR) 걸어서 컷 시간 맞게 플레이해 주시면 됩니다. 준비되지 않았거나, 무빙 백 CG인데 컷 시간보다 짧을 경우, PD님에게 준비 안 됐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7. 저녁 드시고, 녹화 다시 시작하기 20~30분 전쯤에 성우 더빙을 합니다. 그전에 준비하신 더빙 리스트 1부는 PD님 드리고, 1부는 유아·성우 더빙 테이프 케이스에 끼워 주시고, 나머지 5부는 성우님들 더빙하시는 곳에 놔두시면 됩니다. 더빙은 같은 층 A 부조 안 더빙실에서 하십니다.


8. 녹화가 끝나면, 녹화 테이프 메인 1·2·3권, 서브 1·2·3권 챙기시고, 유아·성우 더빙 테이프 및 VTR 기사님이 타임코드 적어 놓은 VTR 대본 챙기시면 됩니다. 부조 음악 담당 선생님이 녹화 때 사용한 음악 CD 주실 겁니다. 음악 CD(AR) 챙겨 옵니다. 가져간 테이프 모두 챙기시고 스튜디오에 내려가셔서 MP 사무실에 가져와야 할 것들 챙깁니다(만약 내일 ENG 촬영이 있다면 소품 등).


9. MP 사무실 오셔서 다음날 가편 준비합니다. 편집실 하나 잡으시고, '뽀뽀뽀 ○월 ○일 ~ ○월 ○일 PD님 사용하십니다' 문구로 프린트하셔서 편집실 문에 붙이세요. 그리고 녹화한 메인 1·2·3권, 서브 1·2·3권, 유아·성우 더빙 테이프, 크로마키 백 CG 테이프, CD-AR 테이프 준비하세요. CD-AR 테이프는 다음날 종편실에, 음악 CD와 디지베타 30분 테이프 준비해서 부탁드리면 해주십니다. 그날 녹화한 VTR 대본도 함께 편집실에 준비해 놓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편용으로 디지베타 90분 새 테이프 2개 만드셔서, 칼라바를 끝까지 깔아 놓으시면 됩니다. 빈 테이프 가방에 위에 말한 것들 정리해서 넣어 놓으시면 됩니다.


10. 다음 날 ENG 촬영이 있다면 ENG 촬영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음날 필요한 소품 챙기고,

디지베타 30분 새 테이프 3개와 디지베타 30분 재생 테이프 2개 챙기시고, 촬영 인원수 맞춰, 촬영 대본 챙기시면 됩니다. 촬영 인원은, 다음날 촬영에 누가 나가는지 파악하시면 되고, 모르시겠으면 그냥 촬영 대본 10부 복사해서 가방에 넣어 준비하세요. 그리고 촬영 장소 약도 2부 프린트해서 챙기세요. 약도는 작가님이 준비해 주시면 카피하시면 되고, 준비 안 되었으면 인터넷에서 지도 찾아서 프린트하시면 됩니다.


11. 그리고 나머지 정리하시고, 준비 모두 끝나셨으면 퇴근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녹화일 FD가 할 일이었다. 퇴근이 가능?!... 오늘은 일단 따라다니라던 내 전임 FD는, 녹화가 끝나자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전 오늘 마지막 녹화예요."

 "!!!"


 당신과 난 앞으로 1주일간 함께 하겠지만, 녹화는 마지막이라 했다. <뽀뽀뽀> 녹화는 격주니까, 다음 녹화는 혼자다. 이래서, 그리 급하게도, 그냥 막, 날 뽑아버렸구나.


 '와... 엿 됐네.'


 똥줄이 탔다. 전임 FD는 내가 위에 적어놓은 것 마냥, 친절하게 문서를 남기지도 않았다. 1주일 동안 나 좀 살려달라고 전임 FD에게 매달렸다. 묻고 또 묻고, 수첩에 적기를 계속했다. 그래도 그 녀석은 친절했다. 최대한 알려줬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런 건 힘든 게 아니에요..."

 "네?"

 "AD가 좀, 아, 아니에요."


 뭐지. 똥 싸놓고 아니란 듯한 이 찝찝함은 뭐지. AD는 날 면접 봤던 조연출 여자였다. 전임 FD가 나갈 때까지 함께 하라고 날 임보시켰기 때문에, 그녀를 알 수가 없었다. 또 발등에 불이 떨어져 그럴 생각도 안 났다. 애써 불길함을 흩어버렸지만 혼자가 된 날, 다시 엄습해 왔다.

 

 "영 씨라고 했죠. 저희가 많이 도와드릴 테니까, 같이 오래 해요."

5명의 작가님이 돌아가며 내게 말했다. 눈에 안쓰러움 가득다. 그러고 보니, 녹화 때 스튜디오 진행을 도와주던 한국예술 분들과 본사 소품팀 직원도 나를 이런 눈으로 봤었다. 왜지?


 당시, <뽀뽀뽀>는 MBC 자회사, MBC 프로덕션이란 곳에서 제작했다. 줄여서 MP라고 불렀다. MP에서 내가 속한 제작 1부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해피타임>, <TV 속의 TV>, <뽀뽀뽀>, <아하! 그렇구나> 같은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른 팀들은 파티션으로 나뉜 개방된 공간을 썼는데, <뽀뽀뽀>는 독립된 방을 썼다. 그 독립된 방에서, 나를 뽑았던 여자 조연출은, '골방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일은 한 달에 두 번 하는 스튜디오 녹화 진행과 제작비 정산, 약간의 야외촬영과 편집이었다. 나머지 모든 업무는 스튜디오 시다인 줄 알고 지원한 내게 맡겨졌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 <뽀뽀뽀> 독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그곳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베일에 싸여있었고, 오전이든 오후든 PD님이 퇴근한 10분 후 퇴근했다. 그런데도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늘 얼굴에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곤함'을 장착했다. 가르침은 없었다. 도움도 없었다. 질문엔 언제나 같은 대답이었다.


 "안 배웠어요? 전임 FD 일이 몰라요. 가르쳐달라고 했어야죠."


 더 큰 문제는, 지시도 없었다. 듣지 못한 지시로 하지 못한 일에, PD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넌 왜 자꾸 뭐가 안 돼 있니? 선배가 얘기했으면 놓치지 말아야지!"

그런 PD님 옆에는 언제나,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조연출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됐다.


 "죄송합니다."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고, 손발이 덜덜 떨리고, 목소리마저 울먹거리는 난, 변명이고 진실이고 뭐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냥 사과하고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담배만 늘었다. 선아 누나가 그립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내가 내 발등을 찍기 시작했다. 완벽해야겠다. 책잡힐 일 없도록 제작 프로세스를 완벽히 꿰차야겠다. 지시 따위 없어도 해내는 완전무결 로봇이 돼야겠다. 작가님들과 스태프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했다.


 "저, 혹시 맡기실 일 있으면, 저한테도 좀 바로 알려주시겠어요?"

 "그럼 영 씨 일이 너무 많아지는 거 아니에요?" 모두가 걱정스러웠다.

 "괜찮아요. 어차피 결국엔 다 제가 해요..."


 그들은 걱정했지만, 좋아했고, 협조했다. 조연출에게 부탁한 일들은 하나같이 늦게 처리됐고, 이래서 저래서 안 된다고 하는 통에 부탁하는 것마저 어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조연출은 본인이 잘 보여야 할, PD님과 촬영감독들의 부탁만 빠릿빠릿하게 처리했다.

 그렇게 <뽀뽀뽀>의 작가 팀, 인형극 팀, 음악팀, CG 팀들의 부탁들이 내게 들어왔다. 악에 받쳐 모든 걸 ASAP로 처리했고, 모두 좋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PD님의 지적을 받는 일도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날도 급격히 줄었다.


매주, 본사 자료실에서 찾아야 했던 <뽀뽀뽀> 자료화면. '서서 조는 말'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때쯤엔 조연출과 밥을 먹는 것은 물론, 말을 섞는 것,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싫어졌다. 낮에는 본사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고, 조연출이 퇴근한 저녁부터 독방에서 해야 할 일들을 시작했다. 비루한 두 '강 대 강' 나부랭이들이 붙어서, 서로 '어디 한번 해봐'라는 꼴이었다. 그렇게 멍청한 짓들이 반복되니, 1주일에 2일 정도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FD 월급으로 세금 떼고 77만 원을 받아, 막차가 끊겨도 택시를 타는 건 사치였다. 제작비 법인카드는 조연출이 갖고 있었고, 난 그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었다. 내 돈으로, 밤새우면 7천 원짜리 지하 사우나에 가서 씻고, 그 옆 매점에서 늘 같은 메뉴, 라면 하나에 공깃밥 하나를 3천 원에 사 먹었다(오늘도 집에 못 들어갔냐며, 끼니는 거르지 말라고 나중엔 공깃밥을 서비스로 주시던 여의도 율촌빌딩 매점 사장님 감사합니다). 돈이 모자라면 삼각김밥을 사서, 군대 화장실에서 초코파이 먹듯, 몰래 비상계단에 앉아 먹었다. 편의점에서 먹다 PD님이라도 봐서, 왜 혼자 먹냐고 추궁당할까 싶었.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에 조연출은 아침마다 크리스피 도넛을 사서 PD님과 촬영 감독들에게 바쳤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법인카드를 긁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본인이 제작비 정산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겨울방학이 지나는 동안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했다. 사무실의 다른 팀들은 개방된 곳에 있어선지, 서로 친했다. 나도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얼굴은 익어 인사는 했지만, <뽀뽀뽀> 팀은 골방에 있어서 그런지 뭔가 격리된 분위기였다. 그 팀의 일원인 내게 인사 외로 먼저 말 붙이는 사람은 없었고, 나도 먼저 말 붙일 용기가 없었다. 이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방송, 데었지만 씨게 배웠다. 이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편집실에서 홀로 고민하던 새벽 3시, 누군가 말을 건넸다.     


 "혹시 이거 데크에서 VHS로 패치하는 거 알아요?"

<아하! 그렇구나> 팀의 조연출이었다.

 "아... 네네."



디지베타 편집 데크, 뒷면 단자들에 모두 케이블이 연결돼있었다.



 '패치'라는 건 케이블의 연결을 말했다. 당시 MP에선, 컴퓨터로 넌리니어 편집을 하지 않았다. 편집 데크 두 대로 1대 1 편집, 리니어 편집을 했다. 데크끼리는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필요에 따라 케이블을 VHS기기에 연결해 VHS 테이프로 떠서, 심의실이나 스태프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야동도 캡처하는 시대가 2001년이었는데, 공중파가 2005년에 영상을 파일이 아닌 VHS로 확인했다. 컴퓨터에 캡처보드 하나 사면 되는 것을, 조연출과 FD를 갈아 넣어 VHS 테이프 대여섯 개를 뜨는 짓을 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 케이블은 늘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는데, 누군가 케이블을 건들고 원상복구를 해놓지 않으면, 모두가 소리쳤다.     


 "누구야 또! 패치하면 원래대로 해놓으라니까!"


 그리고 회사 내의 CATV 실에 패치를 부탁했다. MP는 MBC 프로그램을 케이블 채널이나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는데, 그 납품 작업을 CATV 실이 담당했다. 그리고 그분들은 방송기술자들이었다. 패치를 기가 막히게 하셨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몰라서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부탁을 하러 가서 살짝 문을 열면, 문틈 사이의 그분들은 굉장히 바쁘셨다. 차마 부탁을 못해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포기하기 일쑤였다. 애타게 기다리다, 커피를 마시러 나오실 때가 찬스였다. 가장 어려 보이는 분에게 많이 부탁드렸다.


 "죄송한데요. 혹시 괜찮으시면 패치 좀..."

 "아, 네. 어떻게요?" 언제나 흔쾌히 승낙해 주시던 그분은 27살이었다. 그러다 형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MP에서 가장 먼저 친해진 건, 연출부 사람들이 아니라 기술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질수록 너무나 미안했다. 안 그래도 바쁜 형인데, 나 같은 FD 나부랭이까지 시간을 뺏는다.     


 "형, 매번 부탁하기 미안해서요... 패치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이거 알고 보면 되게 간단해. 신호가 OUT에서 나와서 IN으로 들어가는 건데... 이따 시간 돼?"

 그 고마운 형은, 자기 시간을 쪼개서 30분이 넘게 패치를 알려줬다. 그리고 난 수첩에 적었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외우고, 해보고, 익혔다. OUT에서 IN으로 들어간다. 원리를 깨치자 원하는 모든 패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새벽 3시, <아하! 그렇구나> 조연출의 패치 고민을 해결한 후부터, 다른 팀 조연출과 FD 들의 부탁이 이어졌다. 다들 내심, CATV 실에 같은 부탁을 계속하기 미안해했었고, CATV 실은 7시에는 퇴근을 했기 때문에 회사 경비 마냥 웬만하면 밤에도 죽치고 있는 내가 대안이 된 것이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고, 혼자만의 싸움에 지칠 때쯤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죄다 도와주고 다녔다. 나중엔 패치가 아니라 편집 데크 조작에 관해 묻기도 해서, SONY 홈페이지에서 매뉴얼을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익혔다. 그 매뉴얼은 300페이지가 넘어서, 야음을 틈타 몰래 A4 지를 펑펑 써댔다. 1주일에 두 번, 집에서 쉬었던 일요일에도 패치가 안 된다는 전화가 오면 말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까, 마침 회사 갈 일이 있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가서 해결해 줬다. 그렇게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이분들은, 과제가 끝나니 연락을 끊었던 대학교 동기들과는 달랐다. <해피타임>의 조연출이 말을 걸었다.


 "영 씨, 우리 술 한잔하러 가는데, 시간 돼요?"

 "네?!..."


 '돼요... 되고 말구요!'

이전 04화 방송국 입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